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내고장 비즈니스 <1> 김해 가야양조장

100% 김해 쌀로 빚은 막걸리 …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젊은층 겨냥

  •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  |   입력 : 2021-01-03 19:53:30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기업 인프라가 균형적으로 갖춰지면서 지역마다 특색 있는 기업들이 이름을 알리고 있다. 경남과 울산에서 지역성을 살린 작지만 강한 기업과 전통을 지닌 장수기업 등 지역 기업과 함께 농·어업을 아우른 지역 경제의 최전선을 찾아간다.


- 글로벌 양주회사 15년 다닌
- 주류인 조이덕 대표의 ‘유턴’
- 제대로 된 ‘우리 술’ 집념으로
- 3년간 전국 전통주 명인 찾아
- 노하우 배운 뒤 고향서 사업

- 100번 씻은 한림면 고급쌀로
- 인공감미료 없이 33일 숙성
- “가야의 혼 담긴 프리미엄 명주
- 가격 비싸도 승산 있다고 봐”

고된 농사일에 지친 농부들과 서민의 허기를 달래주던 막걸리. 1837년 고서 ‘양주방’은 쌀과 누룩으로 빚은 뒤 청주를 떠내지 않고 걸러낸 술로 정의한다. 그래서 탁주(濁酒)다. 2000년대 초반 건강 술로 알려지면서 생산 붐이 일었지만 인기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막걸리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접목되면서 누룩 냄새 나는 저가 술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명품 술로 변신 중이다. 병당 10만 원대의 프리미엄 막걸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최근 김해시 한림면에 문을 연 가야양조장의 ‘가야 프리미엄 막걸리’도 명품 막걸리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양주회사에 근무하다 귀향한 조이덕(50) 대표의 ‘우리 술’에 대한 집념과 손맛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조 대표는 “막걸리도 유럽의 고급 와인처럼 명주로 대우받을 때가 왔다”고 역설한다. 2000년 전 가야의 혼을 담은 명주를 만들겠다는 그의 야심은 현재진행형이다.

■손맛 되살려 명품 바라보는 막걸리

   
가야양조장 조이덕 대표가 대표 상품인 ‘가야’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연말 경남 김해시 한림면의 가야양조장을 찾았다. 공장 문을 열자 누룩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실내에 머무는 동안 강렬한 냄새가 온 몸에 배는 듯하다.

쌀을 수증기에 찌는 증자실. 50대 여직원이 대야에 담긴 쌀을 손으로 씻느라 여념이 없다. 쌀을 씻는 세미(洗米) 작업이다. 단백질 덩어리인 쌀뜨물을 씻어내기 위해 무려 100차례나 반복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뜨물 제거는 술맛을 좋게 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바깥에는 삭풍이 불지만 힘든 작업 때문인지 여직원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조 대표는 100% 김해산 쌀로 만든 막걸리를 표방하며 지난해 11월 가야양조장의 문을 열었다. 앞서 다니던 회사를 나온 지 6년 만에 그는 프리미엄 막걸리 ‘가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정부가 막걸리 공장 규제를 완화하면서 제2의 막걸리 붐이 이는 호재도 맞았다.

   
가야막걸리 제조과정- 가야막걸리의 제조는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왼쪽 사진부터 1~4. 제일 처음 쌀을 수증기에 찌기 전 증자실에서 쌀을 씻는다(1). 밑술을 만들기 전 햇볕에 말린 누룩을 손질한다(2). 이어 밑술과 덧술을 혼합해 치댄다(3). 마지막으로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33일 숙성한다(4).
■글로벌 양주회사 몸담은 주류인

부모님이 김해 한림면에서 농사를 짓는 조 대표는 지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2000년 무렵 상경해 미국 위스키인 잭 다니엘스를 유통하는 ㈜한국브라운포맨에 입사한다. 조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글로벌 주류회사에 입사해 도매상, 호텔 등 거래처를 관리하며 주류 시장에 눈을 뜨게 됐다”고 전했다.

간부 자리에도 올랐지만 늘 마음에 차는 ‘우리 술’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즈음 친척인 제이케이크래프트 조태영(39) 대표가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서 막걸리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터 그의 운명도 바뀌게 된다. 그는 2014년 퇴사 후 소믈리에이기도 한 조태영 대표로부터 막걸리 제조법을 익혔다. 이 회사에서 제조한 ‘동래아들’이 4000원, ‘기다림’이 1만2000원이라는 고가에 판매되는 걸 보고 우리 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의 전통주 명인을 찾아 다니며 배움을 청했다. 마케팅은 자신이 있었기에 술맛만 제대로 낸다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귀중한 시간이었다. 술맛은 좋은데 판매가 잘 되지 않거나, 전통 양조장 업계에 젊은 사람이 없는 점도 확인했다”면서 “결정적 단점은 젊은 층의 트렌드를 모른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 얻은 결론은 ‘전통 제조 기법을 고수하면서 젊은 층의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고향 마을에 제조공장을 짓다

고향에 막걸리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두 손 들어 말렸다. “왜 돈도 안 되는 막걸리 사업을 하려느냐”는 불호령을 듣기도 했다.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2019년 6월 고향인 한림면에 있는 공장을 인수해 지난해 7월 주류 제조 인허가를 받았다.

그는 “경남도로부터 받은 주류 허가 조건이 ‘100% 김해 쌀과 재료를 사용할 것’이었다. 부모님이 재배한 쌀과 한림면의 쌀을 사용 중이며 앞으로 김해평야 전역에서 생산된 쌀을 사용할 예정”이라며 “일조량이 좋은 곳에서 생산된 최고의 쌀이라 최상급 막걸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출시된 브랜드 ‘가야’는 2000년 전 가야인의 꿈을 담았다. 청색이 도는 전면 라벨은 가야의 철기 문명을, 후면의 황토색은 김해평야를 각각 상징한다. 현재 하루 200병을 생산하는데 판매망을 늘려 하루 3000병 정도 생산할 계획이다. 그는 “가야는 오로지 수작업으로 제조한다. 일반 막걸리 숙성기간이 1~3일이지만 가야는 33일로 길다. 여기다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아 숙취도 없다. 우유 느낌의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젊은 층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시중 막걸리는 병당 2000원 선이지만 가야는 갑절인 4000원이다. 현재 롯데스카이힐스 김해CC에 공급하는 등 판매망을 늘리고 있으며 앞으로 10만 원대의 고가 막걸리도 개발할 예정이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6. 6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7. 7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8. 8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9. 9李 "중수청장 후보자 친윤 주장은 허위, "맛집 찾아갔더니 부실" 받아친 추미애(종합 2보)
  10. 10[속보] 민주, "전두환 내란 아니다" 국힘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 제출
  1. 1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2. 2“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3. 3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5% 첫 돌파…2050년엔 43%
  9. 9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10. 10‘부캉이’ 내일 다시 바다로…길이 50m 그물로 외해 유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5. 5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6. 6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7. 7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8. 8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9. 9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10. 10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우리은행
커피도시 부산 '카페 열전'
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부산을 K-팝 성지로
150년史 부산항 무대 삼은 아레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K-팝 명소로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