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누적 저장량 48만 여 다발
- 방사능 자연 처리 최대 30만 년
- 재검토위 의견 수렴 방식 논란
- 최종 발표 지연으로 계획 차질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가 18일 내놓은 대정부 권고안의 핵심은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책의 법제화’로 요약된다. 2019년 5월부터 현재까지 21개월에 걸친 토론과 의견 수렴, 전문가 검토 등을 진행한 것 치고는 사실상 ‘알맹이가 없는 결과’로 평가된다. 지난해 6월 초대 재검토위원장 사퇴 파문과 ‘부울경 의견 배제’ 등 재검토위의 활동을 놓고 그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는 원전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원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수로형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특별한 조치 없이 천연 우라늄 수준으로 방사능 독성이 낮아지려면 최대 약 30만 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말 기준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수는 총 24기이며, 사용후핵연료 누적 저장량은 48만2592다발이다.
원전 소재지나 인근 주민 입장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저장하느냐의 문제가 민감한 현안일 수 밖에 없다. 특히 해체가 예정돼 있음에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고리 1호기와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는 처리 문제가 민감한 현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검토위는 이날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권고한 것 말고는, 원전 안전에 대한 부울경 주민의 우려를 실질적으로 낮출 만한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비록 재검토위의 활동 목적이 ‘정책 수립’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2년에 걸친 논의 결과에 한계를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언주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재검토위가 도출한 결과(권고안)에 원전 인근 주민 모두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의견 수렴 과정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재검토위 김소영(사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차 공론화 때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검토위가 진행한) 의견 수렴 규모가 크고 훨씬 진일보했다”고 자평했다. 수치로만 보면 틀린 것은 아니다. 1차 공론화 당시에는 의견 수렴 모집단 규모가 2000명이었으나 이번에는 2만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 2만 명은 원전 소재지 주민을 특정한 게 아니라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나온 인원이다.
5개 원전 소재지 중 경북 경주를 제외한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울진군, 전남 영광군에서 ‘지역실행기구’를 통한 공론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실행기구 구성을 하지 않은 지자체가 일부 있었다는게 재검토위의 주장이다. 사실상 경주지역의 의견만 수렴된 것이다.
최종 발표가 지연된 것도 문제다. 애초 재검토위는 대정부 권고안을 지난해 말 발표할 예정이었다. 범정부 차원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계획’ 수립 일정이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재검토위로부터 권고안을 받는 즉시 후속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