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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오디세이] <4> 엑스포 새 지평 ‘아시아 시대’

日에겐 선진국 천명 무대, 中에겐 파워 과시 이벤트

  • 오룡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저자
  •  |   입력 : 2022-02-21 20:16:16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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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美가 주무대였던 박람회
- 오사카엑스포 후 아시아로 이동

- 日 올림픽·엑스포 연달아 개최
- 패전 아픔 딛고 경제강국 ‘우뚝’
- 2025년 또 유치해 재도약 발판

- 상하이엑스포 7308만 명 방문
- 규모·하루 입장수 등 기록 경신
- 북한·대만 첫 참여도 이끌어내

- 미디어 발전에 엑스포 도태 우려
- 韓 창의적 콘텐츠로 대전환 기대

엑스포의 흐름은 산업자본주의 무게중심과 함께 움직였다. 세계박람회 시조인 1851년 런던박람회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 제국주의 최전성기였다. 그 바통은 19세기 말까지 5차례 박람회를 연 파리, 빈, 바르셀로나, 브뤼셀 등으로 이어지며 서유럽이 주 무대를 이뤘다. 20세기 들어 신흥경제권이 된 미국이 세계박람회를 주도했다. 국가주의를 기반으로 한 유럽과 달리 미국 박람회는 상업주의가 깊숙이 작용했다. 그만큼 대중성과 오락성이 두드러졌다.
1970년 오사카 박람회장. 왼쪽 원통형 기둥이 있는 전시관이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한국관이다. 오른쪽 사진은 2010년 4월 10일 상하이엑스포 개막식의 화려한 불꽃쇼. 10만여 발의 폭죽을 30분간 발사해 축제의 열기를 달궜다.
■올림픽-엑스포 성공 공식

2차 세계대전 이후 엑스포는 새로운 전기를 모색했다. 엑스포가 찬양해온 과학기술이 결국 인류에 총부리를 겨눴다는 반성에서 초심인 평화·협력 정신 되찾기에 나섰다. 서방 선진국 일색이던 개최지가 다변화하고 인류 공통과제 논의 플랫폼으로 성격이 확장됐다. 1970년 일본 오사카엑스포는 세계 경제의 기운이 마침내 아시아로 넘어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일본 4회, 한국 2회, 중국 1회 개최하며 동아시아 3국이 엑스포를 주도하게 됐다. 문화적 다양성의 자양분을 흡수한 현대 엑스포는 더는 서방의 전유물이 아닌 공생의 문명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올림픽, 엑스포 같은 초대형 국제행사를 통해 국운을 일으킨 모범사례다. 1964년 도쿄올림픽과 1970년 오사카엑스포는 일본이 패전국에서 선진강국으로 부활했음을 세계만방에 알린 드라마틱한 무대였다. 반세기 넘어 일본은 다시 한번 그 성공 공식을 들고나왔다. 지난해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과 개최 예정인 2025년 오사카·간사이엑스포가 그것. 일본에선 1970년 오사카엑스포 당시 청소년층을 ‘반바쿠(万博) 세대’라 한다. 반바쿠는 엑스포의 일본식 번역어 ‘만국박람회’의 줄임말이다.

올림픽과 엑스포를 통해 청운의 꿈을 품었던 세대가 이제 장노년층이 됐다. 그 새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침체를 겪었다. 21세기 들어 다시 시도하는 올림픽-엑스포 세트는 이제 그 터널에서 빠져나와 재도약을 외치는 함성이다. 일본은 사실 세계박람회와 연고가 깊다. 1860년대 초기 박람회부터 참가하며 ‘동양의 대표선수’ 역할을 했다. 박람회를 유력한 서구 문물의 하나로 인식하고 노하우를 배웠다. 1910년대와 1940년대 두 차례 세계박람회 개최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번째는 메이지 천황 사망으로, 두 번째는 전쟁 발발로 무산됐다.

■최고 히트작 ‘달에서 온 돌’

오사카 반바쿠(万博)기념공원 내 태양의 탑. 주변 시설을 철거한 채 보존했다.
일본은 1970년 엑스포를 유치한 뒤 최고 이벤트로 치르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오사카 시내에서 50㎞ 떨어진 박람회장 사이에 수이타 위성도시를 건설해 도로·철도·통신·전산망을 깔았다. 이 인프라 조성 사업에만 23억 달러를 투입했다. 1970년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세계 6위인 38억280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투자였다. ‘신일본’ 기치 아래 지속해온 고도성장이 뒷배가 됐다.

오사카엑스포는 ‘인류의 진보와 조화’를 주제로 설정하고, 이상적인 미래도시 양식의 박람회장을 조성했다. 공연장·광장 등이 들어선 공동구역 중앙에 70m 높이의 ‘태양의 탑’을 세웠다.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은 미국관의 ‘달에서 온 돌’이었다. 1969년 7월 16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가 가져와 처음 공개한 월석은 우주선 모형과 함께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오사카엑스포는 올림픽과 개발 효과를 주고받으며 기념비적 성과를 거뒀다. 일본을 세계 경제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했고 엑스포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 관람객 수 6422만 명은 40년 뒤 2010년 상하이엑스포에 와서야 깨진 역대급 기록이었다. 또 우리나라 대중이 엑스포에 눈뜨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일본의 엑스포 개최는 독특한 궤적을 그렸다. 주기를 배씩 늘려가며 잇달아 개최한 것. 1970년 오사카 이후 5년 만에 1975년 오키나와, 그로부터 10년 만인 1985년 쓰쿠바, 그로부터 20년 만인 2005년 아이치엑스포를 열었다. 그리고 다시 20년 만인 2025년 엑스포를 유치해놓은 상태다. 이 중 오사카, 아이치, 오사카·간사이는 월드엑스포, 나머지는 전문엑스포다.

■‘잠에서 깬 용’ 중국의 포효

일본이 뚫은 길을 한국과 중국이 뒤따랐다. 도쿄올림픽과 오사카엑스포가 각각 아시아 최초인 데 이어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3년 대전엑스포는 나란히 아시아 두 번째였다. 대전엑스포를 통해 한국은 산업 강국으로 우뚝 섰음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2012년 여수엑스포는 한국이 앞서가는 첨단 ICT 기술을 동원해 해양 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통해 세계를 향해 포효했다. 굳이 ‘G2’란 말을 하지 않더라도 거대 시장과 막강 생산력을 보유한 슈퍼파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기세였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강대국관’을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이 나올 정도였다. 여수를 제치고 개최권을 확보한 중국은 ‘모든 것은 엑스포로 통한다’는 구호 아래 7년간 엑스포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박람회장의 방대함은 ‘중국적’이란 수사에 걸맞았다. 랜드마크인 중국관은 전통 목조건축 두공기법으로 지은 6만8000㎡ 규모의 중국 홍색 건축물로 중국이 세계인에게 전하고자 메시지를 집약했다.

상하이엑스포는 여러 면에서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황푸강 둔치 523만㎡ 부지에 펼쳐진 박람회장 규모와 190개국 참가, 7308만 명에 이른 방문자 수는 지금껏 최대 기록으로 남아 있다. 하루 최다 입장객 수도 사상 최초로 100만 명을 넘겼다. 북한과 대만이 처음으로 엑스포에 참가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상하이엑스포는 개혁·개방 30년을 맞은 중국이 올림픽, 건국 60돌 기념식과 함께 공들여 준비한 ‘중화민족 부흥’ 3대 행사의 완결판이었다. 중국 정부는 경제·문화강국으로서 국격을 높이고, 경제성장 기폭제이자 국민통합 기제로서 엑스포 효과를 극대화했다.

미디어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현대 엑스포는 자신이 세상에 내놓은 대체재와 경쟁하는 상황을 맞았다. 텔레비전·컴퓨터·인터넷 등 전자매체와 놀이공원, 각종 축제와 전시 이벤트가 그것이다. 엑스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처럼 도태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왔다. 하지만 엑스포는 늘 새로운 영역을 확보해왔다. 시대마다 인류 공통과제를 공유하고 논의하며 체험하는 소통의 장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부산이 개최 추진 중인 2030년 엑스포는 창의적 공간 구성과 전시 콘텐츠 창출을 통해 대전환의 시대정신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기획=국제신문·부산은행·㈔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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