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차례 요청 불구 기재부 난색
- 정부선은 1134억 국비로 충당
- 역점정책 이행위한 뒷받침 필요
부산시가 정부의 항만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부응해 노후 관공선의 친환경 선박 전환을 적극 이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건조 비용 전액이 지자체 몫이어서 시의 부담이 커지는 실정이다. 예산 부족으로 인한 사업 차질을 막기 위해서는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2일 ‘2021년 친환경 선박 보급 시행계획’을 고시했다. 여기에는 연내 공공선박 23척과 민간선박 16척 등 총 39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시도 노후 관공선의 대체 건조 등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시는 어업지도선과 청소선, 행정선, 소방정, 해양정화선 등 29척의 관공선을 보유하고 있다. 시는 이 가운데 남항관리사업소 소속인 ‘부산 946호’(11t·강철 재질·사진)를 사업 대상으로 정했다. 항만 정화가 주 업무인 이 선박은 1990년에 건조됐다. 해수부의 권고 교체 시기(선령 25년)를 훨씬 지났다. 이 때문에 대체 건조나 친환경 선박 전환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산 946호는 수소연료 추진 선박으로 바뀐다. 비용은 33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예산은 실시설계 용역비 2억5000만 원이 전부다. 시는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필요 경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친환경 선박 전환은 사업우선 순위에서 밀릴 확률이 높아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경우 부산 946호뿐만 아니라 시의 다른 노후 관공선 교체 작업에도 애로가 예상된다. 부산 관공선의 절반가량은 건조한 지 20년을 넘어섰다. 남항관리사업소의 부산 501호(행정선)도 1992년 만들어졌다. 부산 946호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시는 이 배를 LPG(액화석유가스) 추진 선박으로 바꾸는 비용 50억 원 마련에 애를 먹었으나 국비를 받는 대신 산업통상자원부의 LPG 연구개발(R&D) 사업에 응모하는 우회적 방법을 통해 예산 미확보 위기를 넘겼다.
이 같은 상황은 친환경 선박 전환이 정부 역점 사업임에도 국비 지원 조항이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 이전에는 노후 선박을 대체 건조할 경우 관련 예산과 유류비 등이 지원됐다. 하지만 몇 년 전 지방교부세 제도가 바뀌면서 이 조항이 삭제됐다. 이 때문에 지자체 보유 관공선 교체 비용은 시·도가 전액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상황은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여서 전남과 충남은 병원선 건조에 각각 61억 원씩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부분은 친환경 선박 전환과 관련된 기술 자문, 표준설계 적용 및 통합발주 등을 통한 예산 절감 방안 제시 등에 그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재정적 어려움을 덜기 위해 그동안 여러 차례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예산 편성권을 쥔 기재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고쳐지지 않으면 지원이 불가하다는 논리다. 반면 해수부가 보유한 관공선 18척의 친환경 선박 전환에 필요한 예산 1134억 원은 모두 국비로 충당된다. 정부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무시한 채 항만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 관계자는 “관공선의 친환경 선박 전환이 정부 정책인 만큼 적극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 맞으나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가 이런 현실을 고려해 비용의 일정 부분을 국비로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