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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이끄는 무대, 3세대 엑스포로 전환…부산이 나아갈 길

엑스포 세대교체 전환점 2030부산세계박람회 <12> 21세기 세계박람회에 요구되는 7가지 관점④

  • 이각규 박람회연구회 회장
  •  |   입력 : 2022-10-10 19:24:53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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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의 정보 감각 크게 변화
- 가르치려는 설명형 전시보다
- 수준 높은 오락과 체험 원해
- 19세기 엑스포 답습 말고
- 세대교체 선도하는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1993년 대전엑스포(왼쪽 사진부터)와 2012년 여수엑스포,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유치를 추진 중인 2030부산엑스포가 개최될 부산항 북항 재개발지역. 부산엑스포는 국제등록박람회로 대형 세계박람회(기간 : 6개월, 대회장 면적 : 무제한)인 반면 대전엑스포와 여수엑스포는 국제인정박람회로 소형 세계박람회(기간 : 3개월, 대회장 면적 : 25㏊)다. 개최 기간과 박람회장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7. 설교나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21세기 초반부터 세계박람회 모든 전시관의 전시가 점점 설명조로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논리로 이해시키려는 방향으로 나아감에 따라 직감적으로 체험하는 구조에서 멀어졌다. 2000년 하노버세계박람회가 그랬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념과 내용이 너무 설교 느낌이 나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선정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현재는 장밋빛 ‘꿈과 미래’를 그림으로 제시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설명 위주의 세계박람회 전시가 칭찬받을 수는 없다. 관람객은 공부하러 온 게 아니고, 더구나 반성하기 위해 비싼 입장료를 지불한 것도 아니다.

관람객이 세계박람회에 요구하는 것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수준 높은 오락과 비일상의 체험이다. 하지만 설교는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수단이며, 관람객은 이해하고 납득도 하며, 혹은 많은 경우 감탄도 한다. 하지만 납득이나 감탄에는 편안함과 설렘이 없다. 일상에서 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기대하며 비싼 입장권을 구입해 세계박람회를 보러 갔는데, 프로젝터 영상을 통한 ‘설명’뿐이었다. 모처럼 세계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 4인 가족이 1박 2일 동안 1000유로나 들였는데, “아프리카 기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음식물을 낭비하면 안 된다” 같은 설교만 들었다. 2015년 밀라노세계박람회를 현장 조사할 때 만났던 이탈리아 관람객에게서 직접 들었던 얘기다.

시대가 바뀌었고 ‘미래’가 바로 오락이 되는 시대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박람회는 현재도 탄생 이래의 사명을 고수하며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세계박람회’, ‘지구적인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그 결과 관람객이 요구하는 수준 높은 오락에서 멀어졌다. 세계박람회는 주최자인 발신자가 관람객인 수신자에게 전시와 문화행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메가 이벤트다. 인터넷에 의한 정보혁명은 단지 정보환경을 격변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정보 감각을 크게 변화시켰다. 정보에 대한 대중의 감성은 최근 몇 년간 극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세계박람회 주최자 측의 감각은, 극언한다면 20세기 그대로다.

세계박람회 주최자가 해야 할 일은 관람객을 설득하는 설교가 아니다. 큰 소리로 연설하고 관람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주장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깨닫게 해야 공감을 얻는다. ‘발견’에서 ‘공감’으로, 그리고 ‘감동’으로, 그것이 이상적인 프로세스다. 세계박람회라는 지적인 엔터테인먼트는 새로운 정보 감성을 몸에 익힌 현대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해답’보다 양질의 ‘질문’이 훨씬 가치가 있다.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과제를 발견하는 힘과 질문을 던지는 힘”이다.

■ 3개의 시나리오

① 세계박람회 쇠락

근본 혁신을 하지 않으면 긴 안목으로 볼 때 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마 두 가지다. 하나는 쇠락이다. 지금은 ‘명목상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는 선진국이 빗살 빠지듯 철수하고, 콘텐츠 강도가 확 떨어져 유치 신청을 하는 국가가 점차 사라지는 시나리오다. 물론 당장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인기 있는 전시와 문화행사 콘텐츠를 제공하는 선진국과 대기업이 손을 뗀다면 있을 수 없는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올림픽은 비용 대비 효과의 관점에서 유치 신청하는 국가가 격감하고 있어, 이대로는 머지않아 할 수 없게 된다는 위기감을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② 개발도상국에 주도권 양도

세계박람회의 경우, 선진국과 글로벌기업의 에너지가 지금 이상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유치를 신청하는 국가가 갑자기 제로(0)가 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세계박람회 개최를 희망하는 개도국은 현재도 많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 대중은 세계박람회를 본 적이 없고, 체험 차원에서도, 선진국만큼 시선은 엄격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국에서의 세계박람회 개최는 국민에게 큰 자부심을 가져온다.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고 싶은 정치인은 수없이 많다. 21세기에 처음으로 개최하는 개도국이 정식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앞에서 살펴본 대로다.

세계박람회의 성장과 쇠락은 모두 선진국의 상황이며, 개도국은 논외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앞으로 이어질 개발도상국의 세계박람회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국력이 작은 국가를 포함해 계속 유치 신청할 것이 틀림없다. 그것이 또 하나의 주도권 양도다. 선진국이 개도국에 세계박람회 주도권을 넘긴다는 의미다.

세계박람회가 개발도상국을 순회하는 메가 이벤트로 연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커스단처럼 순회를 위한 패키지화가 진행될지도 모른다. 물론 개발도상국이 유럽 미국 일본 같은 수준의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어렵다. 규모나 수준도 더 떨어질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저렴한 세계박람회’가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 정도라면”이라고 선진국도 명목상의 교류를 계속할지 모른다. 어쨌든, 이는 기존 세계박람회와는 다른 별종의 메가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현재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의 진단이다. 만약 상황이 근본부터 바뀌면 당연히 다른 가능성은 열린다.

③ 세대교체

세계박람회가 취할 수 있는 제3의 옵션. 그것이 ‘세대교체’다. 바로 제3세대 세계박람회로의 전환이다.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아니고 명쾌한 비전이 확립된 것도 아니지만 세계박람회를 세 번째 상승기류에 올리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가 세대교체에 앞장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일찍이 세계박람회는 제1세대 세계박람회에서 제2세대 세계박람회로 구조적인 혁신에 성공해, 세대교체를 경험했다. 만약 그때 혁신하지 않고, 계속 19세기 세계박람회를 답습하고 있었다면, 지금쯤 세계박람회는 멸종했을 것이다. 2030년 세계박람회를 의미 있게 만들고 싶다면 리스크를 감안하고 제3세대 세계박람회로 전환해야 한다.

※ 공동기획=국제신문,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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