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온라인 위주 환경 변화 속
- 상권 침체 등 되레 역효과 우려
- 식자재마트 등 대상 제외 지적도
대형마트 규제 효과를 놓고 논쟁이 불 붙고 있다. 전통시장 최대 반경 20㎞ 내에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도록 하는 유통상생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이번 법안이 유통산업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산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따라 변화된 유통산업환경을 반영할 수 있는 정책과 규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유통산업 환경 변화 반영해야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은 전통시장 경계로부터 최대 20㎞ 이내의 범위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도록 한 제한 범위를 대폭 강화했다. 지역구인 김해에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입점을 막으려는 취지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전국적으로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부산 부산진구의 부전시장을 기준으로 삼아 반경 20㎞를 적용하면 경남 김해와 양산 일대까지 대형마트 출점이 불가능해지는 결과가 도출된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아니라 유통산업 구조변화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한국유통학회가 내놓은 ‘유통규제 10년 평가 및 대중소유통 상생방안’ 연구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가 본격화한 2012년 이후 대형마트와 전문소매점(전통시장·음식점 등 골목상권·로드숍 등)은 매출과 업계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매출은 2012년 34조1000억원에서 2019년 32조4000억원으로, 전문소매점 매출은 144조2000억원에서 135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편의점과 무점포 소매점은 7년 동안 매출이 배 이상 증가하면서 반사 이익을 봤다.
■일자리 감소와 상권 침체 부작용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규제에 묶인 대형마트가 폐점하면서 유통 규제의 본래 목적인 전통시장 살리기보다 일자리 감소와 상권 침체라는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 유통학회가 지난해 12월 대형마트 소비자 46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으로 유입된 응답자는 5.8%에 불과했고 ‘아예 쇼핑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7%였다.
유통학회가 2017년 이후 폐점한 대형마트 7개 점포를 대상으로 마트의 폐점이 상권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 결과, 대형마트 폐점은 반경 3㎞ 이내 상권의 매출과 고용을 모두 하락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폐점 1년 후 소매업(슈퍼마켓 제외) 매출은 폐점 1년 전보다 2224억 원, 음식점업은 1545억 원 감소했다. 대형마트 점포 한 곳이 폐점하면 평균 945명의 고용이 줄고, 반경 3㎞ 이내 주변 점포 매출액 감소로 평균 429명이 실직해 1374명의 직간접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역 대형마트는 지난 2월 기준 35곳으로 홈플러스 13곳, 롯데마트 8곳,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 7곳 등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에 따르면 지역 대형마트 3사 종사자와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의 규모가 7000여 명에 달한다. 올해 초 롯데쇼핑이 전국 백화점과 마트, 슈퍼 등 200개 점포를 폐점하는 구조조정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실직 사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규제 밖 식자재마트와 중형 슈퍼
부산경남미래정책은 29일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식자재마트와 중형슈퍼마켓을 ‘준대규모점포’에 포함해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이 아닌 식자재마트와 중형슈퍼마켓이 전국에 3개 기업(대상베스트코·트라이얼코리아·장보고식자재마트) 47개 점포가 있는데 이중 15개(31.91%)가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김정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규제가 필요한 식자재마트와 중형 슈퍼마켓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패러다임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산업환경 자체가 변했다. 과거의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의 대결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규제의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