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해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의 착공이 1년 이상 연기돼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해연 관련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진행한 기획재정부가 ‘고리 1호기 해체 시기보다 원해연이 빨리 설립되는 것으로 계획됐다’며, 이를 문제 삼아 예타 탈락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가 원전 해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리 1호기를 해체하려면 당연히 원해연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애초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원해연 착공은 내년 하반기 이후로 1년 이상 미뤄졌다. 산업부 김규성 원전산업정책과장은 “원해연 장비 구축 사업이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장비나 기자재가 없는 상황에서 (원해연) 건물부터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오는 8월(잠정) 예타를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내년 하반기 이후 착공’ 역시 재신청한 예타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는 것을 전제로 한 계획이어서,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원해연 건설이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한 사업은 ‘원전해체 장비 연구·개발(R&D)’이다. 원해연 건물에 들어가거나 원전 해체에 필요한 기자재를 고도화하는 게 골자다. 총사업비는 1289억 원(정부 967억 원·지자체 322억 원)이다. 예타를 총괄한 기재부와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예타 결과와 관련해 어떠한 설명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부와 한수원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재부와 KISTEP은 ▷원해연 착공 시기(애초 2021년 하반기) ▷수요조사 불충분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해연 착공이 고리 1호기 해체 돌입 시기보다 빨라서는 안 되고, 최소한 해체 시기와 비슷한 시점에 지어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리 1호기 해체는 최단기간으로 따져도 2, 3년 이후에야 작업이 시작된다.
재정 당국의 판단을 놓고 ‘과연 원해연의 기능을 이해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수원은 국제신문에 “원해연이 먼저 건립돼야 (원전 해체와 관련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그 이후에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해연 착공이 연기되면서 ‘2024년 하반기’로 계획된 준공 시기도 최소 2025년 이후로 늦춰지게 됐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