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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부산세계박람회 <3> 대중이 원하는 정보감각

미래 해답 내놓는 행사 더는 안 통해 … 관객에 질문 던져라

  • 이각규 박람회연구회 회장
  •  |   입력 : 2022-05-30 20:25:55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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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혁명은 기술혁명이자 의식혁명
- 과거 권력층의 주입식 메시지 거부감
- ‘자신만의 정보’ 열망 해소에 초점 둬야
- 박람회 근본 체계 뒤흔드는 변화 직면

- 대중과 포장 안된 정보 활발하게 교류
- 직접 수집했다 느끼는 공간 창출 필요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세계박람회에 마련된 한국관의 주제 영상.
■감성이 변하면 ‘욕망’도 변한다

‘인터넷 시대의 세계박람회’라면, 전시관의 전시 콘텐츠를 인터넷과 연동해서 연출한다든지, 전시와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콘텐츠 정보를 교환한다든지, 스마트폰을 사용해 모은 관람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시에 반영하는 등의 이야기가 되기 쉽지만 일의 본질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정보의 디지털화와 인터넷의 출현은 새로운 감성을 우리에게 심어주었다. 지금 진행 중인 정보혁명이란 기술혁명이자 동시에 의식혁명이며, 양자가 자동차의 양쪽 바퀴가 되어 일상생활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감성이 변하면 당연히 욕망도 변한다.

앞으로 세계박람회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대중의 새로운 욕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에 부응하는 메커니즘을 구상하는 것이다. 몇만 원의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에게 ‘유빙에 남겨진 북극곰’ 영상을 보여주면서 환경보호를 가르치는 기분이 들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는 수준의 해결책을 제시해봤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21세기에 접어들어 관람객의 표정과 태도는 크게 달라졌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된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장에서 본 관람객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최초의 세계박람회를 성공시킨 상황에서 관람객은 완전히 고조돼 있었다. “좋은 후세의 선물이 생겼다”고 말해준 할아버지의 웃는 미소가 생각난다.

20년 후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박람회장을 돌아다니는 관람객의 표정에 비일상의 기대감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젊은이는 전시관의 메인 영상을 보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변함이 없는 과대한 연출에 실소를 하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니까”라는 핑계로 설명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님은 분명했다. 현장에서 관람객의 솔직한 반응을 접하고, 필자는 새삼스럽게 세계박람회가 처한 상황을 뼈저리게 느꼈다. 3년 후에 개최된 2015년 밀라노세계박람회는 규모 등급 품질 등 어떤 것을 비교해봐도 20세기의 전문박람회 수준으로, 215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끝났다. 애초 13억 유로를 예상했던 수입이 4억5000만유로로 끝난 것을 봐도, 대성공을 거둔 결과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해답은 “세계박람회가 점점 시시해지니까.” 사실 간단한 이야기다.
2015 밀라노세계박람회 일본관의 미디어 조형물을 관람객이 보고 있는 모습.
■대중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세계박람회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해답’을 제시해왔다. ‘대중의 교육’을 위해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세계박람회의 사명이며, 무엇보다 관람객인 대중이 매력적인 ‘해답’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1세대 세계박람회는 전시물이 “꿈 같은 미래의 삶”을 유사체험하게 해주었고, 제2세대 세계박람회로 전환되면서 공간을 활용해 “빛나는 미래의 비전”을 표현했다. 언제나 기대했던 ‘해답’을 제시했던 세계박람회는 ‘주최자’에게는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미디어였고, ‘관람객’에게는 최신 정보를 매력적인 오락으로 전달해주는 비교 대상이 없던 미디어였다. 19세기에 탄생한 세계박람회가 세기를 초월해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은, 위정자의 의도와 대중의 욕망이 밀월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심에 있는 권력층이 매력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힘이 있었고, 그것을 말단의 민중이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 엘리트가 대중을 열광시킬 수 있는 희망에 찬 ‘해답’을 제시할 수 없고, 반면에 대중은 애초에 완전히 포장된 ‘해답’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이다. ‘기술이 여는 꿈의 미래’라는 콘셉트로 연결된 행복한 결혼생활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이는 3세기에 걸친 세계박람회 역사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태이며, 체계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환경 변화다. 그런데도 세계박람회는 미래를 표현하려고 한다. “꿈 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경·식량 문제 등에 관한 ‘과제 해결’을 주장하지만, 과거의 원자력과 우주개발처럼 대중을 열광시킬 힘이 없다.

2012년 한국 여수세계박람회 때 ‘세계어류 DNA 바코드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유전자 수준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약 92년 전, 진열과 실연만으로는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제2세대 세계박람회로 도약했을 때처럼 말이다. 지금처럼 순진하게 꿈의 미래를 그릴 수 없다면 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동원리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보통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박람회는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 전형이 1994년 총회 이후, 국제박람회기구가 내세우는 “세계박람회는 단순한 산업기술의 전시장이 아닌, 지구 규모의 과제를 해결하는 장이다”는 콘셉트로, 즉 ‘과제해결형 세계박람회’라는 개념이다. 고작 6개월간의 이벤트로 지구 규모의 과제가 ‘해결’될 리가 없지 않으냐는 ‘원론’은 제쳐두고, 필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발상의 저류에 있는 “대중에게 솔루션을 제시하고, 행동하도록 지도한다”는 태도다. 정보를 가진 권력자가 대중에게 지식을 전수한다. 세계박람회는 지금의 메커니즘을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를 강화함으로써 현재의 난국을 극복하려고 한다. 이런 구도야말로 “세계박람회와 대중사회의 차이”의 본질이다. 앞으로 세계박람회의 가치는 ‘해답’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 쪽에 있다.

■세계박람회 주최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정보감각에 새로운 씨앗이 뿌려져 싹 트기 시작했고, 몸속에는 종래의 감각도 남아 있고, 매스미디어의 의의나 파워가 상실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 변화의 파도는 돌이킬 수 없으며, 앞으로 더욱 영향력을 강화해나갈 것은 확실하다.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 공간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정보교류를 도모하려는 세계박람회 주최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정보를 덩어리로 만들어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컨대 “굳이 완전 포장하지 않는다”는 발상이다. 완전 포장이란 발신자가 완성한 정보를 그대로 덩어리로 만들어 전달하는 것이다. 동일한 정보를 대량으로 동시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메커니즘이다. 매스미디어는 물론 영화 서적 등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의 절반은 완전 포장으로 전달된다. 완성품을 대중에게 동시에 배급한다는 사상의 저류에 있는 것은 ‘중심에서 말단으로’라는 중앙집권적 방향감각이다. 신문 TV 영화 서적 등은 완전 포장으로 할 수밖에 없고, 라이브 감각을 발동시킬 가능성을 내포한 세계박람회 전시관까지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정보를 전달한다” 는 자세로 하지 않는 것이다. 정보는 소재로 취할 수 있는 것, 서로에게 반응하면서 연결해가는 것, 인식되는 것을 전제로 정보를 유연하고 느슨한 상태로 유지하고 흔들림 틈새 놀이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전달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정보의 연쇄 유발을 겨냥한다”는 것으로 연결된다. 현대의 관람객은 흡음재가 아니라 반사판 같은 존재다. 결코 “정보를 흡수만 하는 스펀지”가 아니다. 개개인이 받은 정보를 증폭하거나 변형시키면서 정보와 활발하게 교류하는 일종의 미디어여서 “전달하면 끝이 아닌 어떻게 다음 행동을 유발할까”를 구상해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 관람객은 ‘수신자’에서 ‘미디어’로 바뀌는 것일까? 관람객이 정보를 공유하는 동기는 무엇인가? 생각해야 할 것은 대중광고와 반대다. “넓고 얕고 균일하게 누구에게나 동일한 메시지”가 아니라 관람객에게 “자신을 위해, 자신이 수집한, 자신만의 특별한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핵심은 정보와 밀도 높은 접촉을 통해 자신의 감성으로 내용을 파악하고 의미를 발견했다고 관람객이 실감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정보의 발신자와 수신자라는 틀에서 발상하지 않는다” “정보를 준다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관람객이 “내가 수집했다”고 느끼는 체험공간을 만드는 데 결정적 조건은 “정보 발신자가 하는 일은 관람객에게 메시지를 주입하고, 이쪽 주장을 확실히 각인하는 것이다” 등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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