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해체와 관련해 두 달간 진행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부산 울산 경남지역 9개 지자체 주민은 ‘즉시 해체에 따른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지연 해체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민의 건의는 수용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6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부울경 9개 지자체(부산 기장군·해운대·금정구, 울산 울주군·남·중·북·동구, 경남 양산)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이들 지역에서 고리 1호기 해체와 관련한 주민 설명회 및 해체 계획서(초안)에 대한 열람 절차가 진행됐다. 그 결과 주민은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마련 후 해체 돌입 ▷즉시 해체가 아닌 지연 해체 실시 ▷해체 비용 증가에 따른 지자체 재정 부담 등의 의견을 주로 제시했다.
원전 해체 방식은 크게 ▷가동을 멈춘 뒤 방사능 준위(level)가 자연적으로 낮아지기를 기다렸다가 30~40년 뒤에 작업하는 ‘지연 해체’ ▷화학 약품이나 물리적인 기술을 활용해 방사성 물질을 조기에 제거한 뒤 작업에 들어가는 ‘즉시 해체’로 나뉜다.
정부와 한수원은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 2017년 6월 경제성 등을 고려해 즉시 해체 방식을 채택했다. 계획대로 라면 고리 1호기는 이 방침에 따라 2년 뒤인 2022년부터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반출이 시작되는데, 주민은 이에 대한 우려를 가장 많이 표출한 셈이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주민 설명회 등에서 ‘즉시 해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으나 한수원은 ‘정책적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즉시 해체를 결정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정책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의견 수렴 절차가 ‘요식 행위’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달 동안 기장군과 울주군에서는 각각 19명(기장군청 4명, 나머지 5개 읍·면 총 15명)과 31명(울주군청 5명, 12개 읍·면 총 26명)의 주민만 해체 계획서를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42일(60일 중 토·일·공휴일 제외) 동안 하루 평균 각각 0.4명과 0.7명만 본 셈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