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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10-3> 해양항만기술회사㈜유주③

방파제 기술 진화 … 해상 풍력발전기 먼바다로 옮겨 민원 해결

  • 배길남·소설가
  •  |   입력 : 2021-07-27 19:04:08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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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콘크리트 블록 인양 방식
- 들고리 내장 … 부식되고 손상 커
- ‘무들고리공법’ U자 관통관 삽입
- 재활용 뛰어나고 녹물 양 줄여

- 에너지기술硏과 연구사업 협약
- 제주 연안 풍력에 기술 적용 이후
- 해안서 먼바다에 부유체 띄워
- 그 위 풍력발전기 설치 새기술
- 김상기 대표 무한상상력 현실화

   
㈜유주의 김상기 대표(오른쪽 네 번째)가 직원들과 함께 타이셀 블록 시공 동영상을 보며 모형을 통해 공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여기엔 무들고리 회파블록 타이셀 공법 등 다양한 특허기술이 담겨있다.
■물과 뭍 함께 지배하는 기술

부산 영도 동삼동의 패총은 무려 1만 년 전 신석기인이 바다를 접하고 살았던 흔적이다. 물과 뭍의 영역이 모호한 이러한 곳을 우리말로 ‘개’라 했고, 뭍이 됐을 때를 갯벌이라 했다. 이러한 개를 지배했던 부족이나 국가는 승리의 역사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와 파도는 언제든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할퀴어 지배란 말을 무색게 하곤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인간의 눈은 연안의 개를 벗어나 바다의 힘을 이용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바람과 파도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 그러나 연안의 파도조차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현실은 그 원대한 꿈의 발목을 붙잡곤 했다. 그런데 연안을 지배하는 기술이 탄생했다. 그것도 부산에서.

2018년 태풍 콩레이가 덮쳤다. 세계 최초로 월내항에 설치됐던 ㈜유주의 회파블록 타이셀 방파제는 테트라포드(TTP) 방파제에 비해 월파량을 10분의 1로 낮추며 그 효과를 입증했다. 방파제의 기술혁신이었다. 여기에는 회파기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주의 놀라운 특허기술들이 숨어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만 살펴보자.

방파제를 이룬 콘크리트 각 블록의 윗부분에는 U자 형태의 관통관이 설치돼 있다. 이른바 무(無)들고리 공법(건설신기술 제 825호). 유주 김상기 대표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전까지 항만용 콘크리트 블록에는 기중기로 블록을 들 수 있도록 와이어로프로 만든 들고리가 내장돼 있었어요. 전국 수십만 개의 블록에 와이어로프가 들어가죠. 블록을 들기 위해 그 비싼 걸 딱 한 번 사용합니다. 엄청난 자원 낭비죠. 녹슬고 부식되면 수십 년간 녹물이 나오죠. 해양환경을 위한 필수 기술입니다.”

무들고리 블록은 관통관에 와이어로프를 넣어 사용한 후 다시 빼내 다음 블록에 재사용한다. 몇 개의 와이어로프만으로도 수십, 수백 개의 블록을 옮길 수 있다. 이 또한 기술의 혁신!

“이게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일반 건물을 지을 때 전기배선을 위해 빈 전선관을 내설하거던요. 그 속에 전기선을 넣습니다. 그게 힌트였어요. 흔한 기술이지만 아무도 해안·항만 건설에 적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죠.”

사실 김 대표는 종합건설회사에서부터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달려왔다. 건설의 기본을 익혔다는 얘기. 이런 경험은 김 대표의 아이디어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원래 대학 시절 특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10여 년 전 마창대교 건설현장에서 외국기술에 좌지우지되는 국내 현장의 설움을 지켜보면서 우리 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죠.”

김 대표는 평소 생각해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응용해본다. 늦은 밤에 주로 정리하며 특허명세서를 작성하는 게 그의 일상이다. 완성된 명세서는 단골 변리사가 검토한다. 이렇게 통과된 특허만 국내 출원 29건에 등록 15건이다. 유주는 전 세계 60개국에 특허 등록 및 출원하여 세계적 원천기술의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있다. 바야흐로 해양항만기술회사로서 그 입지를 다져나갔던 것이다.

응용된 대표적 특허기술은 무들고리 외에도 레고를 연상시키는 타이셀 공법이 있다. 지난 회에도 언급했듯이 구멍 뚫린 소형 블록들을 모아 붙여 대형구조물을 만든 후, 관통하는 구멍에 방수 비닐막을 넣어 콘크리트를 위에서 부어 결속시키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50t의 TTP까지 날려버리는 강한 파도에도 끄떡없는 견고한 방파제를 탄생시켰다. 유주로 인해 대한민국은 연안을 지배하는 순수 우리 기술을 소유하게 됐다.

■진화하는 기술 혁신의 서사시

   
태풍 차바로 테트라포드(TTP)가 유실된 곳에 설치된 가덕도 대항항의 회파 타이셀 방파제.
기술 혁신으로 유주의 방파제는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지난 70년간 세계 연안을 지배했던 TTP의 벽은 견고하다. 지금도 적지 않은 단점의 TTP는 타성에 젖은 관례와 기존 설계를 이유로 계속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유주 직원들은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기술개발에 몰입했다. 기술의 성공은 소문으로 이어져 회파 타이셀 방파제 또한 그 영역을 차츰 확장하고 있다.

잠제(潛堤)라 불리는 수중방파제도 한 예다. 부산의 송도 해운대 등 전국 곳곳에 TTP가 잠제된 수중방파제가 설치돼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평균 수심이 불과 1, 2m에 불과해 항해하는 선박과 부딪치는 일이 발생하고, 틈새마다 온갖 쓰레기가 쌓여 해수가 소통하지 못해 오염되는 곳이 늘어갔다. 또 초기엔 모래유실을 막는 역할을 해냈지만 태풍으로 TTP가 흩어져 유명무실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연안정비 명목으로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TTP 수중방파제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만약 유주의 타이셀 공법에 회파원리를 응용한 ‘어초형 수중방파제’가 설치된다면 위에 나열된 문제점들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혁신이 일어날 일이었다.

   
유주가 회파 타이셀 방파제 기술을 응용해 시연한 수중 타이셀 방파제의 컴퓨터 그래픽 모습.
“일단 유실될 일은 절대 없겠죠. 무엇보다 해류가 자연스레 소통되면 친환경 어초 기능은 덤이 될 겁니다.”

유주의 기술은 서로 합쳐져 보다 혁신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특징이 있다. 비근한 예가 바로 ‘천공 타이셀 공법(특허 제10-2022341호)이다. “앞서 언급한 타이셀 공법이 전체 블록을 하나의 방파 구조물로 탄생했다면 천공 타이셀 공법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레고처럼 조립해 완성된 구조물이 타이셀 공법이라면, 그 연결된 구멍을 통해 수중 지반까지 구멍을 뚫어 콘크리트 기둥으로 결속시키는 방법이 천공타이셀 공법이다. 이 공법을 적용하면 어떠한 자연재해가 있더라도 방파제가 소실되는 일은 없고, 콘크리트 블록이 훨씬 더 축소될 것이다. 친환경적이며 당연히 공사기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이를 설명하던 김 대표가 갑자기 진지하게 묻는다. “이 기술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라고요. 혹시 아시겠어요?”

   
지난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협약을 맺은 제주도 연안 풍력발전 투시도(왼쪽), 먼바다에 조성된 콘크리트 부유체 위에 설치된 해상 풍력발전기 투시도. 불과 4개월 뒤에 유주는 또다시 신기술을 내놨다.
■또 다른 진화와 새로운 도약

유주는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과 ‘연안지역 대형 풍력발전기 설치를 위한 친환경 수중블록 결속방식 하부구조 개발사업’의 연구사업 협약을 맺었다. 제주도 연안에 건설되는 해상풍력발전기 사업의 하부 기초기술에 유주의 특허기술인 무들고리, 회파블록, 타이셀, 천공타이셀 공법 등이 총동원된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태세전환이란 말인가. 분명 방파제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풍력발전이라니?

“저도 처음엔 놀랐어요. 해상풍력이나 파력 등 해양 신재생에너지의 기초시설에 유주의 방파제 기술이 이렇게 많이 적용되고 필요할지는 생각을 못했거던요.” 악천후와 싸우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방파제 기반 기술은 해양 신재생에너지 발전기를 탄탄히 세우는 기반 기술로 더할 나위 없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여기서 상상의 나래를 더 펼쳤다. 유주 수중 결속기술로 해안에서 20~50㎞ 먼바다에 앵커로 고정시킨 콘크리트 부유체를 제작해 그 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소음 민원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한 번에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대표 특유의 상상력과 응용력은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어 더 강하게 폭발한다. 그 전말은 다음 회에 소개된다.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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