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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 <16> 어촌정책 전문가 류청로

“문화·레저 접목해야 어업이 산다” 38년 어항전문가의 뚝심

  • 김정하 한국해양대 글로벌해양인문학부 교수
  •  |   입력 : 2022-08-15 19:18:4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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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서 처음 본 바다 매력에 빠져
- 수산대 어로학과 진학해 꿈 키워
- 각종 해양단체서 정책 제안·심의
- 어민과 소통 통한 어항개발 앞장

- 조경·관광·예술 조화 이루는 개발
- 젊은 귀어인 유치책 필요성 역설
- 오지 자발적 유배·어부식도락 등
- 문학적 상상력 접목한 정책 제안

어촌은 고기 잡는 마을만이 아니다. 유어(遊漁)를 즐기는 0.5차 산업 혹은 수산(1차 산업)과 어로기술(2차 산업), 관광·레크리에이션(3차 산업)이 복합된 6차 산업의 현장이다. 국민의 마음의 고향이고 도시인의 안식처이며 해양영토 수호의 전진기지다.
류청로 부산수산정책포럼 이사장이 부산시 해운대구 청사포 어항을 배경으로 서 있다. 김정하 교수 제공
■어촌 소멸 막는 어촌뉴딜 300 사업

그런 어촌이 2045년이면 87%나 사라질지 모른다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 보고서가 지난해에 나왔다. 이미 전국 어촌 반 이상이 소멸 위기에 처한 터에 어부 수 역시 20년 전의 25만 명에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2019년부터 5년간 3조 원을 투입해 전국 어촌과 어항 300곳에서 해상교통시설 현대화와 해양관광 활성화, 어촌지역 공동체 역량강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민과 전문가, 언론은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는 어촌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류청로(70)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이사장은 최근 인천 경남 충남의 중점관리지역 14개소와 어촌시범지역 28개소 어항(漁港)의 기본설계 검토와 심의로 바쁘다. 항만과 어항 전문가로 38년간 각종 어촌정책을 제안하고 심의해온 그의 ‘어촌 살리기’ 해법은 포괄적이다. “방파제와 어항, 공동위판장만으로 어촌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건축과 조경 문화 예술 관광의 조화가 필요하다.” 

■어촌, 복합공간으로 접근

어촌은 복합공간이다. 거주공간이자 생산공간이며 상업공간이자 문화공간이며 최근엔 레저와 관광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그런 어촌의 특성을 꿰뚫어 보는 류 이사장의 주장은 다소 시간이 걸려도 결국엔 어민들 마음을 움직이곤 했다. 지난해 경남 K시 J항에서 선착장 사용방안을 둘러싼 어민들과의 논의 과정에서도 그랬다. 어선과 유람선이 함께 쓰면 어로작업과 활어 판매, 레저 등 선착장의 용도가 다양해진다는 그의 의견을 어민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랜 토론과 설득 끝에 마침내 어민들이 말했다. “이사장님 생각이 그럴듯합니다.” 그 결과 J항은 ‘소통에 의한 어항설계’를 거쳐 ‘상생형 어촌활력 증진 모델’로 거듭났다. 그런 소통은 어촌에 대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 불가능했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기 꺼리는 활어의 위생 처리와 항내 수질 관리, 해양쓰레기 문제를 그가 어민들 앞에서 서슴없이 지적하는 것도 그래서 가능한 충고였다. 

■항해사에서 해양공학과 교수로

어촌체험마을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경남 남해군 문항마을 앞 갯벌에서 관광객들이 조개를 캐고 있는 모습.
류청로의 고향은 어촌이 아니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에서 부농 류상대와 정순복의 6남 4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목포에서 처음 본 바다의 매력과 대전 보문고 재학 중 읽은 ‘노인과 바다’의 감동은 그를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어로학과로 이끌었다. 대학 시절 그는 30편의 소설을 비롯해 시 평론 희곡 등을 써낸 문학청년이자 학보사 기자였고 대금 연주자였다. 어촌에 나가 어업기술을 전수하면서 그의 꿈은 ‘낮에는 고기 잡고 밤에는 글 쓰는 어부작가’로 굳어졌다. 대학 졸업 후에는 부산수산대 실습선 오대산호에서 항해사로 2년간 근무하며 북태평양 명태잡이에서 만선의 보람도 맛보았다. 폭풍우 속에 뱃전의 구멍을 막고 마스트에 올라가 레이더를 고치는 수훈도 세웠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어촌처럼 복잡, 다양했다. 때마침 장선덕 교수의 권유를 받은 그는 부산수대 대학원에 진학해 해양물리학을 전공했다. 낙동강 하구에 띄워 놓은 나룻배에서 밤이슬을 맞고 추위에 떨며 조수간만과 수질 변화 데이터를 기록해 석사논문을 써냈다. 군 제대 후에는 일본 오사카대 대학원 토목공학과 박사과정에 진학해 당대의 항만해양공학전문가 사와라기 토오루 교수를 만났다. 은사의 자상한 지도에 힘입어 군파(群波)의 길이와 방파제의 안정에 관한 영향을 이론적으로 분석해 적용한 논문 ‘사석방파제의 수리학적 최적 설계에 관한 기초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과 동시에 모교 해양공학과 교수로 취임한 류 이사장은 연안 구조물, 표사제어구조물 등에 관한 논문 100여 편을 발표하며 1984년 이래 동일 분야에서 교수 1인당 배출 인력으로 가장 많은 40명의 박사를 길러냈다. 부임 첫해 만난 제자 강윤구 박사는 그를 “학문과 삶의 철학을 심어준 횃불”이라 불렀다.

학교 밖에서는 한국해양공학회와 한국해안해양공학회 회장, 한국수산과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부산신항만 건설을 비롯해 갖가지 어촌정책 자문과 심의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흥사단아카데미 회원 출신답게 “거짓말이 나라를 망친다”는 도산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철저히 원칙을 고수해 ‘정직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문학적 상상력 갖춘 어촌 꿈꿔

류 이사장은 한편으로 어려서부터 소양을 축적해온 인문학의 영역을 더욱 넓혀갔다. 작가 이주홍의 마지막 제자답게 부산대 대학원 ‘과학기술의 역사와 철학’ 협동과정에서 역사학 고고학 철학을 섭렵했다. 인문·사회과학을 융복합적으로 연구하는 동북아문화학회의 회장을 맡아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 학자들과의 교류를 주도했다.

하지만 그의 취중 진담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외도를 하느라 어부로 살지 못한 게 평생 한이다. 다시 배를 타야겠다.” 함께 어로학과를 졸업하고 바다에 뼈를 묻은 동기생들 모습이 눈앞에 어른댔다. 시인 김기림이 지은 부산수대 교가가 귓전을 울렸다. “올려라 높이 돛을 올려라/파도야 치든 말든 바다는 좋은 곳.” 필경 그래서 교수직을 29년 만에 휴직한 그는 2015년 한국어촌어항협회 이사장이 됐고 애써 그 협회를 공단으로 만든 뒤 3년을 더 일하고 난 지난해, 부산수산정책포럼 대표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류 이사장은 어업을 선순환 구조로 바꾸려면 어로시스템의 키워드 ‘단백질’을 ‘취미’ ‘예술’ ‘힐링’ ‘웰빙’ 등과 연계해야 한다고 봤다. 수산물관리 해썹(HACCP) 제도와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자동화, 스마트기술 접목형 어항과 수족관, ‘생선 실명제’, 빅데이터와 증강현실, 드론 활용 어업 선진화도 제안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어부 셰프 식도락’, ‘해상 체험·체류 관광’, ‘어업전문가·아티스트 공동창작’, ‘오지·낙도 자발적 유배’ 등 실로 기발했다. 그의 뒤를 잇는 제자 김현주 박사도 “스마트 양식과 기후적응형 어업 유통 관광산업 일자리 문화 역량 강화와 지원 프로그램은 인프라 구축만큼 중요하다”는 말로 그에 호응했다.

류 이사장은 어촌정책의 근간을 “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휴먼웨어”에 두고 어민 중심으로 어촌과 바다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가가치 창출과 사회인프라 확충, 사립학교 유치, 쾌적한 어촌경관 조성에 의한 젊은 귀어인 유치를 역설했다.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 부장도 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어민에 대한 지원이야말로 바람직한 수산정책 방향이다. 어촌공동체의 주역인 어민이 소득 증대와 삶의 질 제고로 최저 국민 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힘써줘야 한다.”

나아가 류청로 이사장은 특이한 일을 어부에게 권해왔다. “어부일기와 수상록에 자신의 애환을 담아라. 그렇게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찰하노라면 자긍심도 높아진다.” 그 원고가 모이면 류 이사장은 책으로 묶어 일반 서점에 배포할 작정이다. “일본에서는 어부(漁夫)를 어사(漁師)라 부른다. 어부들의 책이 일반인에게 읽히다 보면 한국에서도 그들을 ‘뱃님’이라 부를 날이 올 것이다.” 그는 ‘노인과 바다’ 마지막 대목에서의 노인처럼 사자 꿈을 꾸고 있다.


▶도움 말씀 주신 분 = 김헌태 부경대 해양공학과 교수, 김현주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연구위원, 강윤구 한국항만협회 기준개발팀 팀장,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어촌연구부 부장

※ 공동 기획=국제신문·한국해양수산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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