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수부는 31억 확보해 대조적
- 지역 사정 외면한 전시행정 비난
정부의 친환경 관공선 의무 도입 제도가 지역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공선을 보유한 지자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적극 이행을 촉구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재정적 지원은 없어 정책 수립 취지가 무색해질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환경친화적 선박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 선박법)은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노후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 저감과 첨단 기술이 탑재된 선박 건조를 통한 국내 조선업 활성화 등이 입법 취지다. 이에 따라 공공분야에서 앞으로 관공선을 도입할 때는 액화천연가스(LNG), 전기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도입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친환경 선박 도입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선박 건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국비 지원은 일절 없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은 친환경 선박 건조나 전환을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하도록 되어 있다. 지자체가 국비를 받으려면 개별 사안에 대해 기획재정부 등 재정 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부산시 보유 29척의 관공선 가운데 어업지도선 1척은 올해 선령이 21년이다. 해수부의 권고 교체시기(선령 25년)가 다가오고 있어 친환경 선박 전환이나 신규 건조를 모색해야 하나 예산 문제로 차후 계획 수립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의 다른 관공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 관계자는 “친환경 관공선 도입과 관련해 정부가 시범적으로 국비 지원을 하는 사례가 있다면 적극 참여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자체 예산으로 이를 충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해운 관련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는 사정이 다르다. 해수부는 최근 제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친환경 선박 설계비 31억 원을 확보했다. 대상 선박은 6척(어업지도선 2척, 순찰선 2척, 수산자원조사선 2척)이다. 해수부는 2030년까지 보유 관공선 140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친환경 관공선 도입 정책이 지자체를 배제한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된다. 또 해수부의 ‘친환경 관공선 전환 기술자문단’ 운영과 관련 업무 세미나개최 등도 친환경 선박 운항의 필요성만 강조할 뿐 근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따라서 해양환경 보호라는 당초 법 도입 취지를 지키려면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친환경 관공선 구매 및 전환에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수부도 지자체의 이 같은 주장에 수긍하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별다른 지원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수부 측은 “관공선을 보유한 지자체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언급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