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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2-상> 팬스타그룹

“인생에 내일은 없다” 부 열망하던 청춘, 물류 전문화에 매달리다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  |   입력 : 2021-02-02 19:07:46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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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출신 사나이 김현겸 회장
- 어린 시절부터 선주의 꿈 키워
- 시력 탓 해양대 진학 못했지만
- 공대 진학해 경제·무역학 매진

- 해운 회사서 영업맨으로 잔뼈
- 국제물류 업무 대행사로 창업
- 이후 육상 운송 계열사도 설립
- 사업 넓혀 日 현지법인도 세워

- 목표 위해 청춘 바쳤던 김 회장
- ‘라떼’의 성공시대라 치부 말고
- 그 열망에 대한 욕심 배웠으면

   
부산 사나이 김현겸은 열정과 뚝심만으로 30대 초반 서울서 포워딩회사를 차렸다. 시간이 나면 컨테이너선과 컨테이너 트레일러를 옆에 두고 미래를 꿈꿨다. 배를 갖고 싶었던 열망이었으리라.
■목표, 열혈, 뚝심의 ‘라떼’

한때 뭇 사내들이 그랬듯 마도로스의 꿈을 품은 적이 있다. 눈부신 하얀 제복, 세계의 항구마다 발을 내딛는 환상, 더하여 담배파이프를 비스듬히 입에 문 겉멋…. 경북 내륙에서 살다가 서울로 갔지만 기껏 인천 월미도 앞바다나 봤으니 구체적일 리 없고 꿈은 슬며시 사라졌다.

부산에서 태어난 사내, 국립해양대학교까지 지척에 있으니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고 역시 그도 마도로스의 꿈을 꿨단다. 그런데 이 사내, 눈 어두운 얼치기의 겉멋이 아니라 구체적이었다. 배를 타서 먼 곳으로 도망치고, 큰돈을 벌고 싶었다. 1960~70년대를 살았으니 부산 역시 가난의 흔적이 덕지덕지했기에 벗어나고 싶었고, 아버지가 바다를 건너다니는 친구네는 풍요했다. 국제시장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마주치는 미제, 일제 등의 소위 ‘제(製)’는 또 얼마나 근사하던가. 그저 멀거니 부러워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선주(船主)가 되어 그 부(富)를 거머쥐고 싶었다. 소수서원을 품고, 선비를 되뇌며 부에 초연한 척하는 촌동네 출신으로는 감히 생각지도 못한 확실한 목표였다. 참 야무지고, 부럽다.

   
90년대 초반 김현겸은 잠실 롯데월드에 채워질 놀이기구 등 각종 수입화물을 맡아 미국 현지 공장을 다니며 경험을 쌓았다. 경비행기를 타고 내린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시티 공항.
그러나 ‘대한민국해양연명 총재’라는 직함이 먼저 눈이 띄는 이 사내, 팬스타그룹 회장 김현겸은 해양대학교는 가지 못했다. 시력이 입학 조건에 달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선택한 새 길이 토목공학. 이유는 그게 또 큰돈을 벌 수 있는 길로 보였다니, ‘부’에 대한 열망은 그저 꿈이 아닌 꺾이지 않는 의지였던 것이다.

가야고 재학 시절 요즘의 학생회장 격인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지내고,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해서는 경제학, 무역학까지 추가로 수강하면서 학생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로 인해 졸업 못할 위기를 맞았지만 1급 토목기사 자격을 극적으로 취득해 졸업할 수 있었다. 전공을 가리지 않은 탐구욕, 청춘에 걸맞은 펄펄 끓는 피, 막히면 다른 길을 찾아서라도 헤쳐나가는 지혜 혹은 뚝심. 아, 이거 지금의 청춘에게는 ‘라떼’로 들릴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유효하고 배울 만한 ‘라떼’ 아닌가. 그럼 이 사내의 다음은.

■선주가 ‘아직’이면 물류부터

   
캘리포니아 어바인시티의 존 웨인 공항에서의 김현겸.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친다.
1급 토목기사 김현겸. 어라! 건설회사가 아니라 해운회사에 취업한다. 그 자격증이면 안정적인 삶을 걸을 수 있을 텐데, 기어이 품었던 꿈에 다가가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해운회사라니 당연히 배를 소유한 선박회사인 줄 알았는데 운송화물을 중계하는 회사였다. 맥 빠졌지만 언젠가 선주가 되면 하게 될 일이니 제대로 배워보자 작심한다. 서울은 대학생활 4년이 고작이었으니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그렇지만 사원이 아니라 주인의 마음으로 뛰니 영업에 눈이 떠졌다. 그럼 이제 내 사업! 그렇더라도 겁도 없지, 딱 2년 만인 1990년 그간 모은 돈으로 서울 무교동에서 회사를 설립한다. 이름 하여 ㈜팬스타엔터프라이즈.

바다와 배가 익숙한 항구도시에서 자랐다고 그 세계를 전부 아는 것은 아니다. 원유, 천연가스, 철광석 등 특정화물을 운송하는 특수선과 달리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컨테이너선은 열차나 고속버스처럼 미리 정해놓은 스케줄에 의해 정시로 운항된다. 즉 출발과 도착, 운항노선이 정해져 있고 운송중계 회사는 그에 맞춰 화물을 모집해 컨테이너를 채우고, 배를 가진 선박회사에 운송을 의뢰하는 것이다. 얼핏 요즘 활발한 택배회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국내가 아니라 외국이 주무대이면 수출입이 되니 단순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포워딩(Forwarding)’이라 하는 ‘국제물류주선업’은 수출이나 수입, 즉 무역을 하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관련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집하, 입출고, 선적, 운송, 보험, 보관, 배달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일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매뉴얼이 있고 업무를 분장하면 치러나갈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생존과 발전!

■돈을 찾아, 거머쥐는 기술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사업다각화로 자동차 정비기기를 생산한다. 위쪽 사진은 X-타이프 카 리프트. 아래 사진은 부산항 신항에 구축한 4만㎡ 규모의 팬스타신항국제물류센터.
지구상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의 나라 대한민국. 다른 이유는 제쳐두고 모두가 너무 총명하고 열망은 강해서다. 더군다나 수출입이 경제의 주축이고 자본은 편중돼 있으니 사람을 자산으로 한 관련 업체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밖에. 오늘도 여전해 마침내 ‘헬(hell)’이 된 그 머리 터지는 바닥에서 우선 생존해내려면 무엇보다 영업이 필수.

그렇다면 기술은 개인기의 차이일 테니 생략하고, 김현겸의 남다른 전략은. 그가 처음 몸담았던 회사의 주 거래선은 일본이었다. 기왕 쌓인 경험에 수출입 물량도 많은 나라이니 그 역시 일본으로 특화했고, 그쯤의 판단은 좀 일반적이기도 하다. 아무튼 발전은 나중의 일이고 우선 생존의 기본은 이익 창출이다.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화물을 부두가 있는 부산이나 인천 등으로 수송하는 것은 육상의 일이다. 육상 경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되는 일로, 그는 이를 강조하며 1994년 육상화물운송 계열사인 ㈜팬스타트리를 설립하며 실천에 옮겼다. 전문화로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려는 뜻일 테고, 1999년에는 외항화물운송 계열사인 ㈜팬스타라인닷컴도 만든다.

‘부’가 목표였던 사내, 그 정도에서 머뭇거릴까. 진짜 ‘부’를 잡으려면 더 큰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일본에서의 통관, 입출고, 운송, 보관, 배달 등에서 파생되는 수익이 그를 허기지게 했고, 마침내 일본 현지법인 ㈜산스타라인 설립으로 1999년을 마감한다. 자, 이제 새로운 세기 2000년의 문이 열리니….

■열망은 꺾이지 않는다

사실 김현겸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건 크루즈선 이야기를 써보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처음 목표는 뒤로 미루고 쓰지 않으려 한 ‘라떼’의 ‘성공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럼 변명이 필요하다.

희망의 실패가 이어지며 ‘이번 생은 망했다’는 ‘이생망’을 낳았다. 그 좌절은 분노가 되고, 그 분노가 갈등으로 이어지며 우리들의 세상을 ‘지옥’의 ‘헬조선’이라 자조한다. ‘라떼’를 조롱하는 까닭은 그들이 기득권으로 문을 막고 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성공시대’는 더구나 열불난다. 일정 부분 인정하고, 각성도 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한 번뿐인 그 보석 같은 청춘을 분노의 어깃장으로 내다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인생, 40대 50대는 없다” 생각하며 살았단다. 왜, 망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청춘이 더욱 뜨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자, 정말 치열한 욕심이 있는가. 그게 있어야 청춘에 불을 지를 수 있다. “남의 피눈물로 돈을 벌어서는 안 된다“가 김현겸의 좌우명이기에 ‘라떼’의 ‘성공시대’가 아니라고 변명한다. 열망의 욕심이 있으면, 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스스로를 인재라고 생각한다면, ‘지역’을 ‘지방’이라 여기지 말고 이 사내에게 붙어라. 그의 인생을 훔쳐라!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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