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면 접촉 직군 부진 지속 전망
- ‘L자형’ 흐름 정체 우려 커져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1%로 대폭 낮췄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한국의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정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제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KDI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 한국 경제의 ‘V자 반등(경기가 저점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드는 현상)’이 내년에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DI는 1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3.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9월 전망치(3.5%)보다 0.4%포인트나 내려갔다.

이날 KDI의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2.9%)이나 한국은행(2.8%) 전망치보다 높다. 하지만 지난달 글로벌 IB 9곳이 각각 제시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의 평균(3.3%, 국제금융센터 집계)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통상 민간 기관보다 정부 전망치가 다소 보수적으로 잡힌다는 점을 고려해도 KDI의 하향 조정 폭(0.4%포인트)은 상당히 큰 수준이다. 다만 KDI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1%(지난 9월)로 유지했다.

KDI가 내년 전망치를 낮춘 것은 우리 경제의 ‘코로나19 사태 극복’이 예상보다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대면 접촉이 많은 서비스업 등의 부진은 지속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정상적인 성장 경로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소비 촉진 방안 등을 근거로 내년부터 우리 경제의 ‘V자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현실화된 지금은 ‘L자형’ 흐름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무역액 1조 달러 달성’ 목표도 지난달까지의 실적(7980억 달러)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버팀목 역할을 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