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피해 복구와 관련한 예산 수요가 늘고 있지만, 부산시가 운용하는 재난·재해 관련 기금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시가 코로나19 관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지난 4~6월 기금을 미리 끌어다 썼기 때문이다.
10일 시에 따르면 올해 초 1300억 원 수준이던 ‘재해구호기금’은 현재 300억 원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재난관리기금’도 1100억 원에서 140억 원으로 줄었다.
두 기금은 태풍이나 홍수 등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응급 구호 ▷구호 물자 비축 ▷피해 시설 복구 등에 투입되는 재원이다.
재해구호기금과 재난관리기금이 바닥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성격의 긴급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용 목적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 두 기금을 대신 사용한 것이다.
앞서 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총 1993억 원의 긴급민생지원금을 지급했다. 두 기금의 감소분 합계(1960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 관계자는 “재해구호기금의 경우 1300억 원 중 900억 원 이상을 긴급민생지원금 지급에 사용했다”며 “지금까지 겪지 못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1960억 원은 원래 목적대로 태풍과 집중호우 피해 복구 등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두 기금의 부족분을 메우려면 지방세 수입액 등을 활용해 적립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시가 징수한 지방세는 총 1조965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8029억 원)보다 9.0%(1622억 원)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세입 여건 악화에도 다행히 ‘펑크’는 나지 않았으나, 증가율은 지난 1~3월(32.7%)이나 1~4월(22.0%)보다 크게 축소됐다. 올 가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 지방세 총수입액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의 전망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