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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고준위 여론수렴" 앵무새 답변…주민 보상은 모르쇠

  •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   입력 : 2022-01-17 19:42:00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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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소재 지자체 등 20개 주체
- 총 48개 기본계획 의견서 제출
- 14개 똑같은 ‘복붙’ 답변 내놔

-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등 요구엔
- "조세원칙 위배” 사실상 거부도
- 시민단체 "요식행위 증명" 반발

산업통상자원부가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속전속결로 의결한 데 이어 원전 부지 내 핵폐기물 저장에 따른 부산 등 일부 지자체의 주민 보상 요구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산업부는 원전 소재 지자체가 요구한 ‘기본계획 재수립’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내용의 답변을 소위 ‘복사해서 붙여넣기’ 형식으로 각 지자체에 보냈다. 중앙정부가 지역을 대상으로 무책임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도입 힘들 듯

17일 산업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행정예고에 대한 제출의견 처리 결과’ 문건을 보면, 행정예고 기간이었던 지난달 7~21일 원전 소재 지역에서는 지자체·의회·시민단체·개인 등 20개 주체가 총 48개의 의견을 산업부에 제출했다. 부산에서는 ▷부산시 ▷부산시의회 ▷기장군 ▷기장군의회 ▷탈핵부산시민연대 등이, 울산에서는 ▷울산시 ▷울산북구의회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울산건강연대 등이 의견을 냈다.

의견 중에는 원전과 관련한 기술적인 내용도 일부 있지만, 산업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비판하거나 2차 기본계획의 재수립을 촉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기장군의회와 경북 울진군은 ‘사용후핵연료 보관세를 도입(울진)하거나 주민 보상(기장군의회)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용후핵연료 보관세는 말 그대로 원전 내에 보관 중인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핵폐기물 저장으로 위험 부담을 떠안게 됐으니 원전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해당 지역에 세금(사용후핵연료 보관세)을 내는 방식으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산업부에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다 조세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지역 등 이해 관계자 간 의견도 상충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산업부가 위배 가능성을 언급한 조세 원칙은 ‘지역자원시설세’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발전량 ㎾h당 1원을 지역자원시설세 명목으로 원전 소재 지자체에 주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보관세를 도입하면 지역자원시설세 제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다른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산업부의 반대 논리다.

앞서 산업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20년 6월 ‘사용후핵연료 보관세 도입’ 법안을 발의했을 때에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업부가 이번에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앵무새’ 답변에 시민단체 반발

산업부는 이번 의견 수렴 과정에서 기본계획의 재수립을 촉구하거나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답변을 각 지자체에 동일하게 보냈다. 부산 기장군이 낸 ‘기본계획 철회’ 의견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의…(중략)…의견을 고려해 마련했다’는 4줄 짜리 답변을 제시했는데, 다른 지자체나 탈핵단체에도 똑같은 답변을 ‘붙여넣기’ 방식으로 보낸 것이다. 해당 답변은 총 48개의 산업부 답변 중 14개나 됐다. 나머지 답변도 문구만 일부 다를 뿐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이해 당사자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내용이었다.

탈핵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의견 수렴 절차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이 문건으로 증명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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