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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 온다며 장을 안 봐"…비대면 추석에 전통시장 썰렁

추석 열흘 앞둔 부전시장

  • 국제신문
  • 박지현 기자
  •  |  입력 : 2020-09-21 22:02:4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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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발 귀향 자제 움직임 속
- 장마·태풍에 제수용품값도 폭등
- 상인 "작년보다 매출 40% 뚝
- 농산물 가격마저 2, 3배 올라"
- 손님 다수 "올해는 간소하게"

- 올 차례상 비용 23만9205원
- 작년보다 5.1% 오를 전망

“추석 연휴를 앞둔 때면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지나다니기도 어려웠는데 이거 보세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추석을 열흘 앞둔 2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천일고기마트 이근호(35) 씨는 목장갑 낀 손으로 소고기를 다듬으면서 한산한 가게 앞을 턱으로 가리켰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사상 초유의 ‘비대면 추석’으로 귀향 인파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긴 장마와 태풍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통시장은 대목이 실종됐다. 제수용품 수요가 줄고 가격까지 오르면서 손님의 발길이 더욱 뜸해졌다.
   
21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의 농산물 매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코로나19로 귀향 인파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제수용품을 찾는 발길이 뜸하다. 이원준 프리랜서 windstorm@kookje.co.kr
■“최악의 위기” 울상인 전통시장

“예쁜 걸로 골라보세요!”

부전시장 입구의 한 과일상점에서는 제수용 배와 사과를 내놓은 상인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배 1개 5000원’이 쓰인 가격표만 힐끗 보고 지나갔다. 이 상인은 “가격을 물어보고 비싸다고 그냥 가는 손님이 태반이다. 과일 선물세트도 예년에는 제법 팔렸는데 올해는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전시장에서 제수용 생선을 전문적으로 파는 대양수산 강경숙(58) 씨는 “올해는 가족이 많이 안 온다고 평소 3마리 사던 걸 1마리만 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천일고기마트 이 씨는 “예년보다 매출이 30% 이상 빠졌고 고객이 사가는 양도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부전시장에 장을 보러 온 이들은 “이번 추석에는 예년보다 간소하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영실(사상구 엄궁동·66) 씨는 “서울에 사는 자식들에게 이번 추석에는 내려오지 말라고 해서 제수용품을 조금씩만 샀다. 그런데도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평소 3000원 정도하던 북어포 1마리가 5000원 하길래 제일 작은 걸로 샀다”고 말했다. 제수용 밤을 사서 가던 김 모(부산진구 범일동·74) 씨도 “올해 추석에는 모이지 말자고 했다. 조촐하게 차례상을 차리려고 한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깨끗하게 다듬은 배추와 무, 오이를 쌓아둔 한 청과상은 아무리 기다려도 손님이 오지 않자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그는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장사 좀 해보려하면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올해는 장마로 상품 가격은 비싸지고 질은 떨어졌다”며 다시 휴대전화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수용 문어를 늘어놓은 한 수산물 가게 앞에서는 “장사가 안 돼 어쩌냐”고 걱정하는 손님에게 상인이 “이렇게 장사가 안되긴 처음이다. 아예 가격표를 뗐다”고 혀를 차는 모습도 보였다.

부전상가상인회 김재섭 회장은 “부전시장에서 40년 넘게 장사를 해왔지만 올해가 최악의 위기다. 예년 추석보다 매출은 40% 줄고 농산물 가격은 2, 3배 올랐다. 지금 배추 1포기가 1만~1만5000원이다. IMF 금융위기 때보다 장사하기가 배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추 165%, 무 86% 상승

올해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차례상차림 비용은 전통시장 23만9205원, 대형유통업체 34만1747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5.1%, 10.3% 상승할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는 전통시장 기준 농수축산물의 가격은 ▷배추 165.6% ▷무 86.7% ▷밤 33% ▷사과 26.9% ▷계란 19.6% 올랐다. aT 관계자는 “일반가정의 수요가 늘어난 쇠고기와 생산량이 감소한 사과가격이 상승했고, 생육부진으로 큰 상품의 비중이 감소한 배와 재고량이 많은 대추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aT는 지난 10년 간 추석 성수품의 가격을 분석해 올해 성수품 구매적기도 발표했다. 채소류는 수요가 집중되는 추석 1~ 2일 전을 피해 추석 3~5일 전에, 쇠고기는 선물세트 등의 수요가 감소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추석 4일 전~당일에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과일은 제수용 수요가 많은 시기인 추석 5일 전부터 당일을 피해 추석 6∼8일 전에 구입하는 편이 좋다고 밝혔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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