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번제에 오전 반차 휴가 내거나
- 창원서 왔다가 허탕친 경우도
- 11일엔 오픈런으로 넘어져 소란
“우리 딸 샤넬 사주려고 새벽 3시부터 기다렸어요.”(50대 여성) “새벽 6시에 도착했는데 대기 50번을 받았어요. 원하는 제품을 못 사서 3일째 줄을 서네요.”(40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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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개장을 하지 않은 신세계 센텀시티 앞에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 200여 명이 줄을 서 있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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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10시 50분.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신세계 센텀시티 앞에 200여 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14일부터 사넬이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객이 몰린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까지 동원한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명품 구입에 열을 올리는 소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다.
이날 새벽 3시부터 낚시의자, 등산 방석, 담요까지 챙겨 줄을 서기 시작한 이들은 20~40대 여성이 주를 이뤘지만 장·노년층이나 남성도 적지 않았다. 유모차를 몰고 나오거나 직장인 차림으로 보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30대 남성 이 모(동래구 온천동)씨는 “결혼기념일 선물을 사기 위해 어제 회사에 오후 반차 휴가를 내고 왔는데 입장조차 못 하는 바람에 오늘은 오전 반차 휴가를 내고 다시 왔다”고 했다.
‘샤넬 대기 줄’은 지난 주말부터 전국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샤넬 패션 매장이 있는 신세계 센텀시티에는 지난 11일 개장 직후 정문에 줄을 서 기다리던 인파가 샤넬 매장으로 앞다퉈 달려가는 ‘오픈 런(open run)’ 사태로 서로 뒤엉켜 넘어지고 고성이 오가는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백화점 측은 지난 12일부터 건물 뒤편 출입구인 6번 게이트에 ‘샤넬 매장 방문 고객 대기 장소’를 별도로 마련해 한 줄로 입장을 기다리도록 했다. 오전 10시부터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등록해 대기 번호를 준 뒤 차례가 되면 알림 메시지를 보내 입장하도록 했다.
이날 오전 11시 백화점 문이 열리자 8시간을 기다린 1번 대기자를 비롯해 대기 순번에 따라 알림을 받은 소수의 인원만 매장에 입장했다. 한 고객은 원하는 제품이 없자 “지금 예약하면 오르기 전 가격으로 살 수 있냐”고 물었지만 샤넬 측은 “판매 당시 가격으로 사야 한다”고 했다.
샤넬 매장 앞은 미리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왔다가 허탕 친 고객으로 북적였다. 창원에서 온 60대 남성 송 모씨는 “(샤넬 가격 인상) 뉴스를 보고 아내와 딸에게 선물하려고 아침부터 1시간 반 걸려 차를 몰고 왔는데 들어갈 방법이 없나”고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샤넬 매장 측은 오전 11시 30분 입장 대기 고객 시스템에 등록된 고객이 207명을 넘어가자 더 이상 대기 등록을 받지 않았다. 백화점 관계자는 “샤넬 매장은 하루 평균 100~120명을 응대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 90번을 넘어가는 고객에게는 오늘 입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14일부터 클래식백과 보이백 등 인기 핸드백 가격을 7~17%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이다. 700만~800만 원 대인 인기 모델이 15% 정도 인상되면 100만 원 이상 오르는 셈이다. 샤넬은 매년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중고로 팔아도 이득이라는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도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도 백화점 명품 매출은 상승세를 회복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지난 3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던 명품 매출이 지난달 15%, 이달 들어 12일까지 38% 증가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