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으로 고리·월성원전 총 6기의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경북 울진군에 있는 한울원전 1, 2호기에서도 시설물 이상으로 방사능 경보가 작동됐다. 한울원전에서 발생한 문제는 일단 태풍 때문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듭되는 원전 사고에 인근 주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는 “지난 7일 오후 5시 39분에 한울원전 1, 2호기의 공용 설비인 액체폐기물 증발기에서 이상이 발생해 방사능 감지기(경보)가 작동됐다”고 8일 밝혔다. 액체폐기물 증발기는 방사성 액체 폐기물을 보조 증기로 가열해 농축폐액과 응축수로 분리하는 설비를 말한다.
한울원자력본부는 방사능 경보 작동 즉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액체폐기물 증발기의 운전을 정지해 오염 가능성을 차단했다. 본부 관계자는 “채취 시료를 분석한 결과 경보 기준치 이하로 나오는 등 방사선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현장에 조사단을 보내 원인 파악에 나섰다.
방사능 외부 누출이 없다는 원전 당국의 설명에도 최근 잇달아 발생한 원전 사고는 자연 재해와 관련한 국내 원전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전체 원전 24기 가운데 지난 3일 오전 0시 59분 신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태풍 영향으로 총 6기(고리원전 4기, 월성원전 2기)가 멈췄다. 정기 정비로 이미 운전을 멈춘 7기까지 포함하면 24기 중 11기만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셈이다.
울산 중구 등 전국 16개 원전 인근 지자체 모임인 ‘전국원전동맹’은 이날 성명에서 “원안위와 한수원은 사고 발생 때마다 ‘주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며 “원전 사고 발생 시 현장 조사 참여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제 9호 태풍 ‘마이삭’과 제 10호 태풍 ‘하이선’에 의해 원전 6기(고리3·4호기, 신고리1·2호기, 월성2·3호기)가 발전 정지된 사고와 관련, 8일 공식 사과했다. 한수원은 강력한 태풍에 의해 높은 파도와 강풍이 들이치면서 다량의 염분이 발전소 부지내 전력 설비에 유입,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발전 설비를 보호하는 장치가 작동하면서 발전이 정지됐다는 게 한수원 설명이다. 현재 염분 제거 작업을 진행하는 등 재가동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수원은 또 원전 운영에 대한 국민 신뢰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데 사과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보다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