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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망졸망 꼬마 펭귄 보며 ‘방긋’…초속 11m 돌풍엔 ‘후덜덜’

부산 청소년 탐험대 극지 남극 땅을 밟다

  •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입력 : 2020-02-02 19:58:50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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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김해공항 출발
- 5일간 여행 끝에 세종기지 도착

- 기지 주변 관리구역에선
- 젠투펭귄·췬스트랩펭귄
- 일광욕 즐기는 물개·해표 등
- 거대한 ‘사파리’ 온 듯 장관

- 칠레 에스쿠데로기지서 열린
- 설립 25주년 행사 방문 땐
- 러시아·중국·브라질 등 대원들
- 남극 온 청소년들에 관심 집중

청소년 남극체험탐험대는 장장 5일에 걸친 이동 끝에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도착했다. 지난달 26일 새벽 김해공항을 출발해 프랑스 파리, 칠레의 산티아고와 푼타아레나스를 거쳐 부산시와 칠레 마젤란주와의 MOU 체결 참관까지 소화한 긴 여정이었다.
부산에서 출발한 남극체험탐험대원들이 지난달 31일 세종과학기지 인근에 위치한 펭귄마을의 언덕을 넘어 해표가 서식하고 있는 해변으로 이동하고 있다. 펭귄마을은 우리나라 세종과학기지가 관리하는 해외 첫 특별보호구역이다. 박수현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9시20분 청소년 남극체험탐험대를 태우고 칠레 푼타아레나스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2시간 뒤 남극 칠레 프레이기지공항에 도착했다. 프레이기지에서 세종과학기지까지는 선박을 이용해야 한다. 세종과학기지 입구에는 2003년 조난당한 동료들을 구조하기 위해 고무보트를 타고 나섰다가 순직한 전재규 대원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동상 앞에서 묵념을 마친 청소년 탐험대원들은 홍종국 세종과학기지 월동대장으로부터 기지 생활에 대한 안내와 함께 남극에서 이뤄지는 과학 연구의 중요성에 관한 특강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남극 일정에 돌입했다.

■‘거대한 사파리’ 남극 트레킹

설립 25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은 체험탐험대원들이 지난 1일 칠레 에스쿠데로기지에 게양된 태극기 아래에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긴 비행시간과 남극으로 향한다는 들뜬 기분 탓에 5일간 잠을 설쳤던 체험탐험대원들은 세종과학기지에서 첫날 밤을 보낸 뒤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기지 생활 2일째인 지난달 31일 탐험대원들은 홍 대장의 안내로 세종과학기지가 관리하는 남극특별보호구역인 ‘펭귄마을(ASPA NO. 17 Narebski point)’로 향했다. 펭귄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해변에서 언덕으로 이어지는 곳곳에 젠투펭귄과 췬스트랩펭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태어난 새끼들이 한 달 만에 부쩍 자라 어미만 한 덩치를 자랑했다. 기자는 2006년 11월 펭귄마을을 찾았을 때 어미들이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이번에 다시 찾아 새끼들로 빼곡한 펭귄마을을 보고 있으니 14년 전 일이 두어 달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 어미와 새끼는 덩치가 비슷하지만, 깃털을 보면 쉽게 구별된다. 새끼는 털갈이가 진행 중이어서 솜털이 몸을 덮고 있지만 어미의 깃털은 기름기가 반들거린다.

펭귄마을 곳곳에는 새끼들이 20~30마리씩 모여 있는 ‘펭귄 유치원’이 있다. 새끼들을 한 곳에 모아 두고 어미들이 순번을 정해 스큐아(도둑갈매기) 등 천적으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는 공동 육아 형태다. 크릴 사냥을 나섰던 어미가 모습을 드러내자 새끼들이 거침없이 달려든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새끼들의 기세에 놀란 어미가 도망가지만 곧 따라 잡히고 만다. 새끼들의 성화에 도망가기 바쁜 어미와 이를 쫓는 새끼들의 분주함에 남극의 여름은 활력이 넘친다.

펭귄마을 언덕에 내려서자 해변 곳곳에는 햇살을 즐기는 물개와 해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 대장은 “물개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바다 쪽에서 다가가면 퇴로가 막힌 물개가 시속 20㎞의 속도로 달려들어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을 수 있다”고 주의사항을 전했다. 자신의 영역을 알리려는 듯 으르렁거릴 때마다 드러나는 날카로운 이빨은 우리가 동물원에서 대하던 친근한 물개의 모습이 아니었다. 5시간 일정의 트레킹을 하면서 젠투펭귄, 췬스트랩펭귄, 남극물개, 코끼리해표, 크랩이터해표, 표범해표, 웨델해표, 남극제비갈매기, 남방 자이언트 패트렐(큰풀마갈매기), 칼집부리물떼새, 스큐아 등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마치 남극이라는 거대한 사파리 투어를 마친 기분이었다.

인솔교사로 이번 체험탐험대에 참여한 김성복 극지해설사는 남극 동물의 생태와 습성에 대한 해설을 곁들여 남극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트레킹을 마치고 기지로 돌아오자 기지대원들이 우리나라 첫 청소년 남극체험탐험대원들을 위해 삼겹살 파티를 마련해줬다.

■러시아·칠레 남극기지 방문

지난 1일 칠레 에스쿠데로기지 설립 25주년 리셉션장에서 부산외고 2학년 김민서 학생(오른쪽 두 번째)이 네덜란드에서 온 과학자(오른쪽 첫 번째)와 기후변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9시30분 세종과학기지 부두에 집합한 탐험대원들은 방수·방한 구명복을 착용하고 고무보트를 이용해 러시아 벨링스하우젠기지와 칠레 에스쿠데로기지를 방문했다. 1일은 칠레 에스쿠데로기지 설립 25주년 되는 날로 지난달 28일 부산시와 마젤란 주도와의 MOU 체결 행사장에서 만난 칠레 남극연구소 라뻬 말셀로 소장이 체험탐험대원들을 기념행사에 초청했었다.

행사장에는 인근에 있는 러시아 중국 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기지 대원들이 2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기념식 후 이어진 리셉션에 참석한 청소년 남극체험탐험대원들은 여러 나라에서 온 과학자·기지대원들과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각 나라 기지대원들은 남극까지 온 한국 청소년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남극을 주제로 한 기후변화 등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청소년 탐험대는 기념촬영 요청이 쇄도해 즐거워했다.

칠레 기지 방문을 마치고 고무보트를 이용해 세종과학기지로 돌아오는 길에서 탐험대원들은 남극의 자연 환경이 만만치 않음을 경험했다. 보트가 선착장을 출발하기 전 초속 7m에 불과했던 바람이 갑자기 돌풍으로 바뀌어 초속 11m를 넘어섰다. 강한 바람이 몰고 온 높은 파도는 작은 고무보트를 이리저리 요동치게 만들었다. 모두 방수·방한복을 입은 데다 현역 UDT 원사인 해상안전대원이 보트의 키를 잡고 있었고 또 다른 한 척의 보트가 뒤를 따르고 있어 걱정할 일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을 처음 겪는 탐험대원들은 남극에서 살아가며 연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조금이나마 느꼈을 것 같다.

기지로 돌아온 탐험대원들은 이날 오후 기지 휴게실에 모여 “펭귄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이 독립 생활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남극의 먹이망은 어떻게 형성될까” 등의 주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시간을 가졌다.

2일 오후에는 기지내 연구시설 투어와 김성진 연구반장, 체험탐험대 지원을 위해 현지에 파견된 진동민 극지연구소 기획부장의 특강이 마련돼 있다. 탐험대원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이들이 남극에서 보고 들은 소중한 경험이 대한민국의 발전과 인류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남극=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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