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부산 등 원전 소재지로 옮기면 원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현장 중심의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는 국회 차원의 보고서가 나왔다.
‘원안위 이전에 따른 실익이 충분히 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최근 여야 간 논의가 본격화된 원안위 이전 관련 법안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원안위는 “지역사무소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서울 잔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따르면 국민의힘 황보승희(부산 중영도)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원안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이달 초 과방위 소위원회에 정식으로 상정됐다. 이는 법안의 실효성 등을 따지기 위한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안 골자는 ‘원안위를 원전으로부터 반지름 30㎞ 이내 지역에 입지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해당 법안을 검토한 과방위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원전 소재지로 옮기면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과방위는 근거로 ▷원전 현장에서 원자력 정책 신속 추진 ▷원전 인근 주민과 활발한 소통 ▷원전 사고 발생 시 적기 대응 등 3가지 기대효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과방위에 제출한 입장문을 통해 ‘원전 소재지로의 이전 불가’ 방침을 못박았다. 황보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이후 원안위가 이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문서 형태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과방위는 보고서를 통해 원안위 입장을 공개했다.
원안위가 밝힌 이전 불가 사유는 ▷원전 외에 방사선 관련 기관 9094개(지난해 말 전국 기준) 중 4008개(44.1%)가 수도권에 위치 ▷원전 소재지에 원안위 지역사무소 존재 ▷특정 원전 주변에 원안위가 위치하면 정치적인 논쟁이나 지역 갈등이 발생할 우려 등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추진 중인 원안위 이전의 목적이 ‘원전 안전 강화와 효율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입장은 논점에서 한참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황보 의원은 “원안위의 원전 밀집 지역 이전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원전 안전에 대한 대국민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사무소의 인력 규모도 전국 5개 사무소를 모두 합쳐 37명밖에 되지 않는다. 고리지역사무소에는 10명이 있다. 원전 운영의 중요도와 원안위의 컨트롤타워 기능 등을 감안하면 이들 인력이 해당 지역 원전의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