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부산을 방문해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회장 취임 이후 지역 순회를 했다가 ‘이태원 참사’로 잠시 중단됐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8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의 서버용 FCBGA 출하식에 참석해 임직원과 기념촬영을 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부산을 찾은 것은 2020년 7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적층 세라믹 캐피시터) 생산라인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8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의 중소 도금업체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했다고 삼성전자가 밝혔다. 이 회장이 방문한 부산의 동아플레이팅은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회사다.

이 회장은 동아플레이팅 생산 라인을 둘러보며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은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의 제조혁신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삼성의 대표적인 기업사회활동(CSR) 프로그램이다.

동아플레이팅은 전기아연 표면처리 전문 중소기업으로 2018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 지원을 받았다. 수작업에서 탈피해 설비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37% 끌어올렸고 불량률은 77% 낮췄다. 도금산업은 IT, 조선, 자동차 산업의 뿌리이지만 근무 환경이 열악해 청년들이 입사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동아플레이팅은 근무 환경이 개선돼 현재 임직원 평균 연령은 32세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스마트공장 우수기업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열린 서버용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FCBGA(Flip-Chip Ball Grid Array)의 첫 출하식에 참석했다. 서버용 FCBGA는 고성능·고용량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양산된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의 직접적인 협력업체가 없는 부산을 광주 방문 이후 두 번째 행선지로 정한 것은 부산은 이 회장 가문에서는 각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조부인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은 부산에서 삼성의 첫 제조업체 제일제당을 설립·운영했고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 분야 투자(삼성자동차, 삼성전기 설립)했다.