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가 국민 제안 투표에서 가장 많은 찬성표를 얻으면서 시행 10년 만에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대통령실이 해당 안건의 투표 과정에서 대량의 ‘어뷰징(중복 전송)’ 정황이 발견됨에 따라 지난 1일 국정 반영 선정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장기 과제로 전환되는 모양새지만,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 관련 논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4일 제1차 규제심판회의 안건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다룰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31일로 종료한 ‘국민제안’ 투표 결과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규제심판회의는 이번 정부에서 신설돼 민간전문가와 현장 활동가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규제 관련 각종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체다.

국무조정실은 “국민 생활과 밀접해 관심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해 첫 규제심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규제심판부는 건의자·이해관계자·부처 등 의견을 청취한 뒤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회의 시한과 횟수를 정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열고,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규제정보포털’에서 국민 참여 온라인 토론도 함께 실시한다. 앞서 대통령실이 지난달 투표에 부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57만7415건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10년만에 수면 위로 부상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해 지역 업계들도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부산시상인연합회 권택준 회장은 이날 대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본사에서 열린 전국상인연합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뒤 “진흥공단 박성효 이사장에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상인들의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무휴업 폐지는 물론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것도 전통시장 상권에는 타격이 매우 크다. 논의가 다시 시작되면서 상인들의 반발 의견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마다 미묘한 온도차는 존재했다. 주변에 대형마트가 없고 관광객이 많은 부산 중구 국제시장의 이상우 상인회장은 “도매상 점포가 많아 비교적 영향은 크지 않은 편”이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상인들의 관심이 워낙 높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0년 동안 유통환경도 변화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 구도는 이제 끝났다”며 의무휴업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온라인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코로나를 거치면서 중장년 소비자의 온라인 진입도 가속화됐다.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으로 넘어간 만큼, 이제는 오프라인 상권인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과 앞으로 생존할 방향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 매장. 국제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