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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 <6> 영도 해녀 이정옥 씨

영도서 물질만 50년…바다밭 황폐화에 맞서온 억척의 삶

  • 김정하 한국해양대 글로벌해양인문학부 교수
  •  |   입력 : 2022-03-28 20:07:08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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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녀 배 운영하던 부친의 죽음
- 열일곱에 생계 위해 물질 시작
- 생사 고비 넘나들며 남매 키워

- 개발·싹쓸이 어업 탓 수확량 뚝
- 해산물 판매로 활로 모색했지만
- 코로나 여파 등에 공동체 위기도
- 지속가능 어업·문화 보전 절실

‘작은 바람내기’, ‘큰 바람내기’, ‘작은개’, ‘큰개’, ‘흐트러진 개’, ‘세이 끝’. 이는 육지의 지명이 아니다. 부산 영도구 연안 해저에 영도 해녀들이 붙인 이름이다. 그들은 ‘바다밭(海田)’의 농사꾼이자 파수꾼이다. 해양 오염과 ‘싹쓸이 어업’의 폐해가 심각해진 시대에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존재가 새삼 돋보인다.
부산 영도구 동삼해녀회 이정옥 회장이 바닷속에서 물질하면서 캔 해산물을 들고 나오고 있다. 김정하 교수
■17살에 해녀 입문 … ‘바다는 은행’

이정옥(67) 동삼해녀회장은 부산 영도 출신이다. 조부모는 제주도 서귀포 출신이지만 영도에서 태어난 이창수와 우도 태생의 고묘생 사이에서 3남 3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그의 유년기는 고깃배와 ‘해녀 배’를 운영한 조부와 부친 덕에 퍽 유복했다. 하지만 부친이 41세에 돌연 세상을 떠나자 물질이 서툰 모친은 미역 공장 허드렛일이 고작이었다. 어려서부터 바다를 놀이터로 삼아온 열일곱 살 이정옥이 감연히 물질에 나섰다. 작업 도구는 ‘빗창’과 ‘까꾸리’(호미)로 충분했고 적삼과 속곳은 제주에서 온 해녀들이 만들어줬다. 한 번에 20분, 하루 세 차례 물질로 버는 한 달 6만 원이 공장에서 받는 임금의 10배였다. ‘애기 해녀’로 물가에서 진도바리(진도발)와 우뭇가사리 미역을 건지던 이정옥 해녀는 4년 만에 최고 기량을 지닌 ‘상군’이 되었다.

차츰 그는 물질 주기에 익숙해졌다. 조금부터 9일을 일하고 3일간의 사리에 쉬는 생활 리듬이 생겼다. 3월부터 5월까지는 먹성게를 비롯한 참군소 돌멍게 해삼 전복을, 7, 8월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9, 10월부터는 앙장구(말똥성게)를 잡으며 겨울을 났다. 작업 영역도 넓어져 선배들 틈에 끼어 부산과 거제 앞바다 나무섬 형제섬 외섬 머구리알섬(안경섬)까지 가서 물질했다. 그때부터 바다는 이정옥 해녀에게 직장이자 은행이었고 웬만한 잔병쯤은 쉽게 고쳐주는 병원이 됐다.

하지만 해녀들이 흔히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고 말하듯 물질에는 언제나 고통이 들러붙고 위험이 따라다녔다. 수압으로 인한 두통과 치통, 납 벨트를 찬 허리의 통증, 혹여 귀의 통증이 심해지면 이명 증상이 생기거나 고막이 터졌다. 물속에서 아래만 보고 다니다 위에 쳐진 그물에 갇히거나 지나가는 선박의 스크루에 치여 목숨이 위태로워지기도 했다.

4년여간 물질을 하던 이정옥 해녀는 25세에 봉래동으로 시집가면서 손에서 일을 놓았다. 그런데 1년 후 사업을 하던 시아버지가 운명하자 귀하게 자란 남편은 직장생활에 손방이었다. 보다 못한 이정옥은 다시 동삼동으로 돌아와 물질에 나섰다. 10여 년 뒤 남편이 남매를 남긴 채 운명하고 나니 오직 바다만이 ‘비빌 언덕’이었다. “사내들 명이 짧은 게 집안 내림”이란 말에 이정옥 해녀는 불공에 매달렸고 다행히 아들은 씩씩하게 자라 야구선수가 되었다. 그러자 이번엔 경남중·고교를 거쳐 롯데 구단 선수가 된 아들의 뒤치다꺼리가 부족했다는 회한이 남았다. 오후 물질을 끝내고 밤차로 객지에 가서도 간신히 시합만 보고 돌아와야 하는 처지로선 어쩔 수 없었다.

■잠수복, 양식, 다이버에 생활 변화

영도 바다에서 한 해녀가 문어를 잡아 올리고 있는 모습. 박수현 기자
이정옥 해녀의 물질을 해온 50년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그 시작은 ‘잠수복 착용’이었다. 1970년께 영도 해녀 둘이 고무로 만든 물옷을 입고 나타나자 나이 든 해녀들이 펄쩍 뛰었다. 그 차림으로 장시간 물에 머물면 해산물이 고갈되리란 염려에서였다. 이후 잠수복을 입는 해조 채취업자나 객지 해녀들과 싸움도 벌어졌지만 이는 5년이 지나지 않아 보편화됐다. 해녀마다 오랜 시간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자 ‘불턱’(해녀들이 물질을 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거나 쉬기 위해 만든 공간) 주위에 모여드는 수는 날로 줄어들었다.

양식의 확산과 다이버들의 남획도 해녀에게는 위협적이었다. 양식 해산물과 자연산의 가격 차이는 비교도 되지 않았기에 영도 해녀들은 양식업자들을 찾아가 집단 시위도 벌였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넓어지는 양식장은 어찌할 수 없었다. 게다가 마산, 진해 등지에서 원정을 오는 다이버들을 일일이 대적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장 황폐화… 지속 가능성 모색

다른 무엇보다 영도 해녀들은 최근의 어장 황폐화가 걱정거리였다. 그들은 “바다 가까이 고층 아파트가 건설되는 바람에 그늘이 드리워져 해저에 오염물질이 쌓이고 거무튀튀한 ‘뻘’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들이 나름대로 분석하는 바는 이렇다. “햇빛이 비쳐야 해조가 자라고 어패류가 붙는데 전복 먹이인 ‘몰’이 사라졌듯 먹이사슬이 끊어졌다. 제피 우뭇가사리 진도바리 먹성게 말똥성게 보말(고둥) 하이칼라성게 수가 줄고 보라성게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그들은 “물 맑기로 유명하던 태종대 인근에서도 백화현상이 나타나면서 미역 줄기가 약해지고 성게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잠어업 허가를 받은 영도 해녀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므로 전문가의 정밀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해산물 수확량이 줄어드는 와중에 해녀들 관심은 장사로 기울었다. 오래전부터 운영해온 태종대 유람선 선착장 외에 재작년에 완공된 중리 해녀문화전시관에서 봉래 청학 동삼 해녀회가 함께 해산물 판매에 나섰다. 장사는 일견 물질보다 쉬워 보여도 이를 탐탁잖게 여기는 해녀도 적지 않다. 능력이 뛰어난 해녀는 물질로 버는 수입이 더 많은 데다 공유재산법에 따른 해녀문화전시관의 임대료 부담, 해산물의 철조차 모르는 손님들 주문에 억지로 응해야 하는 고충 때문이라 한다. 자칫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던 해녀들 자부심이 개인적 소회로만 그칠 상황이다.

영도 해녀는 ‘깡깡이아지매’, ‘재첩국아지매’, ‘자갈치아지매’, ‘국제시장아지매’ 등 부산지역 근로 여성을 태어나게 한 원형이다. 다소 불편한 사회적 인식에 맞서 그들이 보여준 삶의 의지는 그만큼 강렬했다. 그러나 이제 영도 해녀들의 공동체는 흔들리고 있다. 결혼식이나 초상을 함께 치르며 2, 3일을 쉬던 관행이나 철마다 떠나던 단체여행, 매달 하는 회식도 사라졌다. 매월 보름마다 오곡밥과 쌀, 술을 바다에 바치던 ‘용왕 멕이기’는 오염을 염려하는 관의 제지와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상태다. 2016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 25년간 해녀 문화를 연구해온 안미정 한국해양대 교수는 “도시 속 해녀들은 경쟁자이자 벗인 동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해 어업과 상업에 나서고 자원을 보호해 왔다. 대다수가 고령의 여성 이주민인 그들이 남성 진출과 기술 위협에 대응하며 생태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계통출하가 가능한 어업 질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도구청은 부산시와 함께 매년 두 번의 전복 종패 방류와 2년에 한 번 잠수복 구입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영도구의회는 ‘나잠어업인 진료비지원조례’를 제정해 해녀들의 ‘잠함병(감압병) 질환’ 치료를 돕고 있다. 예전에는 마주치길 꺼리던 스쿠버들 역시 해양스포츠교실 조미진 대표를 중심으로 바다 청소와 종패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보다 더 적극적인 제안도 있다. “스위스는 시계산업의 명맥 유지를 위해 기계화로 번 돈 일부를 수제업자 보호에 쓴다. 한국도 대규모 수산업으로 번 수익금을 제한된 수산 자원을 전통방식으로 채취하는 해녀들의 어로문화 보전에 사용해야 한다.” 성병원 (재)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사무국장이 해녀문화를 이어받아 ‘지속 가능한 어업’과 ‘오래된 미래’를 추구하자며 제시한 방안이다.

▶도움 말씀 주신 분 = 성병원 (재)통영시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사무국장, 안미정 한국해양대 교수, 박영희 영도구청 해양수산과장, 조미진 해양스포츠교실 대표

※ 공동 기획=국제신문·한국해양수산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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