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여 년 젖소키운 아버지와 경영
- 우유잼·‘배 요거트’ 등 제조·판매
- 깐깐한 젊은 엄마들 사이 입소문
- ‘본치즈어리’ 카페·공장 등 구성
- 금~일요일 가족 단위 행사 백미
- 자연과 먹거리 소중함 일깨워줘
아직 봄 초입이라 여전히 아침저녁엔 쌀쌀함이 감돈다. 하지만 낮이 되면 어느 사이엔가 스며들듯 다가온 포근한 봄기운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음을 감지한다. 어김없는 대자연의 순환 섭리는 겨우 내 움츠렸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깨운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과 충동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그러나 날로 확산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모처럼 솟구친 나들이 욕구에 찬물을 끼얹는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울산에 있는 유진목장(본치즈어리)은 이런 위험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가족 봄나들이 코스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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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울주군 두서면 유진목장 본치즈어리 내 유제품 가공실에서 직원들이 수제 자연 스트링치즈를 만들고 있다. 이 치즈는 당일 생산된 원유로 만들기 때문에 맛이 짜지 않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방종근 기자 |
■2대 걸친 35년 역사의 가족기업
경북 경주와 맞닿은 울산의 끝자락 울주군 두서면 차리에 있는 유진목장은 정이기(64) 씨와 차녀인 해경(34)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아버지 정 씨는 이곳에서 30여 년 전부터 젖소를 사육해 온 낙농인이다. 해경 씨는 걸음마를 하던 어린 시절부터 송아지를 벗하며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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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목장 본치즈어리 외관(위)과 내부 모습. |
아버지 이기 씨는 청춘을 바쳐 최대 150두까지 사육할 정도로 목장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중간중간 뜻하지 않게 닥친 원유가격 폭락, 사룟값 폭등 등 수많은 질곡을 견뎌내야 했다. 급기야 2012년 이기 씨는 목장을 접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그때 해경 씨가 자신이 가업을 잇겠다고 나섰다. 대학을 갓 졸업한 23세 때의 일이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목장 일에 뛰어들었다. 매일 새벽 일어나 우유를 짜서 납품하고, 사료를 먹이고 축사를 관리하는 등 남자도 힘든 낙농일 전 과정을 도맡아했다. 그러다 2015년 언양읍 내에 33㎡ 남짓한 유제품 전문 카페인 ‘본 밀크’를 차렸다. 자신이 짠 신선한 우유로 유제품을 직접 만들어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원유를 납품만 해서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경영 리스크를 피하기 어려워 ‘안정적인 대체 판로나 소비처를 개척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열었습니다. 또 우리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로 더 우수한 유제품을 제조·생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어서 하루 서너 시간밖에 못 잤을 정도로 제품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연 매출 3억 원, 작지만 강한 낙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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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치즈어리서 생산한 유제품들. |
이렇게 문을 연 ‘본 밀크’는 혼신의 노력과 아이디어로 이른바 ‘대박’이 났다. 그는 유진목장 130여 마리의 젖소에서 짠 신선한 원유로 자체 제조시설에서 우유와 치즈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의 유제품을 생산했다. 일반 유제품과 차별화된 고품질의 신선한 원유로 만든 본 밀크 제품은 그야말로 ‘한 번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특히 영·유아나 어린이를 둔 먹거리에 깐깐하고 민감한 젊은 엄마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서 프랜차이즈 개설 문의가 쇄도했다.
하지만 해경 씨는 이를 모두 뿌리치고 목장 앞 3300㎡ 규모 땅에 파머리(farmery) 개념의 ‘본치즈어리’를 차렸다. 본치즈어리는 카페(100㎡)와 유가공 제조 시설(230㎡), 방문객 체험공간(130㎡)으로 구성돼 있다. 나머지는 놀이터와 광장, 주차장 등으로 쓴다. 카페에서는 바로 옆 제조시설에서 만든 여러 유제품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푸딩 젤라토 우유잼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지만 스트링치즈와 플레인 요거트가 인기다. 특히 울산 특산물인 배를 갈아 넣어 만든 ‘배 요거트’는 시그니처 제품이 됐다. 치즈는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만든 지 불과 하루도 안 된 자연치즈여서 짜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미각을 사로잡는다. 또 이곳의 우유는 일반 시중 판매 제품과 확연히 다른 질적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깊고 풍부하고 진하고 고소한 맛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룬다. 마셔보면 ‘우유를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유진목장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원유(하루 평균 1.5t)는 15% 정도만 제품화돼 두 곳의 카페를 찾는 손님과 만나고, 나머지 85%는 모두 부산우유에 납품한다. 그 결과 연 매출 3억 원에 이를 정도로 작지만 알찬 낙농 벤처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매주 금~일요일 사흘만 하루 3회(회당 5팀) 운영하는 ‘팜 클래스’는 본치즈어리의 백미다. 송아지 우유 먹이기, 유제품 제작 견학, 수제 치즈로 피자를 만들고 먹기 등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좋은데 무엇보다 어린이에게 자연의 고마움과 먹거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일주일 전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