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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습격…바다의 비명 <상> 플라스틱 섬

을숙도·가덕도 뒤덮은 ‘쓰레기 산’…수거 예산 11년째 그대로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1-09-22 19:14:5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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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비 못써 사람이 일일이 수거
- 페트병·일회용품·냉장고 문까지
- 10분도 안 돼 50ℓ마대 가득 차

- 낙동강 하류 미세플라스틱 농도
- 英 조사 결과 세계 3번째로 높아

- 코로나 탓 폐플라스틱 급증에도
- 수거 예산 국비 비중 40% 동결
- 부산 상시 수거인력도 100명뿐

지난달 중순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아시아 최대 철새도래지인 부산 사하구 을숙도 남단 갈대숲. 취재진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류 보호 안내문’에 걸린 커다란 폐그물. 가까이 다가가자 폐그물 사이에 숨어 있던 게 수십 마리가 달아났다. 몇 마리는 그물에 걸려 버둥거렸다. 흙 속에 파묻힌 폐그물은 두 사람이 들어 올리기도 힘들 만큼 무거웠다. 습지로 한걸음 다가서자 처절한 속살이 드러났다. 바닥은 말 그대로 쓰레기장. 생수병·라면 봉지·스티로폼·로프에 플라스틱 용기까지 생활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한켠엔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어류 영양제 빈통 20여 개가 방치돼 있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쓰레기가 발에 걸렸다.

■해양쓰레기 수거량 2·5위 경남 부산

   
지난달 중순 부산 강서구 가덕도 한 자갈해변에 가득 쌓인 쓰레기. 대부분은 스티로폼 부표·페트병·일회용 식기 등 플라스틱이었다.
을숙도는 450㎞ 낙동강의 끄트머리. 을숙도를 마지막으로 바다와 만난다. 강원도 황지에서 수백㎞를 여행하는 동안 인간이 배출한 쓰레기까지 품고 을숙도에 도착한 것이다. 동행한 환경단체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는 “생활쓰레기는 물론 어민들이 버린 폐그물과 어구가 낙동강 하구까지 떠밀려와 갈대숲 전체를 덮었다. 먹이를 잡으려다 폐그물에 걸려 죽는 새를 수 없이 봤다. 국내 최고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의 현주소”라고 탄식했다.

수거되지 못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대로 바다까지 흘러 들어간다. 해상을 떠돌던 바다 쓰레기와 만나 거대한 섬을 만들기도 한다. 동남권신공항 예정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동 새바지 해안이 그 현장이다. 지난달 태풍 ‘루핏’이 할퀴고 간 새바지 해변은 그야말로 ‘플라스틱 섬’이었다. 500m 남짓한 자갈해변 전체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페트병은 기본이고 일회용 접시에 냉장고 문짝까지 눈에 띄었다.

부산·경남의 양식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스티로폼 부표도 수십 개 발견됐다. 자갈을 들어내자 바람과 파도에 잘디 잘게 쪼개진 스티로폼 알갱이가 모래에 파묻혀 있었다. 50ℓ 마대를 들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웠더니 꽉 채우는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가덕도를 포함해 부산 강서구청이 한 해 수거하는 하천·해변 쓰레기는 1만여 t. 강서구 강병욱 수산관리계장은 “평소 낙동강을 따라 흘러온 쓰레기와 바다에 떠다니던 쓰레기가 태풍이나 강풍을 만나면 해변으로 밀려온다. 치우고 돌아서면 며칠 뒤에 또 쌓인다. 자갈해변에는 중장비도 들어올 수 없어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해야한다. 오전 내내 치워도 30%를 못 치웠다”고 토로했다.

해양수산부의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2019~2023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해양 폐기물 발생량은 총 14만5000t. 초목류를 제외한 8만4000t 가운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80%를 차지한다. 쓰레기의 유입 경로는 육상 40%와 해상 60%. 강과 바다가 만나는 부산·경남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집결지라 할 수 있다. 해양환경공단 해양환경정보포털이 집계한 ‘2008~2020년 해양쓰레기가 가장 많이 수거된 5개 시도’는 ▷전남(28만7208t) ▷경남 (18만9329t) ▷제주(10만5354t) ▷충남(10만2192t) ▷부산(6만2569t) 순. 경남과 부산 모두 상위 5위에 든다.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도 2018년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영국 머지강과 인천·경기 해안에 이어 낙동강 하류가 세계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3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도 국내 5대 강 가운데 낙동강을 통한 미세플라스틱의 해양 유입량을 연간 약 9조5000억 개(54t)로 추산한다. 한강(29조7000억 개·168t)에 이어 두 번째다. 심원준 KIOST 책임연구원은 “낙동강 유역은 인구 밀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산업시설도 밀집돼 있어 배출량이 많다. 더구나 낙동강 하류는 갇힌 구조가 아니라 바다로 열려 있어 쓰레기가 확산하는 통로”라고 말했다.

■낙동강 쓰레기는 부산 몫?

   
환경단체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가 을숙도 남단 갈대숲에 버려진 거대한 폐그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애 주기 관리와 함께 해양 유입 전 수거가 필수적이다. 부산에서도 2009년부터 ‘낙동강 유역 하천·하구 쓰레기 정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2014~2020년 부산시가 낙동강 정화 사업으로 수거한 쓰레기 양은 2만9095t. 경남 거제시가 실시한 ‘낙동강 해양쓰레기 유입경로 실태조사 및 대처 방안’ 조사를 보면 2011년부터 거제 동북부 해안에 8000t의 쓰레기가 밀려 들어와 관광·수산업 부분만 15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기수역 복원을 위한 낙동강 하굿둑 개방 사업과 코로나19에 따른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사전 수거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반면 예산은 그대로다. 올해 부산시의 해양쓰레기 수거 예산은 42억7800만 원. 국비 40%·시비 36%·낙동강수계관리기금 24%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국비 비중은 2010년 50%에서 40%로 낮춰진 뒤 11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예산이 적어 226㎢에 이르는 부산 해안선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상시 인력은 100여 명에 불과하다. 사각지대가 생기거나 접근이 어려운 곳은 쓰레기가 장기간 방치되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부산시는 118t 짜리 쓰레기 수거용 청항선이 들어가지 못하는 수심이 얕은 해역을 청소하기 위해 소형 어선 10여 척을 동원하려다 한 달 임대료 70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해 포기했다. 집중호우나 태풍이라도 오는 경우에는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부산시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태풍 마이삭·파이선으로 다대포해수욕장 일대에 쌓인 3000t가량의 쓰레기를 치우는데 14억 원이나 소요됐다. 국비 절반을 제외한 나머지는 부산시와 사하구가 지불했다.

해양 쓰레기는 운반과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운반선 임차는 물론 소금기를 머금은 쓰레기를 위탁처리하려면 t당 30만 원이 들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국비 비율을 70%로 상향하라고 줄기차게 건의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낙동강은 부산 뿐만 아니라 국토의 23%를 차지하는 국가 하천이다.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이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만큼 정부가 예산 증액을 고려해야 한다. 낙동강 상류에는 쓰레기 차단시설 설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이 기획은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인터랙티브 뉴스-미세플라스틱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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