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만 원 수당 못 받는 근로자
- 잔업 위해 하도급 도입 주장도
- 중기회장 “연장근로 보완할 것”
상시 종업원 50여 명인 부산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 사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때문에 근심에 빠졌다. 현재 생산직 중 11명이 주 60시간가량 근무한다. 52시간 근무를 준수하려면 3명 더 채용해야 한다. 추가 채용 땐 인건비가 13% 늘어나는 것으로 예상됐다. A 사 관계자는 “제품 원가율이 90%를 넘어 ‘남는 게 없는’ 수준이다. 인건비 부담까지 늘어나면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섬유가공업체 B 사는 주 52시간제에 대비해 근무 시간 조정을 추진한다. 현재 야간 근무조는 월~금에 하루 13시간씩 65시간 근무한다. 야간조 근무 시간을 줄이고 휴식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52시간을 맞출 계획이다. 하지만 그만큼 임금이 줄어 직원 불만이 크다. B사 대표는 “직원 사정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 회사도 생산량 15~20% 감소를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1일부터 50인~299인 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준수해야 한다. 5인~49인 기업은 7월 1일부터다. 주 52시간 근무로 인건비 증가 부담을 안게 된 기업들은 “너무 가혹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준비 상태를 조사한 결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 중인 218곳 중 83.9%가 도입 준비를 못했다고 응답했다. 산업계는 지난해 말로 끝나는 계도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 52시간제를 위반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주 52시간제는 주말을 포함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했다.
근로 시간이 줄면서 임금 감소를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월급 명세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잔업·특근 수당이 대폭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동자가 주 52시간제 도입에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 관계자는 “근속 연수에 따라 월 급여가 40만~80만 원 줄어든다. 이 때문에 잔업·특근을 계속하려고 사내 하도급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직원이 동료를 채용하는 ‘소사장’이 돼 5인 미만 업체를 꾸린 뒤 원래 회사와 도급계약을 하는 것이다. 5인 미만 기업은 주 52시간제에서 제외된다.
일부에서는 임금이 줄기 전에 퇴직금 정산을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주 52시간제는 업종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 일감이 몰릴 때 노사가 합의하면 특별 연장근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