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익비치 41.52㎡ 7억 원대 등
- 재개발·재건축지 매물 ‘신고가’
- 해·수·남·동 ‘대장 아파트’ 쏠림
- 전체 시장 매매가는 0.01% ↓
정부가 아파트 분양권 전매 규제에 나서면서 재건축·재개발 입주권으로 자금이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초저금리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시중 자금도 시장에 불을 붙이면서 말 그대로 ‘불장’이다. 이 중에서도 지역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삼익비치 등 이른바 ‘대장 아파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명세를 보면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전용면적 41.52㎡가 지난 5일 6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평형 가격으로 환산하면 1평(3.3㎡)당 4062만 원으로 부산도 평당 4000만 원 시대에 도달했다. 이후 해당 면적 매물 호가는 7억 원대로 상승했다.
삼익비치 외에도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 단지의 입주권은 매물이 나오는 대로 팔려나갈 정도로 매수세가 뜨겁다. 오랫동안 ‘산만디’ 아파트로 외면받던 해운대구 재송동의 재건축 아파트인 79시영 아파트도 지난달 11일 정부의 분양권 전매 제한 정책 발표 이후 10% 넘게 상승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 관계자는 “재건축이 진행 중인 80시영을 비롯해 주변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한 두 달 새 급등에 급등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아직 재건축이 추진되지 않은 소형 아파트도 외지에서 버스를 타고 와서 매물을 쓸어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기존 분양권의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초 전매 제한이 풀린 수영구 남천동 포스코더샵프레스티지도 지난 5일 전용면적 84㎡가 9억3660만 원에 팔려 평당 분양가가 3000만 원에 육박했다. 최근 부산진구 서면롯데캐슬엘루체도 전매 제한이 풀리자마자 프리미엄이 2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오는 8월부터 분양권 전매 금지에 나선 것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규제를 벗어난 ‘돈 되는 물건’으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해·수·동·남(해운대·수영·동래·남구)’ 지역은 30평대 아파트가 10억 클럽에 가입한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부산지역 전체 부동산 시장의 지표는 침체된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발표한 지난주 부산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1% 하락했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산의 평균주택가격(5월 기준)이 2억5660만 원으로 대구(2억9702만 원)와 인천(2억5692만 원) 등 타 광역시보다 낮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부산은 최근 수년 동안 조정지역으로 묶이는 등 제재를 받아온 만큼 추가로 집값이 상승할 여력이 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의 소수 아파트는 서울 등 외지 투자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일부 재개발·재건축 입주권에 대한 과열 양상이 나타남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오는 8월 분양권 전매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규칙을 발표하면서 기존 분양권도 전매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등 기존 분양권과 입주권에 대한 강력한 추가 규제책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
장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