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고운임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화주들은 최근 유류할증료라는 악재까지 떠안았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만 HMM이 6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컨테이너 선사들은 기록적인 호황을 경험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유류할증료를 선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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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 신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 선박 모습.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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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부산항만공사(BPA)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장기운임 계약을 맺은 선사와 화주 간에 유류할증료 부담을 놓고 갈등을 빚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장기운임 계약이 줄줄이 파기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화주들은 올해 초 컨테이너선 단기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5000선을 오르내렸음에도 이를 기준으로 선사들과 1~3년짜리 운임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물류대란으로 곤욕을 치러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덕에 선사들은 지난해보다 곱절 높은 수준으로 장기운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 사이 세계정세가 급변해 화주는 현재 고운임에 매출 감소, 그리고 유류할증료까지 떠안아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장기운임에는 분기 단위로 인상된 평균 유가가 산정돼 유류할증료로 반영되는 게 해운업계의 관행이다. 컨테이너선에 주로 쓰이는 저유황유는 올해 초 t 당 600달러 중반이었지만 지난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지난 6월 1100달러까지 치솟았다. 화주들은 지난달부터 올해 상반기에 급등한 유가가 반영된 유류할증료를 내야만 한다.
화주들 사이에서는 지난해부터 기록적인 호황을 경험한 선사가 이를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유류할증료가 화주들이 해운 침체기에 유가 등락으로 인한 선사들의 연료비 추가 부담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는 이유에서다. A 업체는 “불황으로 매출은 주는데 연료비 상승을 이유로 유류할증료까지 부담해야 하니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회사 내부에서는 차라리 재협상하거나 장기 계약을 파기하고, 단기운임을 지급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선사들은 영업이익의 규모가 매출의 40~50%에 달할 정도로 매우 이례적이면서도 기록적인 호황을 경험했다. 지난 상반기에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추가 부담 규모는 영업이익의 5%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의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최근 불황으로 수요가 급감하자 지난 1월 사상 최고치인 5109.90을 찍었던 SCFI는 지난 12일 기준으로 3562.67까지 떨어졌다. 매출 상당 부분을 단기운임에 의존하고 있는 선사의 입장에서는 매출 감소와 유류비 부담으로 인한 운항비 증가라는 이중고를 감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컨테이너 선사 관계자는 “SCFI 하락 등을 이유로 유류할증료를 포함한 장기운임 재협상을 요구하는 화주들이 있다. 그러나 미 동안 항만은 여전히 혼잡하고 미 서안에서는 트럭 노동자들이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데다, 유럽발 물류대란도 우려돼 재협상은 시기상조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BPA 마케팅부 관계자는 “올해 초 선·화주는 장기계약을 체결할 때 상호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던 과거의 행위를 근멸할 것을 약속했다. 유류할증료를 부담 등 선·화주 간 재협상 여부는 계약 규모와 요율, 그리고 대외상황에 따라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