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보험 분야 22개 과제 제시
- 고령층 디지털 소외 문제 해소
- 금융회사 내부통제 준수 의무화
- 서민·청년 금융 지원책 등 담아

제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입법조사처는 ‘주요 입법 정책 현안’ 보고서를 동시에 발간했다. 이전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과제, 향후 현안으로 부각될 것이 예상되는 주제가 분야별로 정리됐다. 경제 산업의 금융·보험 이슈는 총 22가지. 면면을 살펴보면 내용은 크게 금융 신뢰도 제고와 소비자 편의 확대, 지원제도 보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 신뢰도 제고와 소비자 보호

지난해 대규모 원금 손실을 일으킨 DLF(파생결합펀드) 피해, 라임 펀드 환매 중단 등 사모펀드와 관련한 대형 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금융권에서는 사모펀드 제도 개선과 ‘신뢰 회복’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태 이후 당국이 급히 규제 강화를 발표했지만 애초부터 금융사가 제도를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사모펀드 규율체계 정비’가 과제로 지목된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양적 성장을 이뤘으나 그에 비하여 투자자 보호 및 유동성 관리 제도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감독 당국의 감시·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유동성 관리를 위한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고 수습이 아닌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준수 의무도 짚었다. 현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토록 의무를 부과하지만, 준수 의무는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적절한 내부통제체계 수립은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 요소로 평가되지만, 법률상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해당기준 준수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조사처는 금융신뢰도 회복을 위해 ▷보험의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한 보험판매자 배상책임 부과 ▷금융소비자 보호 ▷간편결제서비스와 소비자 보호 ▷대부업 관리 제도 등의 개선의 필요성을 함께 강조했다.

■금융 편의 확대, 변화하는 환경 지원

빠르게 변화한 금융 환경에 맞춘 소비자 편의성 확대와 지원 법안도 있다.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 및 전산화 ▷고령화와 금융 정책 과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 등이 그것이다.

실손보험 간소화는 오래전부터 입법 논의가 있었으나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대표적 법안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해 보험금 청구가 빈번하나, 청구 절차의 번거로움 때문에 소비자 불편이 계속되는 실정이다. 20대 국회에서 2개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법안소위를 넘지 못했다. 조사처는 “간소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바뀌는 절차에 따른 시스템 운영주체의 선정과 권한을 보다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도 시급하다. 그동안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로 지도·감독이나 약관 등을 통해 대응했지만, 지난 3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내년 9월 25일 시행)되면서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조사처는 “고령층이 디지털 금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을 과감하게 주도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강화하고 금융회사가 고령층 대상 상품 등을 다양화하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증가에 따른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도 환경 변화에 따른 법안으로 꼽혔다.

■지방은행 발전 노력 기울여야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 자금공급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은행 발전 필요성도 언급됐다. 2018년 말 기준 6개 지방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221조5000억 원으로 업계 1위인 국민은행 총자산(401조9000억 원)의 55.1% 수준이고, 경영성과 향상에도 한계를 보이는 실정이다.

2018년 4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지방은행 부진 원인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국내 경제구조로 지방 자금의 역외유출이 증가되고 ▷지역기업의 부도 등으로 지방은행의 자산부실이 대폭 증가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조사처는 “지방은행이 지역 밀착 관계형 금융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서민금융 지원 제도 ▷청년층 금융 지원 ▷대부업 관리 제도 ▷휴면예금에 대한 원권리자의 권리 보호 강화 등에 대한 법안 마련과 개선을 함께 촉구했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