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극 관문’ 노르웨이 트롬쇠
- 최근 6~7월 최고 30도 찍기도
- 주민 "추위 떨던 도시 살만해져"
- 사람 몰리고, 물류 운송도 활발
- 인구 7만7095명 10년새 13%↑
# ‘천연자원의 보고’ 선점하라
- 전세계 석유 13%·천연가스 30%
- 북극해 연안에 약 84% 매장 추정
- 영유권 위해 정주인구 늘리기 등
- 북극영토 맞닿은 8개국 경쟁치열
북극해가 열리면서 추위에 떨었던 북극 도시 주민들은 전례 없이 따뜻한 기후 속에 살아갈 수 있게 됐다. 기후 온난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지금, 북극 인접 도시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여들었고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면서 물류 운송도 활발해지고 있다. 본지 취재진은 북극체험탐험대와 함께 북극 관문도시인 노르웨이 트롬쇠를 방문해 북극항로가 열리게 된다면 출발지가 될 부산으로서는 북극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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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저녁 스토르스테이넨 산 전망대에서 한 관광객이 트롬쇠 도시 전경을 살펴보고 있다. 이맘때 산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었지만 온난화로 모두 녹아서 사라졌다. 노르웨이 트롬쇠=박수현 기자 |
■온난해지는 북극… 30℃ 오르기도
노르웨이 ‘북극수도’ 트롬쇠는 북위 69도 40분에 위치한 북극권 최대 도시다. ‘트롬쇠야’라는 섬과 그 주변으로 이뤄졌다. 이 도시는 부산처럼 노르웨이 수산업 중심이자 크루즈 관광의 거점이다. 부산항에서 북극항로를 따라 유럽으로 향할 때 가장 먼저 닿는 항구이기도 하다. 이달 1, 2일 방문한 이곳의 날씨는 부산과 비슷했다. 영상 15도 안팎으로 온난했고, 극지와 가까워 태양빛이 강해 체감온도는 더 높았다. 등산용 바람막이 상의를 입고 다니면 땀이 날 정도였다. 정오 무렵 홑겹 셔츠만 입은 시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외투를 걸친 이들은 취재진과 탐험대원, 그리고 관광객뿐이었다.
이 모두는 북극 지역에 기후 가열화로 나타난 변화상이다. 트롬쇠는 급속하게 따뜻해지고 있다. 약 10년 전만 해도 여름철인 6~8월 20도를 넘는 일은 드물었지만 2019년부터는 25도를 오르내리는 날이 많아졌고,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에는 30도를 찍는 날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난화로 인한 북극 가열화 현상이 100년 이상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름철에 30도를 넘나드는 경우는 더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롬쇠에서 만난 택시운전사 라세 운드비크(39) 씨는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나기와 수일 동안 비가 오는 장마를 경험하기도 했다. 2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며 “극야가 이어지는 한겨울만 제외하면 꽤 지낼만 한 기후가 됐다”고 말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도시에서 정주하는 이들도 늘었다. 트롬쇠의 인구는 2011년 6만8239명에서 지난해 7만7095명으로 10년 새 1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노르웨이 전체 인구가 8% 느는 데 그쳤다는 점을 참고하면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살기 좋아지는 북극권…인구 증가
트롬쇠뿐만 아니라 북극권 도시 인구 증가는 기후변화와 함께 정책적인 이유로도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이 북극권 자원을 둘러싸고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영유권을 지키자는 취지로 북극권 도시에 정주 인구를 늘리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둘레가 1만6000㎞에 달하는 북극권에는 미국(알래스카)과 러시아 덴마크(그린란드 자치령)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캐나다 등 8개국의 영토가 걸쳐 있다. 북극권 전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량은 전 세계 미발견 석유의 약 13%, 미발견 천연가스의 약 30%, 미발견 액화천연가스의 약 20%에 달한다. 이러한 추정 자원의 약 84%는 북극해 연안지역에 있으며 북극권 북부지역에서 400개 이상의 유전과 가스전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자원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 향후에는 ‘빙하냉전’ 시대가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지난 7월 캐나다 북부 지역 주지사들은 “북극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으면 누구나 그곳이 개방된 영토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캐나다의 북극 주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상당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밖에 미국 러시아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도 각종 세제 혜택에 정착금 지원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가 늘면 각종 도로·철도망을 깔아야 하고 그만큼 접근성이 좋아진다. 그렇게 되면 다시 인구와 물동량이 늘고 항로가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져 북극항로가 열리는 시기도 더 빨리 앞당겨진다. 탐험대원으로 참가한 부산연구원 해양·관광연구실 정책기획팀장 장하용 박사는 “사람이 많이 살면 수요가 늘고 물류가 활발해 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인류 역사를 보면 항로는 자연 조건이 아닌 사람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개척되고 이어졌다”며 “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녹는 단순한 변화보다는 북극해를 둘러싼 지역에 다양한 이유로 사람이 몰릴 수 있다는 사실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