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지역 상공계가 분열 조짐을 보인다. 부산상의 허용도 회장의 차기 회장 추대안에 일부 기업인이 법적 대응이란 강한 카드로 맞서면서 ‘화합’을 강조한 허 회장의 도전이 빛바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부산상의에 따르면, 부산지역 기업인 14명이 오는 17일 부산상의 회의실에서 개최할 예정인 ‘차기 회장 추대’에 관한 임시총회를 열지 말라는 내용의 ‘임시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소송’을 부산지법에 제기했다. 허 회장은 본인이 연임을 포기하는 대신 차기 회장을 상공인의 의견을 모아 추대하자고 제안했다. 임시 상의 의원 총회에서 ‘차기 회장 추대에 관한 모든 사항을 현재 회장단에 일임한다’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국제신문 지난 4일 자 4면 보도)
소송을 제기한 기업인들은 허 회장의 차기 회장 추대안이 부산상의 정관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부산상의 정관을 살펴보면, 상의 회장은 의원 선거 후 일주일 이내 총회를 열고 선출해야 한다. 허 회장이 내놓은 추대안은 현재 상의 의원들의 전권을 위임받은 현재 회장단이 차기 의원 선거가 열리기 전에 다음 회장 후보를 내겠다는 얘기가 된다. 허 회장은 현재 상의 의원 대다수가 차기 의원으로 넘어가고, 안건이 통과되면 사실상 의원들의 뜻을 위임받은 것이라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현재 상의 의원들이 차기 회장을 뽑는 것이 법적으로 맞지 않다고 맞선다. 소송에 참여한 한 기업인은 “상의 정관에 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갑자기 추대로 방법을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이 소송이라는 강수를 두며 반기를 든 것은 차기 회장을 추대하는 과정에 허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허 회장과 선거에서 경쟁했던 일부 기업인이 차기 회장 출마에 의지를 보이는데, 추대 방식을 택한다면 이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 상공계의 화합을 내세우며 회장 추대안을 택한 허 회장의 시도는 시작부터 잡음이 생기며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법원이 소송을 기각하더라도 이미 허 회장의 추대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노출돼 그가 강조한 ‘화합’이란 취지가 무색해졌고, 임시 의원총회를 강행해도 현장에서 이 상황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허 회장은 이날 긴급 회견을 자청해 “차기 회장을 포기하고 분열을 막고자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유감”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