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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산업 쇠퇴, 첨단산업 소외…PK ‘러스트 벨트화(공장지대의 몰락)’ 가속

산업 생태계 불균형 위기

  •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   입력 : 2020-06-04 22:09:53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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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硏 “경제·산업·인적 자원
- 수도권이 흡수… 지방경제 고사”
- 부산, 16년 연속 인구 순유출

- 7개 경자구역 외인 투자액 비중
- 인천 89.8%… 부산·진해 6.6%
- 첨단산업도 수도권 쏠림 반영

- 지방분권 부산시민연대 ‘경고’
- “정부, 지역균형발전 외면 땐
- 코로나發 저성장 늪 못 벗어나”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이 첨단산업의 인적·물적 인프라 부족 등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한 지 오래지만 정부가 강행 중인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은 이런 현실과는 정반대로 ‘수도권 혜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 균형발전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정책을 보다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어 비수도권 산업이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처럼 더 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비수도권 산업 생태계가 정부의 수도권 중심 정책으로 완전히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마저 나온다.
부산 강서구 명지녹산국가산단 전경.
■모든 경제 자원 수도권에 흡수

이런 우려는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지역의 산업위기 유형 분석과 위기 대응 방안 및 산업 전환 전략’ 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333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리쇼어링이나 수도권 규제 완화만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당시 산업연구원이 우려했던 부분은 현재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

산업연구원은 비수도권 지역이 이미 ‘러스트 벨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러스트 벨트는 미국 북동부 지역의 쇠락한 공장 지대를 일컫는 말이다. 1950년대만 해도 이들 지역에서는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제조업이 활황을 보였으나 1970년대 이후 고비용 구조와 제조업 불황으로 인구가 줄면서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이 급감했다. 현재 러스트 벨트라는 용어는 호황을 구가하다 쇠퇴 일로를 걷는 지역의 대명사로 쓰인다.

산업연구원이 이 용어를 언급한 것은 모든 경제·산업·인적 자원을 수도권이 흡수해 상대적 박탈감이 갈수록 커지는 비수도권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통계청과 국정감사 자료 등을 보면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이 제정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의 순이동자 수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16년 연속으로 마이너스(순유출)를 기록했다. 적어도 인구 관련 통계만 본다면 균특법의 실효성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전국 7개 경제자유구역이 유치한 전체 외국인 투자액 11억8640만 달러(2018년 기준) 중 인천경제자유구역 한 곳에 들어간 투자액(10억6511만 달러) 비중은 무려 89.8%에 달했다. 이 통계는 2년 전에 집계된 것이지만 첨단 산업의 수도권 집중화가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기형적인 현상은 오히려 심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은 주로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도권만 갖고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 안돼

산업연구원은 “지역의 주력 산업이 쇠퇴기로 접어든 데다 산업 입지의 형태마저 본사 설립과 연구개발(R&D) 등 수도권 중심으로 변하고 있어 비수도권의 산업 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하며 ‘지방 경제 고사’를 우려했다. 또 “산업 역량이 높은 지역은 대부분 수도권이나 수도권 인근 시·도(충청권)”라며 “비수도권은 과거 투자 유치의 장점이었던 인건비와 토지 비용까지 모두 상승하는 바람에 그나마 남아 있는 지역 소재 기업도 수도권이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면한 채 수도권 중심의 사고 방식을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 조선 등 부산 울산 경남의 주력 산업을 비롯해 비수도권이 보유한 경제·산업 자산이 사실상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의 큰 축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 부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지역의 자치분권 역량을 강화하면서 수도권 집중의 불균형 구조를 ‘지역 균형발전형’ 체계로 바꾸는 것이야 말로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러스트 벨트(rust belt)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다. 러스트는 영어로 녹을 뜻한다. 쇠락해 공장설비에 녹이 슬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부 뉴욕주와 펜실베이니아주를 포함해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일리노이, 아이오와, 위스콘신 등 중서부와 중북부 주들을 일컫는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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