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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와 배우는 금융상식<11>기업이 현금을 쌓는 이유

  • 김해성 한국거래소 연구위원
  •  |   입력 : 2021-10-30 10: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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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와 배우는 금융상식<11>기업이 현금을 쌓는 이유, 현금비중에 주목하자/ 김해성 연구위원 한국거래소 증권·파생상품연구센터



요즘 투자자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투자결정을 할 때 기업의 재무정보를 잘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주가수익비율(PER)과 같은 수익성 지표에만 관심이 치우쳐 있는 것 같다. 물론 투자하려는 기업이 지금 얼마나 잘 벌고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얼마나 튼튼한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수익을 내는 기업이라도 돈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면 빌린 돈을 정해진 날짜에 갚지 못해 부도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생존여부를 도전받고 있는 시기에 기업의 현금 비중은 간과할 수 없는 지표가 된다. 그래서 오늘은 현금성 자산 비중을 활용해 투자하려는 종목을 점검하는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세계 각국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상장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비중(12월 결산법인 기준)도 2000년 약 11.3%에서 2020년 약 20.7%로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기업들이 현금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현금을 쌓고 있는 것일까?

   

우선, 우리가 일상에서 의식주 해결뿐만 아니라 학원에 가고 헬스장을 다니는 것처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금이 필요한데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 외에도 주기적으로 현금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신기술 확보, 신규 설비 구입, 새로운 공장 건설 등에 더 많은 현금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얼마전 1조 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입하여 미국의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 간 기술거래나 기술기업의 인수는 앞으로 더 빈번하게 이루어질 것이고 기업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현금을 쌓고자 할 것이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는 또 다른 이유는 예상치 못한 악재로 경영활동이 어려워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한 일부 국내 기업들은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당장 갚아야 할 돈을 갚지 못해 줄줄이 도산했다. 최근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인해 부도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사태에서 보듯 현금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업이 현금보유를 확대하려는 배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투자자라면 투자하려는 종목에 대한 성장성과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해 기업의 현금비중에 주목할 것이다.

투자하고자 하는 종목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 있는 기술성장주라면 경쟁기업과 비교해 현금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뒤처지지 않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치료제가 유망할 것이라 판단하는 투자자라면 시장선점을 위해 치료제를 먼저 개발 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 경쟁기업들 중 현금비중이 높은 기업은 사용료를 지불하고 치료제관련 기술을 도입해 다른 경쟁사보다 치료제를 먼저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기업이 선진기술의 사용료를 지불할 만큼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또한, 경제위기, 관세폭탄, 원자재가격 급등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종목의 위험관리 능력을 살펴야 한다. 기업들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현금으로 즉시 바꿀 수 있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런 자산을 일 년 이내에 갚아야하는 부채로 나눈 것을 당좌비율이라고 하는데 이 당좌비율이 100%이상인 기업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도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부도를 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국내상장기업 현금 및 단기투자자산 비중 추이

이전보다 더 치열해진 경쟁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현금을 축적 하는 이유와 투자자들이 투자종목을 선정할 때 현금비중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무분별하게 현금을 축적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경계해야한다.

장기간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현금비중만 높아진 종목은 경영자가 기업에 필요한 투자를 소극적으로 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경영자들은 기업의 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적정 수준의 현금 비중을 결정하지만 지배구조가 약한 기업의 경영자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확산됨에 따라 경영자들은 주주의 이익보다 기업 자산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고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기업자산 중 경영자의 재량적 권한을 높여주는 자산이 현금이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현금 비중을 확대하려 한다.

이런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도한 현금 축적은 경영자의 결정을 감시하여 막을 수 있다. 기업의 현금비중이 증가할 때 투자자는 그 이유가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인지 불확실성을 축소하기 위함인지 구분하고, 경영자가 그 목적에 맞게 현금을 사용하는 지 확인해야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공시시스템(http://kind.krx.co.kr)을 통해 재무제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같은 다양한 공시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공시된 정보를 바탕으로 현금비중 등 기업의 주요 재무비율을 계산할 수 있으며 경영자가 활동을 투명하게 하는지 여부를 파악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할 종목을 선별하고 합리적인 투자전략을 세워야 하겠다. 김해성 한국거래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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