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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강국으로 가는 길 <7> 일본 정책 모방 위기 부른다

수산정보 숨기고 감척·TAC(총허용어획량) 강행… 몰락하는 日 전철 밟아

  • 정석근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  |   입력 : 2022-09-27 19:19:1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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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어선규모 200t 이하 日 답습
- 투입 비용당 어획량 갈수록 줄어
- 유럽은 수천t 넘는 배들로 조업
- 어획부터 냉동 포장까지 효율화

- 어민 분쟁 등 내세워 자료 미공개
- 정책의 오류 줄일 검증·비평 차단
- 일제 잔재와 부처 이기주의 청산
- 수조 원대 어촌 뉴딜 결실 거둬야

노르웨이 초대형 어선이 대서양에서 잡은 고등어를 피시 펌프를 이용해 옮기고 있다. 이 배는 한 척으로 어획부터 선별·포장·가공(위쪽 작은 사진)까지 원스톱으로 처리 가능해 공장선(factory ship)으로 불린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제공
■일제 잔재 어업규제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옛것에 집착하기 좋아하는 일본은 100년 전 남획을 방지한다면서 정한 200t 이하 어선의 크기 규제를 아직도 그대로 지키고 있고, 한국 역시 이를 똑같이 따라 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수산업 관련 법령에서 규제하고 있는 어선 규모와 어법, 조업구역은 그 큰 틀을 보면 일제 강점기 일본 정부와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수산업법 그대로다.

반면, 러시아와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 국가는 수천 t의 대형 어선을 만들어 어획부터 냉동 포장까지 배 안에서 처리하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적은 선원 수로도 어업 효율과 수익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일본은 지금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하는 1만 t에 가까운 러시아 어선을 그냥 구경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세계 최대 어업국가였던 일본 수산업은 점점 쇠퇴하면서 잡는 어업 어획고가 1990년대에는 중국에, 2010년대에는 러시아에 추월당했다.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어선 규모를 일본 따라 200t 이하로 제한했고, 해양수산부는 선진국형 수산자원을 관리한다면서 이렇게 쇠퇴하는 일본 수산업 정책을 모방해 그 전철을 밟고 있다.

경직된 어업 규제로 기후변화에 따라 어획 효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단위 노력당, 그리고 단위 투입 비용당 어획량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업 경영은 점점 어려워져 어업을 포기하는 어민은 늘어나고 전국 어가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어촌 소멸 원인이 뻔히 보이는 데도 해양수산부는 아직도 남획 타령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어촌 뉴딜이니 하면서 인공어초와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토목 사업에 매달린다. 인공어초를 아무리 바다에 던져도 어업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듯, 몇 조 원 예산을 들여 어촌 뉴딜 사업을 한다고 어촌으로 젊은이가 돌아오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 대형선망 선원들이 고등어를 잡은 뒤 운반선에 옮겨 싣는 모습. 국내 대형선망 어업은 본선 1척, 물고기를 유인하기 위한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의 선단으로 구성된다. 국제신문 DB
■정보 공개 꺼리는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수산 자료와 정책 보고서를 공개해 어민을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일본에 만연한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감척사업이나 총허용어획량(TAC) 같은 수산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개하지 않아 외부 검증과 비평을 받지 않아 온 자료와 보고서는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에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기반한 수산 정책은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수산업 기반 전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음은 일본 이서(以西) 어업 몰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근해 어획량과 어가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어 우리나라 수산업이 몰락하고 있는 것을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남획 타령만 하고 있다.

수산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초가 되는 수산생물종 현황에 관한 정보는 고깃배로 잡은 어획물 통계자료와 조사연구선으로 수집하는 직접 조사자료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수협을 통해 위판되는 어획물 자료를 어종별 업종별 행정구역별로 집계해오고 있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어선과 통신을 하는 무선국을 통해 어획 위치 정보까지 연결할 수 있다. 직접 조사자료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수산자원 전용조사선 몇 척을 동시에 투입해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생물을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있어 잘하면 수산 분야 기초 연구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연구선을 통한 수산생물 직접 조사자료도 국가 보안 대상이다. 해양수산부는 수협 자료는 물론이고 이렇게 기초과학과 수산정책 수립에 쓰이는 연구선 조사자료까지 한일 어업협상이라는 근시안적인 국익, 어민 분쟁을 내세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개도 활용도 하지 않고 꼭꼭 숨길 자료라면 왜 수백 억 원의 혈세를 들여 연구선을 투입해 얻으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수산생물 관련 논문을 게재하려면 국립수산과학원장 승인까지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일본 따라 하는 부처 이기주의

동해 명칭과 독도 영유권 문제를 가지고 우리나라 국립수산과학원에 해당하는 일본 수산연구교육기구(FRA) 소속 연구자와 대학교수에게 대응 지침을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하달하는 일본 정부, 그리고 이를 순순히 따르는 일본 과학자를 보아온 터라 일본은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라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해양수산부는 어업협정이나 동해, 독도 문제로 일본과 오랫동안 대응해오면서 점점 더 일본을 닮아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 수산 분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관료 부처이기주의가 자료 공개와 공유를 거부하는 궁극적인 이유라고 나는 본다. 일제 잔재 어업규제를 없애고 정보 공개와 토론으로 열린 수산정책을 펴야 수산 강국으로 갈 수 있다.


※ 공동기획: 국제신문, 대형기선저인망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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