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하면서 도시가스·건강보험료 등 다른 공공요금을 비롯해 소비자물가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물가 고공행진’ 기류가 심화하면서 코로나19 등으로 경제 활동이 어려운 서민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올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0.0원으로 책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전 분기(-3.0원)보다 3.0원 오른 것이다.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350㎾h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음 달부터 월 최대 1050원(3.0원×350㎾h)을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인상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문제는 다른 공공요금도 인상을 앞두고 있거나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적용할 고용보험료율을 현행 1.6%에서 1.8%로 올리기로 지난 1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월 300만 원을 버는 직장인의 고용보험료(본인 부담액 기준)는 매달 2만4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3000원 인상된다.
건보료 인상도 예상된다. 정부가 인상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17년 20조7733억 원에서 지난해 17조4181억 원으로 급감했다. 연료비 가격 흐름에 따라 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도시가스 요금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공공요금의 ‘도미노’ 인상은 전체 소비자물가의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8월 전국의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8월보다 2.6% 상승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산의 소비자물가 지수도 지난해 8월보다 2.4% 올랐다. 그동안 정부는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2%는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 안정 목표치다.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단행되면서 ‘연간 기준 2%대 상승’은 기정사실화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0.0075%포인트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다”며 “10월 가스요금을 동결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