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 때보다 부채 4조5000억 ↑
- 자본총계 1조772억 감소” 주장
- 자회사 통매각 원칙 변경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 에어부산 인수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채권단에 “계약 체결 과정에서 알 수 없었던 부채가 과도하게 드러났다”면서 원점에서 재협상을 요구, 파장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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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여파로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 연합뉴스 |
현산은 9일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재협의를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에 공식 요구했다고 밝혔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부채가 4조5000억 원 늘어난 점 ▷부채 비율이 올해 1분기 말에는 지난해 반기말보다 1만6126% 급증한 점 ▷자본총계도 같은 기간 대비 1조772억 원 감소했다는 점을 들어 재협상을 주장했다. 현산은 “계약 체결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정황이 명백하게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4월 21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사전 동의 없이 긴급자금 1조7000억 원을 추가 차입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현산은 공식적으로는 ‘인수 번복’을 부인했지만 재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 인수 작업이 흔들리면서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에어부산의 미래도 ‘안갯속’에 빠져 들었다. 재협상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통매각’이 ‘분리매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에어부산은 일단 추후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아시아나와 함께 통매각하는 게 원칙이었던 만큼 현재로서는 산업은행과 현대산업개발이 잘 논의하길 바라면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 재협상을 못할 것도 없다는 기류도 흐르고 있다. 현산 측이 어떤 부분에서 재협의할 것을 요청한 적이 없었기에 채권단은 현산의 의도와 재협의 사안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산이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 가격을 놓고 채권단과 재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작년 말 주식매매계약(SPA) 당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 30.77%를 3228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4700원을 적용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지난 3월19일 2270원까지 떨어지는 등 계약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주 대금은 모두 금호 측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현산 입장에서는 이 부분을 절반 정도라도 더 깎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며 “산은도 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경우 구주 대금을 받아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 측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초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4000억 원대 이상의 구주 대금을 기대했던 만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옥재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