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46% 올랐다. 대구, 대전, 광주 등 이른바 ‘대대광’으로 불리는 3개 도시의 집값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부산지역도 일부 지역의 전용면적 85㎡ 신규 아파트의 호가가 11억을 훨씬 넘어섰다. 서울과 일부 광역시의 아파트 값은 오름세가 이어져왔던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현 정부는 정권의 부동산시장 기조인 가격안정과 서민 주거복지 실현 차원에서 2017년 출범 직후부터 ‘서울 집 값 잡기’를 목표로 대출규제부터 세금중과 등 초강력 대책을 18번씩이나 잇따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오히려 부동산시장 과열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값의 양극화도 문제다. 서울 아파트 값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반면 지방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폭이 더 커졌다. 전체 주택 거래에서 저가 거래는 줄고, 초고가 거래 비중은 되레 증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또 ‘부대대광’(부산, 대구, 대전, 광주) 내부에서도 구별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9·13대책 전후 각 1년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이전 1년 동안 0.01% 하락했던 전국 아파트 값은 9·13 대책 이후 더 떨어져 -2.62%를 기록했다. 지방도 -3.28%에서 -3.88%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일부 지방의 경우 가격 하락에 미분양물량 급증까지 겹쳐 주택시장이 붕괴 위험을 맞고 있다.
이런 시장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도 청와대에서 부동산매매허가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초유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넓고 길게 보는 합리적 부동산정책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눈을 조금만 해외로 돌리면 볼 수 있다. 저성장시대 도래와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등의 인구구조변화를 먼저 경험해 본 다른 선진국을 보면 명백하다.
일본은 주택시장은 양극화를 넘는 ‘3극화’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10채의 주택중 두채는 가격폭락 수준, 여섯 채는 가격변화도 없고 거래도 안되며, 단 두채만이 약간의 가격상승과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경제 여건이 취약한 각국 지방도시에서 인구 감소라는 난제(難題)에 맞서 싸우고 있다. “빈집 1유로에 드립니다”는 프로젝트로 유럽 지방도시들은 생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미 ‘집이 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여건으로 가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 지방 소멸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228곳 중 소멸 위험 지역은 2013년 75곳(32.9%)이었지만 2018년 89곳(39%)으로 늘었다.
또, 학령인구 감소로 대입 지원자가 줄면서 지방 사립대 세 곳 중 한 곳은 올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잠재적 주택수요자인 약 48만 명의 올해 대입가능정원은 2024년에 37만 명으로 줄어든다.
인구가 줄어든다. 주택수요가 사라진다. 그래도 일부지역의 가격상승을 잡으려고 수요를 억제하는 규제일변도의 부동산정책만을 지속할 것인가? 100년 교육제도를 원하는 것처럼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넓고 길게 보는 합리적 부동산정책이 필요하다.
동의대학교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