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 급등·통신비 지원 기저효과 영향
- 전년비 석유류 27% 휴대전화료 25%↑
- 소비쿠폰 등 정책이 더 끌어올릴 우려
-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문제도 위험 요인
- 대출금리 하루새 0.21%P 올라 이례적
- 금융위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지난달 부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9년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것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류 가격의 급등세와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 정책의 기저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또 다른 물가 상승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에 따른 소비 확대와 정부의 소비쿠폰 재개 등이 본격화되면 물가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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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의 한 은행에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하루 만에 0.2%포인트 상승할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수준은 5%대 중반에 이르렀다. 연합뉴스 |
■소비 진작책, 물가 상승 압박 요인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품목 성질별로 볼 때 크게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수도·가스 ▷서비스 등 4개 분야로 나뉜다. 또 ‘소비자물가’라는 최상위 개념 아래에 생활물가 지수와 신선식품 지수가 별도로 집계된다.
지난달 부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2012년 1월(3.4%)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공업제품(3.7%) 서비스(3.6%) 전기·수도·가스(1.0%) 농·축·수산물(0.1%) 순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업제품 중에서는 석유류(27.7%) 가공식품(2.8%) 내구재(0.8%)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서비스 중에서는 공공서비스(5.5%)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공공서비스에는 휴대전화료(25.5%)가 포함돼 있다.
결국 지난달 부산의 소비자물가 상승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과 휴대전화료의 급등세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16~34세와 65세 이상 등 총 1888만 명에 1인당 2만 원의 통신비를 지원한 바 있다. 생활물가 범주에 들어가는 소주(6.4%) 막걸리(25.1%) 맥주(1.3%)와 생선회(외식 기준 18.2%), 구내식당 식사비(8.9%), 침대(8.6%), 뷰티미용료(4.9%)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품목도 대부분 상승했다.
문제는 통신비 기저효과가 이달에 사라진다고 해도 물가 안정세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가 물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달 시작된 ‘위드 코로나’ 정책과 코리아세일페스타, 소비쿠폰 지급 등 각종 소비 진작책의 영향으로 소비가 늘어나면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 등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올해 상반기만 해도 ‘농·축·수산물 수급 대책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 대출금리 하루 만에 0.2%P 급등
대출 금리도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일 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3.68~4.68%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금리(3.47~4.47%)와 비교해 불과 하루 사이에 상단과 하단이 모두 0.21%포인트 올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급등세’로 본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수준은 이미 5%대 중반에 이르렀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소비자물가(3.2% 상승)가 3% 넘게 뛰어오른 만큼 한국은행이 물가 불안 등을 막기 위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면 물가 급등 추세와 맞물려 서민과 개인사업자 등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이 은행보다 고금리업권(캐피탈·카드론 등)에서 급증하고 있어 채무 구조 악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KDI가 신용평가사 자료를 토대로 가계대출이나 사업자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444만 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말 기준 이들의 대출 잔액은 988조5000억 원(가계대출 415조9000억 원+사업자대출 572조60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9년 12월 말보다 173조3000억 원(21.3%) 증가한 액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물가 안정을 자신해 온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의 연간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대 초반 유지’가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물가 관련 참고 자료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