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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9-하> 세운철강③

철처럼 무겁게 가되 주위 살피다, 더 큰 도전과 나눔 위해

  • 배길남 소설가
  •  |   입력 : 2021-06-29 19:17:0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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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천 철도차량정비단 이전사업
- 신정택 회장 ‘13년 발품’ 성과
- 취수원 다변화도 해결 물꼬

- 제조업 중심 도시 발전에 한계
- 미래 먹거리 마이스 육성 절실
- 2030엑스포 반드시 유치해야

- 신재우 사장 ‘부전자전’ 경영
- 나눔과 동반성장에 한 목소리
- 전기차 대비 사업 다각화 준비

   
신정택 회장이 강서구 유통단지에 위치한 부산가공센터 2층의 회사 전시관에서 세운철강의 지나간 역사를 되짚어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세운철강은 올해로 43주년을 맞이했다.
■현재 진행 중인 부산 위한 발걸음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과의 인터뷰 후 글을 쓰면서 ‘실시간’으로 두 번 소름 돋는 일이 있었다. 한 번은 회사 창립 이야기를 썼던 날이 하필 창립기념일(1978년 6월 15일)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는 신기하게 여기긴 했으나 극히 우연의 상황이라 팔을 한 번 쓸고 말았다. 그런데 며칠 후 올랐던 닭살은 그 인상이 제법 강렬했다. 그날 쓰던 부분은 신 회장이 부산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장면이었다.

“부산의 먹는 물 문제는 후세를 생각하면 꼭 개선해야 해요. 낙동강 하류 말고도 경남 창녕 합천 등 다른 지역의 취수원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함께 노력했고, 저도 뒤에서 물심양면 도움을 드리고 챙겼지요. 이는 부산시민을 위해 꼭 이뤄져야 합니다.”

신 회장의 워딩을 정리하고는 무심코 지역 조간인 국제신문에 예기치 않게 이런 내용이 대서특필돼 있는 게 아닌가. ‘합천 황강물·창녕 강변여과수 공급…부산 ‘안전한 물’ 갈증 푼다‘.

요즘 말로 정말 ‘소오름’ 그 자체였다. 이런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신정택이란 사람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정말 열심히 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뤄낸 목표와 새로 보는 시선

   
세운철강 신재우 사장이 직원들과 토론하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소름 덕분에 순서가 바뀌었지만 그의 지나온 걸음에서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이전사업’은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부산의 100년 미래를 이어갈 대개조의 사업으로 평가받는 이 사업은 이전 비용만 4974억 원 등 모두 6293억 원이 투입되는 대역사(役事)다.

“자꾸 자랑을 하게 만드네. 사실 이 일도 2007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시절부터 진행했던 일인데…. 당시 10만 명 서명운동을 해도 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2009년 부산도심철도시설이전 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지난해까지 본격적으로 매달렸죠.”

결국 부산시민 104만2830명의 서명을 받고 청와대 국회 안 다녀본 곳이 없다고 했다. “이제 이전 이후 남은 부지를 어떤 그림으로 채울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신 회장의 표정이 시원하게 보였다. 하지만 이 사업만 해도 13년간의 줄다리기였다. 부산발전을 위한 그의 오랜 노력은 서서히 현실로 실현되어 가는 중이다.

가덕신공항, 북항 오페라하우스, 강서구 산업용지 그린벨트 100만 평 해제, 지역 항공사 에어부산 창립, 민간 주도 명례산업단지 조성, 철도부지 이전사업, 취수원 다변화 사업…. 2000년 이후 부산이란 도시가 큰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신 회장은 바로 그 곁에서 함께 했다. 차라리 노력의 성과들이 바로 나타났다면 그의 이름이 이렇게 각인되지는 않았으리라. 일이십 년을 관통하며 열과 성을 다한 그의 모습에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까.

“부산상의 회장을 하다 보니 뜻하지 않게 부산이란 도시 전체를 보게 됐어요. 무엇보다 책임감도 컸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앞으로 바라보는 부산에는 어떤 변화와 발전의 모습이 있을까. 그는 인터뷰 당시 물 문제와 동시에 부가가치가 큰 복합 전시산업을 의미하는 마이스(MICE) 도시로서의 부산을 이야기했다.

“부산은 지금까지 제조업을 주력업종으로 하는 도시였어요. 하지만 이젠 모든 환경이 바뀌었습니다. 해양특별시로서 물류의 중심도시이자 컨벤션 관광의 도시로 거듭나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2030부산엑스포가 반드시 유치돼야 합니다.”

미래를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또 다른 열정을 읽고 기대를 품는다면…, 어쩌면 그건 너무 미안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를 하게 만드는 그의 풍모는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세월이 조각한 것은 아닐까.

■쪽빛보다 더 푸른 세운철강

   
2018년 세운철강의 창립 40주년 기념식 때 신정택(오른쪽) 회장과 신재우 사장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의 장남 신재우 사장을 만나며 준비한 질문은 여러 가지였지만 주제는 단 하나였다. 그것은 “현재의 세운철강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가”였다. 먼저 원칙에 대해 묻고 싶었다. 부친인 신정택 회장이 인터뷰에서‘저스트 인 타임’과 ‘동반성장’을 7, 8번이나 언급했다고 말하자, 신 사장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더했다.

“저스트 인 타임의 실천은 고객사를 위하기도 하지만, 결국 일반소비자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공장의 효율을 높이면 가격이 그만큼 안정적으로 유지될 거니까요.” 단지 자사와 고객사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까지 더 넓게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동반성장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원자재 가격이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우리도 가격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순간의 욕심보다는 관계의 지속이 더 중요합니다. 30년 인연이 100년 거래가 되도록 노력해야지요.”

일반적 경제용어가 한 회사의 원칙으로 거듭나 사회적 책임감과 연결되는 모습이었다. 잠깐이었지만 세운철강의 미래가 언뜻 비춰지는 듯해 미소가 지어졌다.

신재우 사장은 2005년 경영지원부 사원으로 세운철강에 입사했다. 부장 부사장 등을 거쳐 입사 13년 만에 대표에 올랐다. 13년이란 시간이 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두 손을 내저었다.

“사원의 마음을 겪어봐야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죠. 회장님은 20년쯤은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도 솔직히 각오했던 바였지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세운철강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신 사장은 홈페이지 회사 연혁에 나와 있는 ‘끝없는 발전과 진화하는 세운철강’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언급했다.

“철강은 우리 회사의 기초입니다. 끝까지 가야할 핵심사업이죠. 다만 기준만을 지키는 것이 아닌 다각화의 시선도 가져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얇은 철강 외에도 두꺼운 철강이나 파이프, 전기차 배터리의 원재료 등 철강 가공의 다각화도 살피고 있습니다.”

신 사장은 전기차로 인해 자동차 생산 라인과 철강 부품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지적했다. “전기차는 엔진 자체가 없어지는 거죠. 차 한 대당 100kg 이상의 철강이 없어지는 셈입니다.” 산업의 변화에 따른 능동적인 대처가 중요한 시점이란 얘기였다. 이제 저스트 인 타임의 원칙이 무한히 확장돼야 할 때인 것이다.

부친인 인간 신정택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회장님은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며 세운철강을 만들었어요. 저에겐 그게 가장 큰 가르침이자 숙제입니다. 배우고 또 배우면서도 언젠가는 제가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목표니까요.”

그래도 나눔과 선한 영향력에 있어서만은 따로 떼어 놓고 말할 부분은 없었다. 세운철강의 나눔이 좋은 이미지가 되어 영업전선에서도 훨씬 도움이 된다며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회장님이 한창 많을 때는 기부를 1년에 15억, 적게 해도 10억씩은 하세요. 좀 많지요. 가만히 있다 무심코 그 얘기를 들으면 솔직히 억! 억? 하며 놀라기도 합니다. 하하하!” 웃으며 손사래를 치지만 내심 흐뭇한 표정이다.

‘철처럼 무겁게 가되 주위를 살펴라’. 평소 신 회장이 아들 신 사장에게 잊을 만 하면 들려주는 말이다. 어려울 때 돕고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란 의미인데, 신 사장은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한다.

신 사장을 만나며 ‘푸른색은 쪽에서 나왔으나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말이 떠올랐다. 3회에 걸친 세운철강의 이야기가 ‘청출어람 청어람 (靑出於藍 靑於藍)’의 이야기로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미래의 세운철강이 도전과 나눔의 모습에서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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