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 컴퓨터 사용해온 30대 기자
- 쇼핑몰 상품 사진 촬영·편집서 한계
- 월 5만 원 원스톱 마케팅 제안 ‘솔깃’
- 시장 상인 "전자상거래 필요성 절감
- 외부업체 쓰려니 비용 부담돼" 한숨
- 소상공·자영업자 마케팅 교육 절실
- 스마트스토어 전문가 권혁중 교수
- “60대 이상 상인 비율 높은 부산
- 촬영 공간·전문인력 지원책 필요”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컴퓨터를 써왔던 기자인데도 ‘쇼핑몰 창업’이라는 어색한 과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 개인판매자로 등록하는 기초 절차도 까다로웠다. 제품 촬영에서부터 상세 페이지 제작까지 사소한 과정 하나하나에 망설임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온라인몰에 대한 교육과 마케팅 지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가슴에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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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포동건어물도매시장 ‘대동상회’ 대표에게 쇼핑몰 운영 취지를 설명하고 제품을 소매가로 매입했다. 그는 “거래가 원활히 계속 이뤄지면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떼어주겠다”고 했으나, 기자는 “실험 삼아 쇼핑몰을 운영할 뿐 진짜 장사할 생각은 없다”고 대답했다. 사진은 아귀채를 220g씩 나눠 포장하는 모습. 김화영 기자 |
■첫 번째 난관, 제품 사진 촬영
신중하게 쇼핑몰 이름과 도메인(smartstore.naver.com/busanpada)을 결정하고 출고·반품지 정보를 게재하는 데까지 4시간이 걸렸다. 쇼핑몰 이름은 ‘부산꺼판다몰’인데 도메인은 n이 빠진 ‘busanpada’로 등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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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꺼판다몰' CI |
‘상품 등록’부터는 헤맴의 연속이었다. 온라인 판매에 맞도록 건어물 마케팅 페이지를 꾸미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은 수시로 찍어봤지만, 제품 사진을 찍는 것은 달랐다. 허접하면 구매자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았다. 다른 판매자의 아귀채 제품 사진은 먹음직스러웠고 배경과 조명도 완벽했다.
네이버가 판매자를 위해 스튜디오 공간을 제공하는 ‘파트너 스퀘어’(해운대구 센텀시티)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3곳의 스튜디오를 선택해 쓸 수 있는데, 이미 한 달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사설 사진관에 전문 촬영을 의뢰하고 싶었지만 제품 원가보다 마케팅 비용이 더 들 것이 분명했다.
파트너 스퀘어 같은 공간을 쓸 수 있다 해도 전통시장 상인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자갈치 아지매’가 물이 뚝뚝 흐르는 수산물을 가져다 낑낑대며 혼자 촬영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회사 사진부 후배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해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만뒀다. 여느 자영업자는 이런 인맥을 동원하지 못할 테니까.
결국 9000원을 주고 촬영용 흰색 천을 구매해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을 수밖에 없었다. 제품만 덜렁 올리는 게 허전해 보여 직접 아귀채 볶음을 요리해 ‘조리한 예’로 삼았다.
부산시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업체가 몰린 주요 거점마다 전문 촬영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건 어떨까. 전문 포토그래퍼가 제품 촬영을 지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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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세페이지 제작은 까다로웠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편집툴로 제품 소개 페이지를 만들었다. 혹시 구매 욕구가 더 생기지 않을까 싶어 직접 ‘아귀채볶음’을 요리한 예(사진 맨 왼쪽)를 첨부했고, 남포동건어물시장의 유래도 안내했다. 맨 오른쪽은 제품 검색 후 처음 뜨는 페이지. 김화영 기자 |
■상세페이지 제작, 아무나 할 수 없다
아귀채를 검색하면 상위에 뜨는 인기 제품은 흥미로우면서도 자세한 정보가 페이지에 나타났다. ‘구매 때 주의사항’ ‘보관 방법’ ‘맛있게 먹는 법’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노력’ 등이다. 이런 제품의 구매 후기는 100개가 넘었다. “정기구매가 필요한 제품이다”거나 “부모님께 선물하기 좋았다”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런 것을 ‘제품 상세페이지’라고 부른다. 직접 보지는 못해도 사고 싶도록 페이지를 꾸미는 것이 핵심인데, 전자상거래 마케팅에서 사진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요소다. 흉내를 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중급 수준 이상의 포토샵 실력은 필수였다. 다행히 네이버가 자체 제공하는 편집 프로그램인 ‘스마트 에디터’가 있어 이를 활용해 7장짜리 페이지를 만들어냈다.
남포동 건어물시장에서 만난 상인의 말이다. “130개 업체가 모여있는데, 코로나19 이후 대다수가 전자상거래 필요성을 느낀다. 그런데 온라인 제품 등록 과정이 워낙 복잡해 엄두를 못 낸다. 돈 주고 외부업체를 써야 하지만, 그럴 바에 단골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여긴다”고 털어놨다.
스마트스토어 전문가인 권혁중 경희대 외래교수는 “60대 이상 상인비율이 높은 부산의 특성상 포토샵 등 디자인 파트에 관한 꼼꼼한 전자상거래 지원책이 필요해 보인다. 시장 사정을 잘 이해하는 마케팅 전문 인력을 전략적으로 양성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육·마케팅 지원이 중요한 까닭
상세페이지 등록을 마친 다음 날 전화가 걸려왔다. 네이버와 협업관계인 마케팅센터라고 소개했다. “부산 기반 제품을 판다는 전략이 독특하다. 마케팅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규사업자 중 업종·지역에 따라 하루 2개 업체를 발굴해 지원 협약을 맺는다고 했다. 건어물, 아귀채 같은 단어를 입력했을 때 내 쇼핑몰이 우선 검색에 걸릴 수 있게 지원한다고 했다. 무료인데, 월 5만 원을 내면 스토어 배경을 매력적으로 꾸며주고 파워 블로거와 SNS 인플루언서가 제품 후기도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상세페이지 제작도 돕는다고 했는데, 겨우 해왔던 일련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니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남포동 건어물시장에서 30여 년간 전자상거래를 벌여온 ‘자갈치맘’ 차성래 대표는 “모든 자영업자가 전자상거래에 성공할 수 없다. 부산시가 의지를 갖고 나서는 자영업자를 선별해 초기에 집중교육과 마케팅 비용 지원 등에 나서는 것만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많이 팔 재고도 없고, 애초 인기를 얻는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다. 지난달 25일 제품 등록을 끝냈지만, 아직 판매된 것은 ‘0건’이다. ‘혹시 (대박이)…’라는 생각이 전부 사라져버릴 만큼 전자상거래는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