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사업비 5666억 원으로 수정
- 1차 신청 때보다 35%나 줄어
- 산업부 “통과 위해 감액 불가피”
고리원전 1호기 해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원전해체연구소(원해연) 건립 사업이 지난 3월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탈락’ 사태를 딛고 재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당시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던 원해연 관련 부속 사업이 7개월 만에 다시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타가 정상적으로 진행돼 ‘통과’로 결론나도 원해연의 기능이나 위상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타를 받게 된 해당 사업의 총사업비가 1차 때보다 3000억 원이나 감액됐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건립 재개
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지난달 29일 연구개발(R&D) 분야 예타 대상 사업으로 총 10개 사업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이 포함됐다. 이들 10개 사업은 내년 상반기(예상)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으로부터 예타 조사를 받게 된다. 통상 1년 넘게 걸리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타와 달리 R&D 예타는 7개월가량 걸린다.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은 ▷원해연 건물에 들어가는 기자재 고도화 ▷원전해체 기술 상용화 ▷방사성 폐기물 분석 등을 목적으로 한다. 이 사업이 예타를 통과해야 비로소 원해연 설립 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지난 3월 첫 예타에서 ▷수요조사 불충분 ▷고리 1호기 해체보다 앞선 원해연 착공 시기 등이 문제로 지적돼 탈락하면서, 원해연 건립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에 산업부 등은 관련 내용을 보완하고 사업 계획을 다시 짜는 과정을 거쳐 지난 9월 예타를 재신청, 지난달 말 예타 대상 사업으로 다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이 예타를 다시 받게 된 것은 원해연 건립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결과로 해석된다. 산업부도 내년 5, 6월께 예타가 끝나면 원해연 건립을 최대한 빨리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통과’로 나올 경우 원해연 건립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예타를 통과하면 그 즉시 2023년 사업 계획을 짜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비 35% 감액…또 다른 불씨
문제는 산업부가 예타를 재신청하는 과정에서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 사업의 총사업비를 5666억 원으로 수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5월 첫 예타 신청 때 제시했던 8712억 원보다 3046억 원 적다. 무려 35%나 줄었다.
산업부는 사업비를 어느 분야에서 얼마나 감액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한번 떨어진 상황에서 사업 계획을 재수립하려면 감액을 할 수밖에 없다”고만 설명했다. 예타부터 우선 통과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사업 계획을 다시 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는 것이 원해연 건립의 선결 조건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업비 감액으로 자칫 원해연의 기능이나 위상이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원해연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효암리 일원과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에 걸쳐 총 7만3551㎡ 규모로 지어진다. 지난 8월 해당 부지의 용도를 ‘전기공급시설’에서 ‘연구시설’로 바꾸는 등 행정적인 절차도 마쳤다. 하지만 예타를 통과해도 ‘기능 축소’라는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