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구성 높은 유체베어링에 주력
- 탄소복합소재로 기대 수명 늘려
- 절삭용 유체토출장치 ‘MX-5’도
- 냉각효과 높아 생산성 향상 도움
- “중기 현실 반영한 지원 필요”
베어링은 회전축을 고정하고 하중을 견디는 역할을 하는 기계 요소로 움직이는 부분의 마찰을 줄여 원활한 운동을 돕는다. 자동차 냉장고 비행기 반도체 심지어 인체 인공관절까지 어디든 적용돼 부드러운 작동을 가능하게 한다. 대부분의 기계와 산업에서 부품역할을 하기 때문에 ‘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필연적으로 마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부품이기 때문에 강한 내구성과 정밀성을 갖춰야 한다. 부산 기업 UDM은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이 부문에서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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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체베어링 생산에 주력하는 UDM의 유준일 대표가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kimsh@kookje.co.kr |
■R&D 투자 연구소기업
UDM은 2016년 창업한 신생회사다. 연구개발에 지속해서 투자해 한 해 2, 3건의 특허를 출원 또는 등록한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소기업, 부산시 대표창업기업으로 지정됐다. 현재 동아대 하단캠퍼스 창업관과 녹산 공단에 공장을 두고 탄소복합소재 베어링, 절삭용 유체토출장치(MX-5) 등을 생산한다.
국내 중소기업은 대부분 볼베어링을 생산하는데, UDM은 유체베어링 생산에 주력한다. 볼베어링은 외륜과 내륜 사이에 볼을 배치해 두 개 원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원활하게 회전하게 한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마찰, 마멸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고 소음과 진동도 생긴다. 유체베어링은 금속 사이에 유체가 존재해 금속간 마찰을 최대한 줄이면서 이런 볼베어링의 단점을 극복한다. 특히 UDM은 탄소 복합소재로 유체베어링을 제조해 다른 제품보다 마멸률이 1100% 우수하다. 뛰어난 내구성 덕분에 이 제품을 사용한 기계 설비의 정비 비용 감소가 기대된다. 유준일 UDM 대표는 “발전기에도 베어링이 들어가는데, 이 조그만 부품 하나가 제 역할을 못 해서 발전기가 멈춘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큰 손해인가. 베어링의 내구도와 안정성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UDM의 다른 대표상품은 절삭용 유체토출장치인 MX-5다. 공작 기계 등으로 금속을 깎을 때 다듬질 면을 깨끗하게 하고, 열을 낮추려고 절삭유를 사용한다. 금속을 다듬을 때는 섭씨 900~1200도가량의 고온이 발생하는데, 제대로 냉각하지 못하면 절삭 공구와 피삭제가 달라붙는다. UDM의 MX-5는 이런 현상이 발생할 확률을 현저하게 낮춘다. 절삭유가 이 장치 내부를 통과하면서 특수하게 디자인된 돌기를 지나면 미세 기포가 생성됐다가 터진다. 이 기포가 강제 대류현상을 일으켜 더 뛰어난 냉각효과를 가져오고, 기포가 터지면서 공구와 피삭제를 떼어 놓는 원리다. MX-5를 적용한 절삭기계는 냉각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기계보다 더 빠르게, 오랜 시간 작동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온다. 유 대표는 “이 제품을 생산 라인에 적용한 대기업에서 생산성이 30% 향상됐다. 추가 인력채용이나 설비 도입 없이 이 정도 효과를 봤다는 것은 금액으로 보면 1000억 원 이상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긴 호흡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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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DM의 주요 제품. UDM 제공 |
중소기업이 UDM처럼 성과가 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중소기업은 운전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면 내일을 준비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돈을 쓰기보다, 당장 오늘을 사는 데 돈을 쓰기 마련이다. 유 대표도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이런 경험을 했다. 연구개발을 시작했다가 1, 2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회사가 투자를 끊는 바람에 그때까지 축적된 연구 데이터가 쓸모없게 되는 것이다. 유 대표는 “규모가 큰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할 때는 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중단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한국 중소기업은 그럴 환경이 못 됐다. 연구원이 조금만 시간과 비용이 있으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더라도 이미 한계에 부딪힌 기업 오너를 설득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하는 각종 중소기업 대상 연구개발 지원 사업도 대부분 1년 단위로 진행된다. 그보다 최소 2, 3년을 보고 길게 지원하면 연구 성과가 사장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기 쉽도록 대기업 출신으로 코디네이터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힘든 과정을 뚫고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성과를 내도, 새로 개발한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려면 거쳐야 하는 검증 과정이 연구개발 못지않게 험난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부품 하나가 고장 나면 생산 설비 자체가 멈출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이 뛰어난 신제품을 들고 찾아왔다고 덥석 사주는 게 아니다”며 “무엇보다 안정성 검증과 신뢰 확보가 중요한데, 이 과정이 2, 3년 정도로 길고 까다로워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놓고 포기하는 기업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마다 요구하는 사항도 다 달라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몰라 난감해 하는 중소기업도 많은데, 이럴 때 대기업 출신 인력이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도움을 준다면 거래를 시작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