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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 <12> 수중사진가 박수현

34년 동안 2300번 바다로 뛰어든 ‘수중 취재’ 개척자

  • 김정하 한국해양대 글로벌해양인문학부 교수
  •  |   입력 : 2022-06-20 19:30:37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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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해양대 진학 잠수공학 전공
- 스킨스쿠버로 바다와 더 친해져
- 대학 학보사서 사진기자로 활약
- 국제신문 입사 후 수중사진 특화

- 극지 바닷속 탐사 등 귀한 경험
- 수많은 사진과 칼럼 등에 담아내
- 후진양성과 각종 해양사업 선도
- 해양수도 부산 중요한 자원으로

남태평양 팔라우 제도 ‘블루홀’에서였다. 수심 30m를 내려간 해저에서 간신히 몸을 비집고 들어간 동굴 속은 완벽한 암흑이었다. 스쿠버다이버들의 잦은 사고로 ‘죽음의 동굴’이라 불리는 100m 구간은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침내 출구에서 비쳐오는 어슴푸레한 푸른 빛을 보았을 때는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남극에서도 아찔한 경험을 했다. 2006년 어느 바람 강한 날, 남극 바닷속 관찰을 마치고 수면 위로 나오려니 입수한 자리에 얼음이 덮여 있었다. 수중에 머무는 동안 풍향이 바뀌어 유빙끼리 엉겨 붙었던 것이다. 등에 메었던 공기통으로 몇 번을 쳐올려도 얼음은 깨지지 않았다. 겁이 덜컥 났지만 침착하게 나침판을 보며 외해로 나가서야 얼음 틈을 비집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필리핀 세부섬 해역에서 박수현 사진가가 촬영한 정어리떼. 그는 바닷속 생명체의 삶을 기록하고 전달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34년간 2300회 수중촬영

바다는 아름답지만 두려웠다. 박수현(55) 사진가는 34년간 그 두려움과 싸우며 오로지 수중사진만을 위해 2300회나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가 택한 주요 피사체는 해양생물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부산 연안에 서식하는 산호 군락지를 찾아냈고, 해양환경 변화로 부산 앞바다에 나타났던 아열대성 무쓰뿌리돌산호와 해송(海松), 청줄돔도 발견했다.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니 정어리 떼의 군무(群舞)가 현란했고, 독거하는 줄 알았던 베도라치의 동거와 만다린피시의 짝짓기, 흰동가리가 산란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위기에 처한 군소가 독소(毒素)를 내뿜거나 자신을 감추겠다고 조개껍데기를 이고 다니는 성게의 행태가 신통했고, 조류가 세찬 날을 골라 화사하게 폴립을 벌리는 산호나 배설물을 방출하는 멍게의 지혜가 감탄스러웠다. 인류가 바다에서 진화해 나왔다는 주장대로라면 고향의 먼 친척인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박수현 사진가는 저절로 해양생물에 매료되었다.

박수현은 박상정과 이여기의 2남 1녀 중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지만 초등학교 시절 처음 본 바다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했다. 그에 이끌려 한국해양대 해양공학과로 진학한 그는 바다로 둘러싸인 캠퍼스에서 잠수공학을 체계적으로 배웠고 대학원에 진학해 수중잠수과학기술도 연구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즐겼고 고교 시절 단축마라톤 대회에서 1등을 도맡던 그는 바다의 부름에 응할 체력이 있었다. 대학 2학년이던 1988년 학우들과 스킨스쿠버팀 ‘아쿠아맨’을 만들어 처음 들어가 본 바닷속은 경이로운 별세계였다. 그 느낌을 남에게도 전해주려 학보사 사진기자로 일한 그는 졸업 후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끝에도 결국 ‘수중사진 저널리즘’에 꽂혔다. 사진기자로 입사한 박수현을 알아본 국제신문은 당시로선 거액인 1500만 원을 들여 스쿠버 장비 일체와 수중촬영 장비를 안겨주었다.

■기획기사 ·단행본·사진전으로 공유

사이판에서 만난 현지 수중사진가 시드니 다카하시가 촬영해준 박수현 사진가의 수중활동 모습.
수중촬영은 시간, 그리고 준비와의 싸움이었다. 근무를 피해 새벽이나 야간, 휴일에 촬영을 진행하려면 언제나 시간에 쫓겼다. 외국을 다녀오려면 금요일 밤 출발해 월요일 오전 6시까지 돌아와야 했지만 잠수 후에는 잠수병을 염려해 12시간이 지나야 비행기를 탈 수 있어 그 또한 시간이 빠듯했다. 박수현 사진가는 촬영 전 피사체를 비롯한 해류와 조류, 투명도, 해저 지형을 치밀하게 파악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러나 촬영 전 아무리 꼼꼼히 체크해도 현장의 물때나 날씨, 수중생물 산란기, 회유기 중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촬영은 여지없는 실패였다. 재촬영이라도 가능하면 다행이지만 원했던 사진을 얻지 못하면 무조건 기다리거나 다시 찾아가야 했다. 그는 그 모든 조건에 자신을 맞춰야 했다. 부산에 아열대성 해마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일주일간 물속에 잠복한 끝에 촬영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렇게 박수현 사진가는 20여 개 나라와 4회에 걸친 남극과 북극 탐사 결과를 사진과 글에 담아냈다. 국제신문에는 2003년 ‘Fish Eye 바다의 신비’ 글과 사진 50회를 비롯해 2009년 ‘지금 부산 바다 속에서는’ 등을 연재했고, 지금도 ‘박수현의 오션월드’를 집필하고 있다. 그런 메시지의 전달이야말로 영화 ‘그랑 블루’의 명대사처럼 그가 “바닷속에서 뭍으로 나와야 할 이유”였다.

박수현 사진가
그가 이처럼 해양 이슈를 발굴하고 수중사진을 보급하고자 펼치는 방식은 전방위적이었다. 5년가량 수중촬영 경험을 쌓은 후에는 부산잠수센터에서 6개월에 걸친 야간 촬영으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꿈꾸는 바다’라는 촬영 교본을 만들었다. 이어 ‘북극곰과 남극 펭귄의 지구 사랑’ 등 단행본 14권을 펴냈고 개인전 12번과 단체전 10번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선보였다. 사진전에서의 바다거북과 맞서는 정어리 떼를 담은 초대형 사진 작품은 보는 이들의 탄성을 끌어냈다. 2009년에는 ‘지금 부산 바다 속에서는’ 시리즈 중 ‘회귀 연어의 슬픈 운명’으로 지자체의 연어방류사업을 비판했고, 2012년에는 수중사진을 곁들여 유려한 필치로 쓴 기획기사 ‘살아 숨쉬는 부산바다’로 일경언론상과 한국신문상을 받았다. 이어 2014년에도 ‘해양생태계보호구역을 찾아서’로 한국지역언론대상, ‘극지 개발의 꿈’으로 일경언론상을 수상했다.

평소 ‘짝(buddy)’을 소중히 여기는 스쿠버다이버답게 박수현 사진가는 지금까지 550명의 다이버를 배출했다. 2000년에는 부산지역 수중사진가 15명과 ‘샐빛수중사진동호회’를 만들어 촬영과 투어 등 단체활동에 나섰다. “수중사진 덕에 스쿠버다이빙의 의미와 가치가 배가되었다”는 황만현 전 회장의 소감은 영산대 방송사진예술학과에 ‘수중촬영’ 과목 개설과 박수현 사진가의 강사 초빙으로 이어졌다. 황철환 영산대 교수가 “해양수도 부산의 대학에 꼭 필요한 교육”이라 꼽는 이 과목 이수자들이 언론사에 진출, ‘수중사진 저널리즘’으로 박수현 사진가의 뒤를 잇고 있다. 역시 그에게 수중사진을 배운 뒤 통영시 사량도에서 스쿠버다이빙 리조트를 운영 중인 김성심 강사도 이 분야의 전도사 격이다.

■㈔극지해양미래포럼 설립 주도

28년간 국제신문에 재직하면서 기획실장과 총무국장을 거쳐 마이스사업국장을 맡은 박수현 사진가의 활동은 갈수록 다양해졌다. 마이스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 국제신문이 창립한 ㈔극지해양미래포럼을 통해 연간 2만여 명의 중고생에게 극지·해양 특강을 실시했고, 극지사진 공모전과 전시회, 극지체험 전시회를 개최했다. 극지·해양 콘텐츠 제작과 유튜브 ‘극지 톡톡’ 방송을 확대해 해양 관련 포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고교생을 선발해 2019년 청소년 남극 체험에 이어 북극 체험에 나설 계획이다.

2020년 해양수산부 장보고대상 수상자 박수현 사진가는 말한다. “한국의 바다에는 희망이 있다. 그런 시각을 갖고 국민의 해양 애호와 환경보호, 정부의 선진화된 해양 정책이 맞물려야 한다.” 과연 그에 호응할 해양 전문가와 마니아도 이제는 수가 적지 않고, 그들이 내놓는 기대와 요구사항 또한 크고 많다. 전국에 내놓을 만한 ‘수중 스튜디오’를 부산지역에 건립해 달라거나 해양 관련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스쿠버다이빙과 수중사진 보급에 나서달라는 요구는 그 일부에 불과하다. 스쿠버다이빙의 진흥을 위해 규제 일변도의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인프라 구축에 힘써달라는 목소리 또한 높다. 이를테면 이것이야말로 바닷속 인류의 원향(原鄕)에서 ‘해양수도 부산’에 전해지는 메시지인 셈이다.


▶도움말씀 주신 분 = 황만현 샐빛동우회 전 회장, 황철환 영산대 교수, 김성심 사량도다이빙센터 대표, 김성복 극지해양미래포럼 강사

※ 공동 기획=국제신문·한국해양수산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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