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양조장 조이덕 대표의 사무실에는 100여 종의 막걸리 병이 전시돼 있다. 전국을 누비며 만났던 장인들이나 주류업체에서 개발해 판매하는 제품이다.
조 대표는 “2000년도 일본의 한 잡지에 ‘한국의 막걸리가 효모가 살아 있는 건강주’라는 기사가 나면서 막걸리 붐이 일었다”며 “준비 부족으로 인기는 곧 수그러들었지만 최근 다시 전국 각지에서 특산 명품 막걸리가 나오면서 제2 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통주 제조 기법을 고집하지 않고 젊은 층의 트렌드에 맞추면서 일어난 변화다.
다양한 제조 방법만큼 막걸리의 품질이나 가격도 다양해졌다. 이는 대형마트의 술 매대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마트의 막걸리 매대에는 한두 종류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가까운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 걸친 다양한 지역 막걸리 10여 종이 자리를 차지한다.
울산의 복순도가는 탄산을 많이 넣어 ‘샴페인 막걸리’로 불리는 1만2000원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유명하다. 전남 해남의 해창양조장은 출고가 11만 원의 ‘해창 롤스로이스’로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 금정산성 막걸리, 충남 논산의 우렁이쌀 손막걸리 등도 전국구로 이름을 알린다. 정부도 2015년부터 막걸리에 대한 소규모 공장 설립, 온라인 판매 허용 등 규제를 완화해 막걸리의 다양화에 힘을 보탰다.
조 대표는 “유럽의 와인 브랜드가 차별화로 성공했듯이, 막걸리도 농주에서 벗어나 한국의 와인 같은 명품 술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걸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막걸리 수출은 2018년 한해 140억 원 규모로, 국내 수입되는 일본 사케의 6%에 불과하다. 중국 백주에 비교하면 3%에 그친다. 우리 술을 지키고 성장시킬 때 나라의 자존심을 지키고, 외화 낭비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