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여파 석유소비 실종
- 텍사스산 유가 사상 첫 마이너스
- 정제해서 팔면 팔수록 더 손실
- 유류탱크 꽉 차 저장할 곳 없어
- 유조선 보관땐 척당 월 15억 비용
- “창사 이래로 이런 위기는 처음”
“1963년 창사 이후 이런 위기 상황은 없었습니다. 직원들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랩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어떻게 할 수 있는 해법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저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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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석유화학공단 안에 위치한 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 내 정유설비 전경. SK에너지 제공 |
SK에너지 울산컴플렉스에 30년째 재직 중인 대외협력실 김기열 부장은 현재 회사 분위기를 이 같이 설명했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는 그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회사란 소리를 들어왔다. 국제유가가 올라도, 반대로 어느 정도 내려도 큰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엄청난 석유 소비량 때문에 어지간한 유가 등락으로는 매출에 다소 영향은 있을지라도 지금처럼 극심한 적자가 발행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몰고 온 정유업계의 위기는 이런 등식을 하루아침에 깨버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소비와 유통이 침체됐고, 산업의 혈액 같은 석유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 탓에 국제유가가 폭락해 석유를 만들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가 형성됐다.
정유사의 수익 창출 구조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원유를 정제해 각종 유류제품을 만들어 판매해 발생 하는 복합정제마진과 원유를 수입해 보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 즉, 재고 마진으로 수익을 낸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적 물적 이동이 급감하면서 정유제품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작년 연말과 비교해도 자동차용 연료유는 30%, 고부가 제품인 항공유는 70% 이상 판매가 감소했다.
여기에다 국제유가까지 바닥을 치면서 재고마진률도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렸다. 이 회사는 원유의 75%를 선물로, 나머지 25%는 그때그때 현물로 들여온다. 선물거래가 많은 것은 유류를 충분히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최소 1개월에서 장기 6개월 이상 이전에 거래 당시 시세로 원유를 계약한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락 하면서 이전 선물로 계약한 원유를 지금 들여와 정제하면 현 시세가 반영돼 팔린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회사의 원유가 대비 정제 마진이 배럴당 3달러 선이면 손익분기점이다”며 “원유를 정제해 팔면 배럴 당 3달러 이상 남아야 이익이 발생하는데 올해 초부터 3달러에 못 미쳐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회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고민거리는 선물로 계약한 원유는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이를 적재할 시설은 포화상태라는 점이다. 이 회사가 울산에 갖고 있는 유류 저장탱크는 모두 34기다. 이 중 절반은 원유, 절반은 정유를 보관하고 있다. 34기의 적정 재고량은 850만 배럴, 최대 적재량은 1200만 배럴이다. 현재 적재량은 12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들여온 원유를 유조선에 그대로 보관해야 하는 상황인데 1척당 한 달에 15억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회사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딱히 해법도 없다. 일단 가동률을 15% 정도 낮추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설비 가동을 중단할 수 없는 장치산업 특성 때문에 더 낮추는 것도 쉽지 않다.
한편 21일 텍사스산 원유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는 등 사상 처음으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정유업계의 이중고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가 더 큰 걱정”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