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교육 디지털기기 지원 포함
- 아이폰 유상수리비 10% 할인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와 무상수리 비용을 떠넘겨 온 애플이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을 받는 대신 소비자 지원 방안 등이 담긴 1000억 원 규모의 ‘자진 시정안’을 이행하게 됐다. 부산시는 애플의 자진 시정안에 담긴 R&D센터의 부산 유치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검찰 등 5개 관계부처와 이해 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해 애플의 ‘동의의결안(자진 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피심 대상자(애플)가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 등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타당성 여부를 심사한 뒤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지원 방안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으니 과징금 부과나 형사처벌을 면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앞서 애플은 국내 이통 3사에 광고비 등을 떠넘기거나 단말기 구매를 강요한 혐의로 2016년 6월부터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애플의 이런 행위가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애플은 2019년 6월 동의의결을 신청한 뒤 지난해 8월 자진 시정안을 마련했다. 공정위가 이를 수용하기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애플의 ‘갑질’ 사태는 5년여 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총 1000억 원 규모로 마련된 자진 시정안에는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 ▷디벨로퍼(Developer·개발자) 아카데미 구축 ▷공교육 분야 디지털 기기 지원 ▷애플 제품 유상수리 비용 할인 ▷이통사에 대한 광고비 부담 최소화 등의 방안이 담겼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소기업과 소비자 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생 대책이 다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애플은 한국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총 400억 원을 들여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애플의 R&D 센터는 현재 일본, 중국, 이스라엘 등에서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부산시와 경북 구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가 R&D 지원센터 등의 시설을 해당 지역에 설립해줄 것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이 센터가 ‘제조업 특화형’ 시설로 운영되는 만큼 부산에 설립되면 지역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 지원 방안은 ‘수리비 할인’에 초점이 맞춰졌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상수리 비용(평균 30만 원)을 10% 할인해줄 방침이다. ‘애플케어 플러스’ 상품의 가격(평균 20만 원)도 10% 깎아준다. 애플케어 플러스는 보증 기간에 수리비를 지원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공정위의 동의의결안 확정으로 애플이 법적 책임을 피하게 되면서 글로벌 IT 기업에 ‘1000억 원짜리 면죄부’를 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동의의결은 원칙상 엄격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기업을 봐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제도”라고 선을 그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