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개 회원국 지지 후 추대
- 다음 달 7일 전 결과 나올 듯
- 문 대통령 "지원 총력" 지시
- 분쟁 중인 일본 입김 걸림돌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지난 6월 출사표를 낸 이후 선진국 후보를 잇따라 제치고 4개월 만에 결승 무대를 밟는 것으로, ‘한국인 최초의 WTO 사무총장 등극’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국내외 이목이 집중된다. 유 본부장이 최종 당선될 경우 한국의 경제·통상 지위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각종 파고에 맞서 국내 무역의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 이사회에서 유 본부장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 이웰라(Ngozi Okonjo Iweala·여성) 후보자와 함께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WTO 164개 회원국이 한 명의 후보에 대해서만 선호도를 제시한 뒤 컨센서스(합의) 방식으로 신임 사무총장을 최종 추대하게 된다. WTO가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산업부는 다음 달 7일 전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
유 본부장이 당선되면 WTO 역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인 동시에 한국인 최초의 ‘WTO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1995년 출범한 WTO는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여성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제일 큰 고비(최종 라운드)가 남아 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다자 무역체제 발전과 자유무역질서 확대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독일 러시아 브라질 등 WTO 회원국 정상 간 통화와 친서 송부를 통해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한 바 있다.
유 본부장이 WTO 수장 자리에 오르면 4개월 전 그의 출사표대로 ‘WTO의 교역 질서 복원’을 한국이 주도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각국의 보호무역을 중재하거나 국제공조 체제를 발전시키는 주역으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처를 WTO에 제소한 우리 정부가 앞으로 일본과 벌일 ‘WTO 재판’에서 국제사회에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유 본부장의 최종 당선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이다. 유 본부장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WTO 제소를 주도해 온 만큼 일본 정부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본 정부의 ‘입김’이 WTO 주요 회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콘조 나이지리아 후보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그는 자국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했고, 세계은행(WB)에서도 오랜 기간 근무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개인 역량보다 국제 정치 논리가 적용되는 최종 라운드의 특성상 유 본부장의 당선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