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부처 간 업무체계 구축' 이유
- 정부, 원안위 기능·설립 취지 무시
- 시, 수년간의 이전 노력 수포 우려
- 컨트롤타워 입지 고리원전이 최적
- 한수원·원해연 등과 유기적 협력
- 원전사고·해체작업 신속대응 가능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세종시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정부가 ‘중앙부처 간 업무 체계 구축’이라는 행정 편의주의에 매몰돼 원전 안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동남권의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원안위가 고리원전 인근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원전 사고 등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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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세종시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부산을 비롯한 원전 밀집 지역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전경.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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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이전’ 부산서 첫 추진
원안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3월) 이후 국내 원전의 안전 강화와 정책 재정비 등을 위해 2011년 10월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이다. 위원장(차관급)을 포함한 7명의 위원과 15명의 전문위원 등 총 163명이 근무 중이다. 출범 당시 원안위가 제시한 주요 ‘임무’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대규모 원전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 ▷실전적 방재 훈련 실시 ▷방사능 재난 대응 인프라 확충 등이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공시된 ‘2021년도 원안위 예산안’ 자료를 보면, 원안위에 배정된 내년도 예산은 1545억 원으로 올해(1084억 원)보다 461억 원(42.5%) 증액됐다. 그만큼 원안위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출범 이후 지금까지 소재지(서울)를 바꾼 적이 없어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조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간 고리원전 사고 등을 겪은 부산에서 2014년 원안위를 지역으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해 7월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이 청와대에 이 문제를 건의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원안위의 기능과 설립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비부산권에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2015년에는 부산발전연구원(현 부산연구원)이 부산 이전의 타당성을 제시했고, 2016년 8월에는 당시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이 ‘원안위 원전 소재 이전 관련 법률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엘시티 비리 연루 의혹에 휩싸인 배 의원이 2018년 1월 의원직에서 자진 사퇴함에 따라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이후 시가 ‘원전 안전 및 방사능 방재 대책’ 등을 발표하며 원안위 부산 이전 계획에 다시 군불을 지폈지만 힘을 받지 못한 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결국 부산에서 처음으로 추진된 ‘원안위 이전’의 종착역이 엉뚱하게도 세종시로 결론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고리1호기 해체에도 악영향 우려
원안위가 정부 계획대로 세종시에 들어서면 원전 사고와 관련한 신속 대응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방사능 안전 정책 등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울경에 있는 관련 기관과의 협력 체계도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울산지역 탈핵단체 관계자는 “원안위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단순히 정부 기관 한 곳을 이전시키는 ‘행정 절차’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며 “원안위가 원전 소재지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원자력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영향으로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 1, 2호기의 가동이 중단됐을 때에도 지역의 탈핵단체 등은 “원안위가 고리원전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원전 관리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유기적인 대응이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원안위가 고리원전 1호기 해체의 총괄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고리원전 인근(부산·울산)에 설립될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 시스템 구축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원안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달 말까지 부울경 공청회를 마친 뒤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 최종안을 마련하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 등을 거쳐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원해연은 연구·개발(R&D)과 테스트베드(시험장) 기능 등을 수행한다.
이와 관련, 부산시는 ‘원안위 부산 이전’ 계획을 완전히 폐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땅한 대응책을 못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