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류검토만 최소 2년 걸릴듯
- 원전해체 산업 타격 현실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고리원전 1호기의 해체 계획과 관련한 적절성 심사를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작성한 ‘고리 1호기 최종 해체계획서’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심사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리 1호기 해체의 첫 단추이자 토대로 볼 수 있는 ‘심사’ 절차가 미뤄지면서 이 사업의 전체 일정은 물론, 고리 1호기를 필두로 한 국내 원전해체 산업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원안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10일 제147차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고리 1호기 해체승인 신청에 대한 서류 적합성 검토 결과 및 심사 계획’을 원안위원들에게 보고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5월 ‘고리 1호기 최종 해체계획서’를 ‘해체승인 신청서’와 함께 원안위에 제출했다. 이후 KINS가 최종 해체계획서 등의 적절성 여부를 조사했고 그 결과를 이번 147차 회의 때 보고한 것이다.
KINS는 “고리 1호기 최종 해체계획서에 사용후핵연료 종합관리 계획이 들어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사용후핵연료 반출 및 해체 일정과 관련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이런 상황(사용후핵연료 종합관리 계획 미포함)에서 해체승인 심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종 해체계획서에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는 정부 정책이 확정되면 계획을 별도로 수립해 관리할 예정이다’란 내용만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원안위는 한수원에 최종 해체계획서 보완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보완된 계획서가 (원안위에) 제출되면 그 때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원안위는 “보완된 계획서도 심사를 진행하기 곤란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지난 5월 제출된) 한수원의 해체승인 신청 서류 자체를 반려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각종 공청회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부재’가 이번 원안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표면화되면서 고리 1호기 해체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우려된다.
원안위가 이번 회의에서 정한 ‘고리 1호기 최종 해체계획서 심사 기간’은 최소 24개월이다. 아무리 빨라도 서류 검토만 2023년 9월 끝나는 셈이다.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정책 수립이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어 2년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대대적으로 육성 중인 원전해체 산업은 궤도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원전해체 산업은 고리 1호기 해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원전해체연구소의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으로 이미 경쟁력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이석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